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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26. 2015

천체관측 장비이야기 #1

그놈의 장비가 문제

매번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 이야기를 할 내용은 장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냥  이야기하고픈 내용만 짧게 쓰고 말까 했는데 어차피 장비 이야기를 이어 가야 하는 내용이라 시리즈르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적을 내용은 거창하게 장비가 어떻고 하는 내용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장비를 구매하기 전 생각해봐야 할 내용 그러니까 프롤로그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나요? :) 디테일한 이야기보다는 사전에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취미들 중에는 소위 '장비 빨' 이란 단어가 있는 취미들이 참 많습니다. 당장에 제가 하고 있는 사진, 천체관측부터 시작해서 오디오 자동차 자전거 등산 등등... 거기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들 중엔 '입문용 풀세트' 란 말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이런 풀세트를 상상하곤 합니다

당장에 사진이란 취미만 보아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크게는 수백만 원 수천만 원까지의 장비 세트들이 존재합니다. 중형 포맷의 그것이 아닌 35mm 판형의 1:1 바디에 렌즈 몇 개만 사도 아마 천만 원은 족히 넘어갈 겁니다. 그치만 사진이란 취미는 취미를 하는 사람도 많고 중고 장비의 수요도 많습니다.


그치만 천체장비는 다릅니다. 흔히 하는 입문용 장비란 저렴하지만 아쉬운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차후 적응 후 업그레이드를 염두하고 사용하는  장비를 의미합니다. 


사진에서 혹은 여타 취미에서 입문용 장비와 본격 고도의 취미활동을 위한 장비의 갭은 크지 않습니다. 1:1 바디로 찍는 사진 aps-c사이즈의 크롭 바디나 1/3"센서 크기를 가진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콤팩트 디카로 찍지 못할게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일부 기기적 성능이나 심도 등의 이야기는 다르긴 합니다) 


천체장비에서 입문용 장비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천체장비는 여타 취미장비들보다 더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이나 여타 취미들도 사용자가 엄청난 고수라면 어떤 장비를 주더라도 멋진 이미지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사람이라도 카메라를 하나 툭 주면 멋진 이미지가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사진을 찍긴 합니다.


하지만 천체장비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별을 볼 줄 모르는 사람에게 망원경 아니 쌍안경만 내어주어도 뭘 봐야 할지 어떻게 봐야 할지 지금 보는 게 어떤 대상인지 전혀 모릅니다. 최소한 북극성을 찾고 봄/여름/가을/겨울 철 대표 별자리 정도는 알아볼 수 있어야 관측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천체관측 취미에 입문을 하기 위한 장비는 돈을 들여 물건을 크게 지르는 게 아닌 두 눈, 야외에서 편히 누울 수 있는 매트, 별자리 책 (혹은 스마트폰  성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본격적으로 별 보는 세계로  '입덕'을 하는 단계가 된다면 이제 슬슬 장비를 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때 다들 추천하는 게 바로 '가까운 천문대 혹은 동호회 관측을 따라가 봐라'입니다. 별 보는 취미가 고상하고 한밤중에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사진으로 보던 대상을 그대로 본다고 착각하기 쉬운데요. 천체사진과 천체관측의 결과는 비유를 하자면 메이크업을 하기 전 배우와 메이크업을 하고 난 후의 배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모습을 볼수 있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서 사진으로 보는 유명한 성운이나 성단, 은하 등을 보여주면 열이면 거의 열 가깝게 실망합니다.  그중에 거의 여덟은 뭐를 보여주는지도 모르는 사람일 것입니다. 성단이나 성운 은하는 망원경을 통해서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진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습니다. 사진은 짧게는 수분 길게는 수시간씩 노출을 주며 완성한 이미지입니다. 사람의 눈은 그렇게 노출을 오래 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보는 성운은 말 그대로 흑백의 뿌연 구름처럼 보입니다. 성단도 마찬가지로 성운끼가 없는 그저 별들이 많이 모여있는 대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죠.


