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실험 10주. 도망쳐서 달려갔더니
저는 결코 달리기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달리기와 비슷한 ‘도망치기’를 했지요
무한굴레 같이 괴팍한 직장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퇴근길, 직장에서 탈탈 털린 영혼, 지쳐버린 몸과 마음. 불안한 마음이 늘 한편에 있었고요.
남들은 건강을 위해 달린다는데, 저는 현실에서 도망치기를 위한 달리기를 한 것이지요.
그 결과는?
네, 도망쳐지지 않았습니다. 피하고 싶은 현실에서 한 발짝도 도망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신 ‘도망치는 달리기’를 했더니 진짜 도망치고 싶은 스트레스 앞에 딱 버티고 서는 ‘마음 잔근육’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것을 그대로 표현한 한 광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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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래프트 스포츠웨어가 선보인 특별한 인쇄광고 캠페인. 이 ‘The Routine Effect’ 캠페인은 10주 동안 초보 러너의 변화 과정을 인쇄 매체로 광고를 했어요
초보 러너 ‘에멜리 스벤슨(Emelie Svensson)’은 매주 한 번, 5km를 달립니다. 가민 페닉스 6 시계를 착용하고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데이터로 남겼어요. 그리고 사진작가는 달린 직후 그녀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죠
스웨덴 신문 인쇄광고에 그 얼굴이 10주 동안 순서대로 실렸습니다.
그녀의 달리기 속도,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변화까지 선명하게 인쇄된 광고였어요 그 클로즈업 사진과 신체 데이터를 10주 연달아 공개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처음에 여성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스트레스 지수도 높았어요.
하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할수록 여성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지요. 점점 그녀의 얼굴은 밝아지고 있었죠.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낮아지는 게 데이터로도 나타났고요.
마지막 10주 차 광고 속에 그녀는 긍정적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광고 속 러너도 매주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강력한 경험이었다고 해요. 달리기 효과를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지요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21/2025012100007.html
이 기록은 마치 나의 변화를 가까이서 보는 것 같았죠. “속도가 빨라졌네”, “심박수가 낮아졌어”,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가고 있네”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모여, 달리기가 즉각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눈으로 보여줬어요
내 이야기 같더라고요. 저는 속도 측정이나 스트레스 지수 같은 데이터 대신, 나 자신에게서 직접 체감하곤 했거든요.
3주 차, 숨이 덜 가빠지고 몸이 조금 더 가볍게 느껴졌고, 5주 차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마음에 작은 위안이 생겼어요. 10주 차, 달리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레인샤워’ 한 것처럼요
달리기를 완성한 날은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작은 용기가 솟아나더라고요. 할 수 있다는 이 기분은 회사에 돌아가서도 다시 용기를 줬습니다.
달리기는 크게 준비할 게 없습니다. 러닝화 하나, 그리고 ‘시작해 볼까?’라는 마음이면 됩니다
하지만 막상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맘먹기는 쉽지 않죠
전 제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러닝 전용 양말' 을 올려놔요. 달리러 갈까? 말까? 생각이 들 땐 일단 양말을 신어버립니다. 러닝양말을 발에 끼워 넣는 순간, 마음이 달리기 모드로 전환되더라고요.
광고에 소개된 것처럼, 달리기는 10주 안에 몸과 마음에 작은 변화들이 가져올 수 있다고 믿어요. 이 변화들은 작지만 단단합니다.
몸이, 마음이, 꿈이 망가졌을 때 달려서 도망쳐버리는 것 어떠신가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달리는 그 시간이 어느새 몸과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