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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의 Aug 17. 2024

저출산, MZ세대와 불화하다 [0]

왜 젊은이들이 아기를 낳지 않는지 물으신다면...

0. 출산을 다룬 책을 쓴 원죄로 저출산에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차이는 무엇일까? 출산율을 높일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네? 제가요? 모루겠어요...


애석하게도 나는 사회 구조나 정책/제도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초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진작에 국회의원 되었겠지... 게다가 출산의 배신』도 저출산 현상을 주제로 삼은 책은 아니다. 다만, 산부인과 의사이자 아기 엄마인 나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임신-출산-육아라는 경험을 과학에 입각하여 해석하려는 시도를 해 본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초저출산에도 미약하나마 나의 의견을 덧붙여 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목에서 'MZ세대'라는 낚시성 단어를 넣은 것을 사과드린다. 30대인 나도 'MZ세대'라는 단어가 떨떠름하긴 매한가지다. 너무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그리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덧씌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여기에서 시작해 보자. 초저출산은 최근에 심각해진 현상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 젊은 세대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어떠한 속성이 저출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MZ특(징)'을 수집해 보자. 


타인을 위해 내 이득을 양보하며 '호구'잡히는 것은 싫다.

공정하게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불공평한 것을 때려잡는 '사이다 썰'이 좋다. 

우연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대상보다는, 명확한 질서와 예측이 가능한 것이 좋다.

동물적인 감정 반응보다는 이성과 논리(팩트!)로 세상을 해석하고 싶다.

타인이 내 시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사양이다. 나의 독자적 영역을 존중받아야 한다.


희생-이득, 공정-불공정, 계획-우연, 이성-감성, 개인-집단의 쌍을 놓고 보자. 어떤 보편적인 방향성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내가 자의적으로 주워모는 MZ의 성질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논의를 간단하게 하기 위함이니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 생각이다.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MZ세대의 성질은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별종의 특성이 아니다. 인간이 선호하고 추구하는 가치들이 점차 고도화되는 것은 연속적인 과정이다. 다만 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상당 부분 가능해졌기에 그 특징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반면, 재생산(임신-출산-육아) 과정은 그 근본적인 생물학적 속성이 수백만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계획, 통제, 이성, 개인, 공정과 같은 가치들이 구현되기 어렵다.

이 괴리에 따라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재생산 경험에서 더 큰 불일치를 겪게 마련이며, 그것이 초저출산에 반영되어 있다.


저출산과 관련된 단골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취업, 복지 제도, 안정성, 수도권 집중화, 서열-비교 문화 등등 중요한 요인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개별적인 사회 구성 요소에 대해서 견문이 밝지 못하다. (훌륭한 학자들이 대신 말해줄 것이다.) 대신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생물학/진화인류학/의학/심리학을 참조하여 몇 가지 키워드를 짚어보려고 한다. 거기에 내가 애를 키우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상도 몇 스푼 더해서.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글에서 제시하는 키워드가 저출산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저출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야망은 꿈도 꾸지 않는다. 다만 사회 제도와 정부 대책 위주의 저출산 논의에서, 생물학적 인간 그 자체를 고찰해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짧은 시리즈를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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