단, 행성(토성, 목성)이나 달 등은 망원경으로 보여주면 만족하긴 합니다 ㅎㅎ 그래서 경험자들은 장비를 사기 전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따라 가보라고 합니다. 서너 번 가보고 재밌다 느껴진다면 그때 장비를 사도 늦지 않다는 말이지요.


이쯤 되면 추천하는 장비는 많아집니다. '기왕에 지를 거 끝판왕' 이란 말이 있지만 천체관측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ㅎㅎ 아 물론 비싼 장비가 좋은 장비라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목적에 따라 장비가 달라집니다. 사진 촬영을 주로 할 거라면 사진에 유리한 장비가 있고 관측 위주로 할 거라면 관측에 유리한 장비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행성을 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성운/성단 등을 볼 것인지에 따라서도 장비가 달라집니다.


하나로 다 할 수  없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물론 하나로도 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적화된 장비에 비하면 불편사항이 너무 크죠 :)


또한 관측 대상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이동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집이 어두컴컴한 시골이고 마당이 있는 경우라면 가능한 예산 내에 무조건 큰 장비가 답입니다. 사진에서는 판형(센서 크기)이 깡패란 말이 있지만 천체계에서는 구경이 깡패 란 말이 있습니다. 구경이 크면 더 많은 빛을 모으고 그렇게 되면 대상을 더 밝게 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최고 배율도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이 도시이고 이동수단이 마땅히 없다면 매우 가벼운 장비가 필요할 것이고 그러면 구경을 희생하는 수밖엔 없겠죠. 그나마 차가 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무거운 장비가 가능하겠지만 이마저도 차에 적재가 가능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하고 차에서 관측지까지 들고 이동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돈만 있다면 시골 탁 트이고 어두운 곳에 별장 하나 짓고 거기에 구경 큰 망원경을 고정 설치해버리면 최고지요 ㅎㅎ 그치만 이러려면 수천이 아닌 수억이 있어야 할 겁니다 -_-;;


망원경을 구매하기 전에 우선은 '내가 과연 이 취미를  계속할 것인가'를 곱씹어 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 망원경으로는 어떻게 보이는지 체험도 해보고 밤하늘에 별들을 보고 대상을 찾을 줄 알아야 좋겠죠. 수백들여 장비 사놓고 집 인테리어용으로 두기엔 아까울 테니까요..


그러고 결심이 섰다면 다시 한번 양보를 해서 틈 날 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을 익히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때 10만 원 안쪽의 7*50 혹은 10*50의 쌍안경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본격적인 망원경 구매는 그 뒤로 해도 늦지 않습니다.


NASA에 연락해서 수명다된 허블 우주망원경을 구매해서 운용을 하든 집에 인테리어용으로 가져다놓든(?) 그건 본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가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장비 구매 상담글들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같은 취미를 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왕에 돈을 들여 구매를 했다면 정말 잘 즐겼으면 좋겠는데 그저 막연히 이걸로 보면 사진처럼 보이겠지 하고 사는 경우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면 100% 실망하거든요..


고가의 장비가 들어가는 만큼 시작은 우선은 정말로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난 다음 정말 재밌다 싶으면 그때 돈을 들여 장비를 사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이 글은 커뮤니티에 초등학생이 용돈을 모아 장비를 사고 싶다 라는 글을 보고 쓴 글입니다. 물론 열정이 있어서 장비를 사고 관측을 잘 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쪽 장비 특성상 한 덩치 하고 한 무게 하는데다 어두운 밤하늘을 요구해서 어린 학생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취미입니다. 부모님 차의 기동력을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아무리 가벼운 장비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대중교통의 한계 기동력의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용돈은 더 모아 두고 장비는 차후 이런 제약조건이 크게 사라질 때를 기약하고 당장은 현재 상황에서 별 보는 취미를 보다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좋지 않나 싶네요 ^^


프롤로그는 여기까지입니다. 기왕 장비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김에 다음번 시리즈에는 망원경의 종류부터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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