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더라.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를 불러본다고.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멋진 차도 태워주고 싶고, 예쁜 옷도 사주고 싶고,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지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현실만큼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을 터다.
나 역시 그랬다.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하고 결혼하면서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리고, 집에 에어컨, 냉장고가 고장 나면 척척 바꿔주는 동안 자리조차 잡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개팅이 들어와도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까, 곧 퇴사할 예정이니까 마냥 웃지 못했다. 이제는 아예 소개팅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슬프게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음치박치몸치에 5년을 예고 입시를 전문 화실을 다녔어도 미적 센스는 초등학생 수준만도 못하고, 손대는 물건마다 고장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졌기 때문이다. 글쓰기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말은 했지만 그 흔한 백일장에서 상 한 번 받아보질 못했으니 딱히 잘한다고 할 수도 없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던 내가 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던 고등학생 무렵 글쓰기를 포기했던 이유다. 어설픈 재능으로는 밥 벌어먹고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취준 당시 자기소개서가 하도 광탈하는 통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라스에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고, 스피치 수업을 들으며 백글단 활동까지 시작했다.
어느새 만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백글단에서만 700편이 넘는 글을 썼고, 취업에 성공해서 회사도 다녔었고, 퇴사 후 남들 앞에서 스피치를 해봤으며, 30년 만에 부모님께서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기도 하셨다.
문제는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고 6편의 드라마 대본도 써보고, 합평도 꾸준히 썼지만 여전히 내 필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거다. 나름대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 내세울만한 실력은 아닌 듯하다. 옛 어른들 말을 빌자면 밥 빌어먹기 딱 좋은 뻘짓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쓸 거다. 아니, 써야만 한다. 7년 동안 글을 쓰면서 필력이 딱히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운명이라는 말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오글거리는 단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글쓰기는 운명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글쓰기였고, 그나마 남들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니까. 조금이라도 내가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