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망원경 그리고 EAA
과거 인류가 오랫동안 밤하늘을 보며 서사를 만들고 길흉화복을 점쳤듯, 아마추어 천문은 오랜 역사를 가진 취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별, 행성, 은하 등 다양한 우주의 대상들을 관측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별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이를 눈으로 보며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눈대신 카메라를 두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상들을 정확하게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천체사진을 촬영하려면 천체의 움직임, 지구 대기상황(가깝게는 날씨, 멀게는 공기의 흐름) 같은 환경적인 요인부터 지구 자전으로 인한 일주운동으로 어긋나는 별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 사진의 적절한 노출 설정, 다양한 필터의 선택, 망원경의 정밀한 조절과 같은 여러 기술적인 변수들을 고려해야 했고 이런 복잡한 내용들은 천체관측과 사진촬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필요해서 초보자에게는 상당한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장비의 미세한 조정이나 설정의 변화가 결과물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초기의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발전은 이런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EAA의 등장은 천체관측의 새로운 방식을 열어주었습니다. EAA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렌즈를 통해 눈으로 보는 안시관측과 비교하여 EAA를 통해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별이나 은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필터링과 영상처리기술을 활용하여 마치 사진과 같은 모습을 사진이 아닌 형태로 실시간적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을 누적시켜 볼 수 없는 사람의 눈을 대신하여 이미지 센서가 빛을 누적시켜 주지만 사진은 이런 누적된 데이터를 처리를 한 후에 볼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EAA는 이런 데이터 처리를 거의 실시간으로 하여 사람의 눈이 마치 빛을 누적시켜 보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수시간-수일의 데이터를 누적시켜 보는 사진과 같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수십 초에서 수분 정도의 데이터를 누적시켜 실시간 처리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안시관측을 충분히 보조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흔히 컴퓨터화된 망원경 등장 이전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천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차트나 성도를 사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망원경을 수동으로 조정해야 했습니다. 특히 조금 어두운 천체를 찾을 때에는 여러 개의 알려진 별이나 별자리를 참조점으로 사용하며 점진적으로 관측하고자 하는 천체의 위치를 찾아 나갔습니다.
이후 컴퓨터화된 망원경 (정확하게는 가대가 컴퓨터화되었습니다)이 등장하면서 이런 차트나 성도 등이 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극축을 맞출 때 오차범위등은 파악할 길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극축을 맞추는데 내장된 컴퓨터가 가이드를 해주기도 하고 맞추고 난 뒤의 오차를 확인도 해주며 추적 정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추적 오차를 학습해서 보정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GO-TO 기술이 도입되면서 초기에 컴퓨터에게 망원경의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고 현재 관측하는 밤하늘에서 특정 몇 개의 별을 알려주고 정렬을 시켜주면 망원경은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위치와 방향을 자동으로 정렬하고 원하는 대상을 컨트롤러에서 선택하기만 하면 내장된 성도에 의해 자동으로 대상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천체를 정확하게 추적하고 촬영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고 초보자들에게도 큰 학습 없이 간단하게 설정해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미지처리 기반의 plate solving 방식이 도입되게 됩니다. plate solving은 밤하늘의 일부를 사진으로 찍으면 사진 속의 천체의 위치와 패턴을 분석하여 어느 부분의 사진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망원경에게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고 밤하늘에 있는 몇 개의 별을 알려주는 과정 없이 망원경의 수평을 조정하고 카메라로 하늘의 특정 부분을 촬영해서 망원경에게 알려주면 위에 이야기한 일련의 과정을 자동으로 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초보자들에게는 복잡한 조정이 없이 망원경 초기화를 진행할 수 있어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망원경은 최근의 전체관측 기술 중 가장 두드러진 진화를 보여주는 장비로 등장했다고 봅니다. 기존의 망원경이 천체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노력과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면 스마트 망원경은 이를 자동화시켜 사용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시켰습니다.
먼저, 스마트 망원경은 내장된 센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현재 위치와 시간을 파악하며 이를 기반으로 천체의 위치를 빠르게 추적하고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plate solving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초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천체관측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극축을 맞추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망원경에게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을 알려주는 일련의 과정들이 스마트 망원경에서는 망원경을 설치하고 수평을 맞추고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두 자동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망원경이 스스로 설정을 마치고 나면 사용자의 핸드폰을 망원경에 연결하여 보고 싶은 대상을 선택만 하면 됩니다. 이후는 망원경이 스스로 대상을 찾아 움직이고 사진 혹은 영상을 찍어 보여줄 것입니다.
아마추어 천문 취미를 오래 하다 보면 흔히 듣는 질문이 장비추천 그리고 장비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입니다. 그만큼 시작하는 분들이 어떤 장비를 사야 하는지 그리고 장비를 샀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존 아마추어 천문이 초심자에게는 공부를 해야 시작할 수 있는 분야였다면 이렇게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 그 중심에 등장한 스마트망원경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더 이상 아마추어 천문은 이렇게 지식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취미 분야가 아닐 수 있게 될 거 같습니다. 아마추어 천문의 세계 또한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흥미롭고 접근하기 쉬운 분야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문에 관심이 있는 초심자들은 이런 최신 기술들을 활용하여 보다 풍부한 천체 관측의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