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요즘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 사이에 은하수를 즐겨 찍는 취미인들이 많아졌습니다. 흔히 말하는 '은하수 성수기'가 되면 공교롭게도 은하수를 찍기 좋은 조건의 장소는 저와 같은 천문 애호가들이 관측하기 좋은 조건의 장소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빛의 방해를 받지 않는 어두운 곳. 그래야 희미한 은하수가 밝게 빛나고 아름답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천문 애호가들이 모여있는 오픈채팅방에서 올라온 질문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은하수 고수님들. 밤 12시부터 서해 쪽에서 은하수 관측할 수 있나요?
사진도 찍을 수 있겠죠?
질문의 의도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질문이긴 하지만 솔직하게 위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답변은 '네'입니다. 하지만 '네'라고 제가 답변한 건 질문자의 입장에선 틀린 대답이 되기도 합니다. 왜 틀린 대답일까요?
제가 파악한 질문자의 의도를 넣어 다시 질문하자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밤 12시부터 서해 쪽에서 은하 중심부의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나요?
흔히 은하수를 떠올리면 아주 밝고 짙은 별의 구름이 모여있는 부분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은하수의 밝은 부분이 바로 '궁수자리'가 있는 부분입니다. 학창 시절 배운 것을 더듬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 은하(Milkyway Galaxy)'라는 막대나선은하 (옛날엔 나선은하로 배웠지만 비교적 최근에 우리 은하도 막대가 있음을 알아냈습니다)에서 변두리에 위치한 항성계 (태양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나선에는 각각의 이름이 붙여 있는데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오리온자리 나선팔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에서 은하 중심방향에 있는 나선팔이 궁수자리 나선팔입니다. 지구에서 봤을 때 궁수자리에 위치해 있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오리온자리 나선팔도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이 궁수자리 방향으로 보는 것이 제일 밝고 진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자, 그럼 다시 은하수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은하수의 제일 밝은 부분 그곳이 궁수자리 방향입니다. 우리 은하의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중심방향이죠. 이러한 은하수를 보기 위해서는 궁수자리가 밤하늘에 보여야 가능할 것입니다. 궁수자리는 대표적인 여름철 별자리로 흔히 '남두육성'이라고 불리는 여섯 개의 별이 위치한 별자리입니다.
그러므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인 요즘 밤 12시에는 여름철 은하수를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렇다면 은하수는 오직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걸까요? 정답은 이미 이 글 앞에 나와있습니다. 은하수는 '사실상'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우리 은하를 보는 방향이 계절마다 달라질 뿐입니다. 제일 화려한 은하수는 앞서 말했듯 '여름철 은하수'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계절의 은하수는 어떨까요?
잠시 우리 은하를 턴테이블 위의 레코드판이라 생각을 하고 우리는 레코드판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중심과 끝부분 중간에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레코드판 가운데는 별이 밀도가 높게 있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밀도가 낮아지는 같은 모습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레코드 가운데를 바라보는 상태를 여름이라고 생각한다면 겨울은 그 반대편을 보게 될 것입니다. 별들이 두껍게 있는 부분이 아닌 얇게 퍼진 레코드 끝쪽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별들이 모여있습니다. 즉 우리는 은하 내부에서 태양 주변을 공전하며 계절별로 우리 은하의 여러 방향을 보며 각 계절별 은하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여름철 은하수는 또렷하게 은하수임을 볼 수 있지만 겨울철 은하수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가운데에서 약간 아래 밝은 별을 포함하여 자세히 보면 우측 상단까지 희미한 별무리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겨울철 은하수입니다.
겨울철 은하수가 여름에 비해서 볼품없어 보이지만 겨울철 별자리의 대서사는 이 겨울철 은하수에서 이루어집니다. 겨울철 밤하늘이 밝은 별을 많이 볼 수 있는 밤하늘로 손에 꼽는데 겨울철 대육각형을 이루는 여섯 개의 별들이 바로 이 겨울철 은하수를 중심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오리온대성운'이나 플레이아데스 성단 등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은하수지만 요즘의 은하수도 충분히 어두운 밤하늘에선 제법 많은 볼거리와 사진 찍을 거리를 주곤 합니다. 화려한 여름철은하수를 기다리는 동안 지금의 은하수도 충분히 즐기다 보면 천체에도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재미있는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