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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08. 2022

천체사진 장비 계획

천체사진 장비를 사기에 앞서..

얼마 전 동호회인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에서 천체사진 입문을 하려는 분과 대화를 나누다 나온 내용입니다.

한번 사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장비를 사고 싶어요

여느 취미생활도 비슷하겠지만 취미를 위한 장비에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장비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령, 사진이 아닌 눈으로 관측하는 안시 관측을 예로 들어본다면..


입문자 A 씨는 밤하늘의 대상들을 눈으로 보기 위해 천문대도 다니고 유튜브도 탐닉하며 나름대로의 공부를 꾸준히 했고 계절별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자리를 딱 짚을 수 있는 수준까지 와서 큰맘 먹고 망원경을 하나 샀습니다. 기왕에 사는 거 오랫동안 쓰기 위해 거금을 들여 12인치 구경의 자동추적이 되는 망원경을 샀죠.


A 씨는 그렇게 해서 산 망원경을 가지고 관측지를 돌아다니며 밤하늘에 숨어있는 여러 대상들을 찾아보며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즐깁니다. 여기까지만 적으면 큰맘 먹고 산 12인치 구경의 망원경 세트가 오래오래 곁에 남아 좋은 장비가 되겠습니다만... 


실제로 망원경 세트에 들어있는 도구들은 딱 시작할 수 있을법한 만큼만 번들링을 해 줍니다. A 씨는 관측을 하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대상들이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보다 더 고급의 접안렌즈 그리고 관측을 도와줄 여러 필터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동 추적되는 장비이지만 직접 대상을 찾는 재미를 알기 위해 파인더에도 관심을 두고 보다 좋은 파인더와 텔라드 같은 등배 파인더를 갖추게 됩니다.


10" 돕소니언 망원경으로 관측 중


그뿐만일까요..? 

성운 성단들을 보다 외부은하나 행성을 보고 싶어 진다면 초점거리가 긴 장초점 망원경에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장비가 하나둘씩 늘어가게 되는 거죠...


천체사진은 더 어렵습니다. 카메라 렌즈에도 광각렌즈, 표준렌즈, 망원렌즈가 있고 각각의 특성이 있듯 천체사진을 위한 장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카메라 렌즈는 그래도 줌렌즈로 어느 정도 범위를 커버할 수 있겠지만 망원경은 초점거리를 가변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밍 기능이 없습니다. 


B 씨는 천체사진을 하기 위해 입문 장비로 큰맘 먹고 몇 백하는 하모닉 적도의에 4~60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갖는 굴절망원경과 일상 사진을 함께 할 수 있는 적당한 미러리스를 샀습니다. 400mm 정도의 초점거리에서 흔히 풀프레임이라 불리는 그런 카메라로 할 수 있는 사진은 천체사진에서는 광각의 바운더리에 들어갑니다. 거대한 크기의 M31 안드로메다 은하나 NGC7000 북아메리카 성운 겨울철 대표 대상인 M42 오리온 대성운 등은 마음에 들 정도로 잘 나옵니다. 


초점거리 600mm 대의 소형 굴절망원경과 적도의(추적장치) 세트. 우측처럼 접안부대신 카메라를 연결하여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사진에 입문을 하고 나서 보니 슬슬 초신성의 잔해인 행성상 성운이나 외부은하 사진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대상들은 크기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보다 긴 초점거리의 경통이 필요하게 됩니다. 안시 관측할 때 접안렌즈를 바꾸면 상을 보다 더 크게 볼 수 있는 것처럼 400mm 초점거리를 두배 세배로 늘려주는 '바로우'라는 렌즈를 중간에 두고 촬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수월하게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화질도 맘에 안 들고요.. 그렇게 해서 다시 큰맘 먹고 초점거리가 긴 경통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경통에 맞춰 주변 장비들을 또 대대적으로 손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또 이제 행성 사진이 하고 싶어 지고 그러면 또.......


추가로 도입한 6" 사진용 반사망원경


여기에 부수적으로 덧붙이면 전문적인 천체 전용 카메라도 욕심이 생기고 특정 파장의 빛만 촬영하는 필터에도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여느 취미가 다 그렇듯 알아갈수록 쌓이는 건 장비인 셈이지요.


다시 처음에 했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한번 사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장비를 사고 싶어요" 이 말의 뜻은 한번 사면 그 장비만 가지고 계속 취미생활하고 싶어요 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흔히 많은 분들이 말하는 "기왕이면 한방에 가고 싶어요"와 같은 맥락이지요.


김새는 이야기이지만 '한방' 짜리 장비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한방' 짜리 장비로 천체사진의 모든 분야를 다 할 순 없습니다. 안시 장비는 시쳇말로 '구경이 깡패다'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구경이 크면 어두운 대상을 보다 더 잘 볼 수 있고 바로우 렌즈를 쓰든 아니면 짧은 초점거리의 접안렌즈를 쓰든 하면서 배율을 높이는데도 어느 정도는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사진장비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계획입니다. 지금 주로 찍고 싶은 대상이 어떤 대상들인지.. 그리고 특성은 어떠한지를 잘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적당한' 장비를 구매하는 게 현명합니다. 마치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렌즈를 사서 쓰고 다른 렌즈가 써보고 싶을 때 추가 구매를 하거나 혹은 현재 쓰는 렌즈를 중고 거래하고 바꾸듯 천체사진도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갑니다. 취미활동을 하며 장비를 추가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즐기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한 가지 장비만 가지고 하기에는 밤하늘의 대상들이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만큼 공부할 거리도 많다는 이야기지요.


아무쪼록 취미생활을 위한 장비를 구매하는데 충분한 검토와 계획을 세우고 즐겁게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한 개의 장비로 밤하늘의 모든 것을 담기엔 우주는 넓고 너무 다양합니다. 천천히 즐기며 필요에 따라선 장비도 바꿔보고 거기서 느끼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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