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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20. 2015

제주의 밤하늘 #3

페르세우스 유성우

지난 8월 13일 여름 휴가를 내고 쉬는 첫 번째 날이었습니다. 하늘은 그다지 내 편은 아닌 듯하였으나 시기도 시기인데다 월령까지 좋아서 12일 밤 오늘은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찾아 한번 나가 보자 하고 나섰습니다. 제주시는 하늘이 흐렸고 산간지역 확인을 위해 제주 - 서귀 횡단도로인 1100 도로를 타고 중산간 지방으로 가는데 습한 기운과 함께 구름이 꽤 보이는 하늘이었습니다. 게다가 산간지역엔 안개를 동반한 적은 비가 내리는 중..


1100 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쭉 내려가다 보니 안개가 걷히면서 하늘이 군데군데 열려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일단 자주 가는 관측지인 서귀포 천문대 주차장을 가봤습니다. 산 쪽으로 구름들이 내려오긴 하지만 내려오면서 많이 흩어져 이 정도면 사진은 힘들어도 관측은 되겠다 싶었습니다. 반면 동쪽은 어떨까 싶어 이곳을 뒤로 하고 용눈이 오름 일대로 갔습니다만... 하늘이 훤 했습니다 ㅎㅎ 구름에 가득 차있고 그 구름들이 집어등 불빛을 반사시키며 환한 하늘을 보여주는 바람에 다시 차를 돌려 원래 갔었던 서귀포 천문대를 향해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

동쪽 하늘 유성, 적도의 촬영후 3컷 합성

지난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별똥별 즉 유성은 자정을 넘긴 새벽이 더 잘 보입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자정 전에는 보이지 않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긴 하지만 자정을 넘기면 잘 보이게 됩니다. 밤늦게 주변 집이나 건물 등에서 불을 꺼놓는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지구의 공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는 초속 30km의 속도로 태양 주변을 도는 공전을 하는데, 해가 떨어지고 자정 전에는 관측자가 있는 지역이 공전방향과 반대되는 위치에 있게 됩니다. 유성은 지구 밖의 물체가 지구의 인력에 의해 대기 중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 물체가 타면서 생기는 건데 공전방향과 반대쪽에 있다 보니 이때 보이는 유성은 속도가 매우 빨라야지만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가면 관측자의 지역은 자전에 의하여 공전방향과 같은 앞쪽으로 오게 됩니다. 이쪽은 공전 방향과 반대가 되는 부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를 가진 물체들도 대기권에 진입하기가 수월하여 유성은 자정 이후에 더 잘 보이게 되는 겁니다.

전파망원경과 유성 (서쪽하늘)

유성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실력보다는 운이 필요합니다. 흔히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이는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기가 힘들어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밤하늘의 별똥별을 우연찮게 봤는데 소원을 빌 겨를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별똥별도 귀가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제일 많이 듣게 되는 소리가 바로 '어' 일 겁니다. 어~어어어 하다가 소원 빌 겨를도 없이 사라지는 게 유성이죠 ^^;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카메라 렌즈의 화각은 하늘의 일부만 담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넓다는 화각이 대략 크롭 바디 기준으로 위에서 보이는 정도의 화각인데요.. 16미리(풀사이즈 환산 24미리) 정도 일 것입니다. 유성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이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동쪽 하늘을 화각에 두고 최대한 하늘이 많이 나오게끔 하여 일주 사진 찍듯 연사로 두면 성공률이 그래도 좀 올라갑니다.


거기에 렌즈 화각이 보다 넓은 화각이면 성공률이 훨씬 더 좋아지게 됩니다.

어안렌즈로 찍은 페르세우스 유성우

위와 같이 하늘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렌즈라면 성공률이 꽤 많이 올라갑니다 ^^; 어림잡아 새벽 두 세시 넘어 찍은 사진인 듯 한데 자세히 보면 백조자리와 황소자리가 한 화면 안에 들어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날 새벽 한시쯤부터 시작해서 촬영을 끝낼 네 시경쯤까지 눈으로 본 유성의 수만 해도 대략 3~40개 정도 되는 듯했습니다. 극대기 근처라 그런지 꽤 많은 수의 유성이 관측되었습니다.


이제 동쪽으로 서서히 플레이아데스와 황소자리 그 뒤를 이어 오리온자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화려한 여름철 밤하늘도 지나가는 듯합니다 ^^ 이번 연사 촬영한 내용을 가지고 이어 붙여 동영상 촬영한 것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쪽하늘 가운데 플레이아데스와 하단에 오리온자리가 보입니다
서쪽하늘 타임랩스
북쪽하늘 타임랩스

이렇듯 고정 촬영을 하고 나면 참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 사진에 걸린 것만 이 정도니 크고 작은 거 합치면 실제로 본 게 3~40개 정도라는 말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3대 유성우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지나갔습니다. 11월 사자자리 유성우, 12월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남아있으니 이번에 놓친 분들은 다음을 기약하시면 될  듯합니다 ^^; 이후 유성우들도 마찬가지로 여건이 되면 관측 및 촬영을 하고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직접 보지 못하신 분들은 부족하지만 이걸로라도 달래시고 다음번 유성우 때는 꼭 나가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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