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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Jul 31. 2015

제주의 밤하늘 #2

제주에서 보는 밤하늘 이야기

지난 아쉬운 관측을 하고 담에 또 투명한 하늘을 볼 수 있을 날을 기약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음날인 토요일을 보니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날이었던 겁니다. 일 년 중 볼 수 있는 날이 손으로 꼽을만한 날인데요 제주시에서 바닷가 쪽을 보면 남해안의 섬들이 보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 어제도 나가서 눈치 보이긴 하지만 밑밥을 깔아놓습니다.

오늘 밤에 날씨 좋으면 오늘도 나갈게

이랬는데 왠 걸? 이번엔 아내가 본인도 함께 나서겠다는 겁니다 :) 오래간만에 부부동반 별빛샤워를 하러 가기로 하고 주섬주섬 다시 장비를 챙겼습니다. 첫 번째 장소로는 지나가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 도로 마방목지에 잠깐 차를 세워 하늘을 봅니다. "우와 대박" 이란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얼른 미리 찜해놓은 관측지로 다시 차를 몰아갑니다. 찜해놓은 관측지는 가시리 녹산로에 있는 정석항공관 옆 공터입니다.


차를 세우고 봤더니 바닥은 포장된 바닥이고 하늘 전망도 나름 괜찮습니다만. 옆 정석항공관에서 켜 놓은 가로등과 저 멀리 동쪽으로 풍력발전단지에서 번쩍이는 백색 섬광이 거슬렸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안될 듯하여 다시 이동합니다. 평소에 자주 가는 용눈이오름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바닥이 비포장이지만 인적 없고 주변에 흔한 가로등 하나 없고 하늘을 가리는 요소가 없는 좋은 관측지입니다. 이날따라 교회에서 케미라이트 및 폰 라이트에 의지하여 야간 산행을 하거나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곤 해서 눈치가 좀 보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관광객들은 오름에 올라 술판을 벌이더군요.. 조용한 가운데 정상에서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는 소리가 아래 주차장까지 아주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하산하고서 차를 어찌 몰아 갔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날 본격적으로 두대의 장비를 가지고 촬영 및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카메라 하나로는 광시야 별자리 풍경 촬영용 그리고 다른 하나로는 망원경에 물려서 촬영을 했습니다. 

용눈이 오름 위로 지는 궁수자리와 은하수

은하수를 또렷하게 보고 싶다면 여름철이 적기입니다. 은하수야 사계절 내내 하늘에 걸려있기는 하지만 우리 은하의 중심부가 여름철에 하늘에 걸리게 되어 또렷하게 은하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궁수자리 부근이 우리 은하의 중심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기 어디엔가 우리 은하의 거대 블랙홀도 있겠죠? ^^


궁수자리 부근에는 은하의 중심에 걸맞게 다양한 천체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주로 망원경을 통해서 보는 대상이기도 한데요. 성운이나 성단 등의 대상들이 바로 그 천체들입니다. 

M22 궁수자리 구상성단

그래서 그 다음 대상은 궁수자리 근처인 M22 구상성단으로 정했습니다. 성단은 말 그대로 별들이 모여있는 천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형태에 따라 크게 구상성단과 산개성단으로 나뉩니다. 구상성단은 위 M22처럼 구형을 이루며 조밀하게 모여 있는 성단이고 산개성단은 간격을 두고 흩어 뿌리듯 모여있는 성단을 산개성단이라 합니다. 이런 구상성단들은 중력으로 조밀하게 뭉쳐져서 은하의 중심부 주위를 위성처럼 공전합니다.


M22는 겉보기 등급이 6~7등급 정도로 맑은 하늘에서 맨눈으로 보일까 말까 한 수준이지만 구상성단 중에서는 밝은 축에 속하는 대상입니다.

백조자리 1등성 데네브 근처의 은하수

이번엔 카메라를 돌려 머리 꼭대기를 향하게 합니다. 자정 즈음이 지나면 머리 바로 위에는 백조자리가  위치해 있는데요 이 부분 역시 은하수가 흐르는 부분입니다. 위 사진 중앙이 백조자리 1 등성 데네브 구요 그보다 살짝 위에 붉은 기운으로 보이는 게 NGC7000 북아메리카  성운입니다. 붉은 성운인데요 그 모양이 북아메리카 대륙을 닮았다고 해서 북아메리카  성운이라고 합니다.


신화에서 백조자리는 제우스가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변한 모습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인 레다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질투의 여신인 아내 헤라에게 들킬까 봐 레다를 만나러 갈 때는 항상 백조로 변해서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다음번 관측 때는 백조자리를 한번 제대로 잡아보도록 해야겠습니다 ^^;


M45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은 시간이 되어 슬슬 정리를 하려는 찰나 동쪽을 보니 황소자리와 함께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황소자리와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가을철 밤하늘 대표 대상으로 유명한데요. 막간 짬을 내서 M45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촬영해 봤습니다.


플레이아데스는 대표적인 산개성단으로 국내에선 '좀생이별' 일본에서는  '스바루'라고 부릅니다. 황소자리에 위치한 산개성단으로 여러 이름이 붙은 걸로 알 수 있듯 맨눈으로도 아주 잘 보이는 산개성단입니다. 청색 별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별들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젊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면 주변에는 푸른색의 성운끼가 보이는데 이는 별이 생성되고 남은 가스층으로 보고 있습니다.


플레이아데스는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가을에 한번 다시 본격적으로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좌충우돌 관측후기인데요 ^^ 사실 주차장에서 관측할 때 지나가는 인적들이 너무 많아서 눈치를 좀 많이 보곤 했습니다. 공공장소다 보니 이렇다 저렇다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긴 합니다만 별을 보고 사진 찍는 입장에서 별빛이 아닌 다른 빛은 매우 민감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자동차 라이트 등산을 위한 핸드폰 불빛 하나하나가 관측에는 방해 요소죠. 


사실 관광객 무리 중 한분이 핸드폰 불빛을 키고 제 옆으로 접근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눈이 암적응이 충분히 되어야 비로소 어두운 별까지 제대로 보이는 법인데 그거를 무참히 깨고 와서는 '예쁜 별 어떤 거  보이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이미 암적응이 깨져버린 저로써는 맘도 좀 상하고 그냥 그 불빛 좀 꺼주시라 하고 말았습니다. 천문대에서 붉은색 어두운 빛을 쓰는 이유도 암적응 때문이지요.


관광지에 온 거고 공공장소다 보니 안된다 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두운 밤에 주변에서 별빛을 감상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은 배려를 해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 그래도 역시나 여름철에는 보다 더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 관측을 가야 하나 봅니다 :)


참고 삼아 천문대 관람을 갔을 때 망원경이 신기하다고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면 주변 관람객에게 누가 되는 상황이니 자제하시는 게 좋습니다. 천문대 직원께 꾸중 들으실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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