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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Jul 28. 2015

제주의 밤하늘 #1

제주에서 보는 밤하늘 이야기

제주의 밤하늘은 많은 별을 보기에는 힘든 환경입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주변 바다에서 유입되는 수증기의 양도 많을뿐더러 주변이 다 바닷가라서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어선의 불빛의 영향으로 빛이 없는 하늘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광해(빛에 의한 공해)라 합니다. 그나마 한라산 중산간 동네로 가면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바닷가 방향의 하늘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7월 24일 오후에 나타난 렌즈운

지난 주말 태풍 소식으로 인해 집에서 뒹굴거리며 여유로이 주말을 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24일 금요일 퇴근 무렵 하늘을 보니 상당히 투명한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UFO처럼 보이는 렌즈운이 걸려있기도 했습니다. 왠지 예감이 괜찮아 저녁에 취미생활을 하겠노라 이야기를 하고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장소는 집 근처 광해의 영향을 덜 받는 한라산 중산간의 노꼬메 오름 주차장을 택하고 지인들과 이동을 했습니다. 한라산 쪽으로 구름이 있긴 했으나 집 근처에서는 하늘의 70% 이상이 구름이 없는 부분이라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갔으나, 우리를 맞이하는 건 빈틈없이 하늘을 채운 구름과 차 문조차 열기 버거울 정도의 거센 바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보다 동쪽으로 이동을 하였고 제주 관음사에서 기상을 한번 확인하고 별빛누리공원 앞 뜰에서 관측할 요량으로 별빛누리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에서 관측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은하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 은하
m31(ngc224) 안드로메다 은하

첫 번째 대상은 지난 18일 밤에 집에서도 찍었던 m31(ngc224) 안드로메다 은하입니다. (m31, ngc224는 천체를 분류하는데 사용하는 일종의 부호입니다. 자세한 건 다음에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사진을 찍고 후 처리를 하고 보니 예전에 찍었던 사진보다 조금은 나아 보이는 듯합니다 ^^;


지구상의 많은 분들이 개념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우리 은하와 함께 국부은하군을 이루고 있는 나선형태의 은하입니다. 우리 은하에서 거리는 대략 250만 광년이고 제일 가까운 은하입니다. 주변에 있는 은하는 각각 m32, m110으로 안드로메다 은하의 위성은하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이러한 은하는 사진이나 망원경으로만 보인다는 점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중심 부분 겉보기 등급이 3등급으로 광해가 많은 도시에서는 겨우 보일락 말락 한 등급이지만 광해가 덜한 시골로 가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쌍안경으로 본다면 보다 더 박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상이기도 하고, 밤하늘상에 보이는 시선크기는 무려 보름달의 예닐곱배정도 되는 거대한 대상입니다. 다른 은하들은 m110과 같은 부호로만 불리는데 안드로메다 만큼은 이름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은하라 해서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특이한 건 안드로메다는 초속 12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계산상으로는 대략 70억 년 뒤에는 우리 은하와  충돌하게 됩니다.

백조자리의 머리
백조자리 1등성 데네브

이번엔 망원경을 돌려 하늘의 천정에 위치한 백조자리를 겨눠봅니다. 최초로 블랙홀로 의심되는 천체가 있는 별자리로 유명하고 백조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알비레오 이중성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데네브는 백조자리의 1 등성으로 꼬리 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


백조자리의 데네브, 거문고자리의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와 함께 여름철 대 삼각형을 이루는 별 중 하나입니다. 청색 초거성으로 질량은 태양의 20~25배 정도 됩니다. 감이 잘 안 올 텐데요 데네브의 크기는 쉽게 설명하면 지금 태양의 자리에 두면 지구의 공전궤도까지가 데네브에 속하게 됩니다. 청색 초거성인 데네브는 질량이 크고 온도가 높은 별이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백만 년 이내에 초신성으로 생을  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년이라 하면 시간이 오랜 걸로 보이지만 천문학에서는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 은하에서 제일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가 빛의 속도로 250만 년 거리에 있고 지구의 나이가 대략 45억 년으로 추측되는 것으로 본다면 수백만 년은 우주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다지 먼 미래도 아닐 겁니다.


별 보는 취미가 고상한 듯 하지만 지난 글의 댓글에 적었다시피 여름에는 모기와의 전쟁, 겨울에는 추위와의 전쟁입니다. 계절을 막론하고 쏟아지는 잠을 견뎌야 하는 건 덤이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취미는 나에게 힐링을 가져다 줍니다. 쏟아질듯한 별을 보고 있노라면 그간 고민했던 내용이 싹 잊힙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주변이 조용하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좋습니다.


수백만 년의 단위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하는 그런 세계에서 나 하나의 개인을 논하고 있으면 웃음이 나옵니다. 스케일을 확장하면 그 속에서 나란 존재는 바닷가의 모래알보다도 더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러고 나면 겸손해집니다 ㅎㅎ 그렇게 힐링이 되는 거죠. 참 좋은 취미를 가졌다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돈은 좀 들겠지만..^^;)


사진과 함께 주절주절 글을 풀어놓으니 분량이 제법 됩니다. 원래는 7월 24일, 25일 이틀간에 걸친 내용을 풀어놓으려 했는데 25일의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로 미뤄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글 솜씨를 좀 더 키워야 보다 좋은 이야기를 적어 놓을 수 있을 듯하네요.


별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비싼 망원경이 없으면 좋은 두 눈만 가지고도 충분히 하룻밤을 지새우며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눈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러면 비교적 저렴한 3~8만 원대의 쌍안경 (7 x 50 혹은 10 x 50) 하나만 있어도 더 많은 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철 밖에 나가 바람도 쐴겸 별구경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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