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천문력을 읽어드립니다.
얼마 전까진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느새 벚꽃이 피고 기온이 올라 봄날씨가 된듯한 요즘입니다. 다만 여전히 제가 사는 제주는 흔히 '고사리 장마'라고 불리는 비날씨가 계속되어 별을 볼만한 날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4월에는 어떠한 천문 현상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식이라는 천문현상은 달이 태양을 가리며 생기는 현상입니다. 태양의 부분을 가리면 부분일식, 전체를 가리면 개기일식 전체를 가리지만 달이 태양보다 작게 보여서 생기는 현상을 금환일식 그리고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이 함께 일어나는 혼성(하이브리드) 일식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가 달이 가려져 보이는 현상을 월식이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큰 그림자 안에 들어가는 월식 현상은 일식과 비교하면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관측되는 지역도 넓은 편이지만 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지구 어딘가에 드리우는 현상이라서 관측 지역도 비교적 좁은 편이고 특히나 개기식이 보이는 부분은 지구본에서 보면 한 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이번 한국시간으로 4월 9일 개기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멕시코-미국-캐나다를 가로지를 예정으로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한 현상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관측지역이 협소한 이유로 매번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장소는 천문애호가들의 여행지로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나 이런 식 현상은 예측이 쉬워진 관계로 미리 해당지역의 숙소등을 예약해 두고 일식 헌팅을 다니는 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아쉽게나마 스텔라리움을 통해 9일 일식이 잘 보일법한 위치로 설정을 해서 동영상을 녹화해 봤습니다. 달이 태양을 온전히 가렸을 때 보이는 코로나와 처음엔 보이지 않다가 어두워지며 나타나는 수성이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밝은 낮에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하늘에 별들이 보이는 현상을 보게 된다면 다들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도 부분일식은 여러 번 보았지만 아직 개기일식은 보지 못했는데요. 한국에서 관측 가능한 개기일식은 35년 9월에 있을 예정입니다. 달의 그림자가 중국을 지나 한국 일본을 거쳐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데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평양을 지나 강원도 고성을 거쳐 가게 됩니다. 북한에 가지 못한다면 유일한 방법은 고성에서 관측하는 방법이 될 것 같네요 ^^;
천문애호가라면 일생에 오로라와 개기일식 한번 정도는 봐야 한다고 할 만큼의 현상이지만 움직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보기 힘든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천문현상은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소개하지 않으면 35년까지는 소개할 일이 없을 것 같아 한번 넣어보았습니다.
4월 말은 거문고자리 유성우가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이번 거문고자리 유성우는 아쉽게도 극대기가 한국시간으로 낮인 15:44 경인 데다 월령 13.7일로 밤에는 보름달에 가까운 밝은 달이 뜨는 시기라 유성우 관측을 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보통 극대기 전후 며칠간은 평소보다 유성이 많이 관측되긴 하지만 달이 한창 밝을 시기라 유성을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밤에 길을 가다 밝은 유성을 보았다 싶으면 거문고자리 유성우를 보았다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달이 밝더라도 매우 밝은 유성 (혹은 이런 유성을 화구라고도 표현합니다)은 충분히 관측 가능합니다 :)
날씨가 풀리면서 미세먼지도 덩달아 높아지는 날이 있지만 이제 밤에도 이전보다는 덜 껴입어도 별 보러 나갈만한 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봄철에 떠오르는 북두칠성을 보며 국자에서 떨어지는 물이 비가 되어 봄에 비가 내린다는 상상을 했다고 하는데요. 봄철 별자리 글을 한번 읽어보고 화창한 날 밤에 한번 나가서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4월의 천체관측 적기는 달이 밤하늘에서 안 보이는 (개기일식 날을 생각해 보면 그즈음이 적기입니다) 첫 주 주말인 5일쯤부터 13일쯤까지가 될 것 같습니다. 봄비도 제법 내리고 미세먼지도 오는 봄철이지만 한번 화창한 날 밤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