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소의 곁 01화

그녀가 그려낸 반원

by FONDOF


스타필드 잇토피아 키즈존



아이용 숟가락에 한입 쌀밥에 반찬을 얹어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는 그 숟가락을 받친 모양새로 서있는

누군가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는 키즈존을 하염없이 둘러보고 있다.

바쁜 눈동자, 불안한가 싶었는데 화가 난 것도 같은 눈빛으로 아이를 찾는듯한.


회갈색에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통자 원피스를 입고 있다.

나도 몇 번 클릭한 적이 있어서 익숙한,

비슷한 스타일이 여기저기 많은 쇼핑몰에 기본템으로 있는 그런.

단발에 풍성한 곱슬머리, 미용실을 다녀온 지는 꽤 되어 보이는듯한 인상이다.

원피스 밑으로 나온 샌들 속 맨 발이 꼿꼿하다.


왁왁 소란스러운 무리 속, 마른 체형에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발견하고는

곧장 신발을 벗고 키즈존으로 대뜸 들어가 사선을 뚫는 걸음으로 아이에게 향한다.

두 손은 미동 없이 숟가락을 들고 받치고 있는 채로.

노는 데 정신 팔린 아이의 뒤에 바짝 붙어, 등을 톡톡 친다.


아이는 휙 한 번 고개를 돌려 엄마를 확인하고는 뭐냐는듯 놀던 대로 몰두한다.

광대까지 내려오는 까만 머리칼이 땀에 젖어 반짝인다.

엄마는 한 손으로 아들의 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정수리에서부터 숟가락을 천천히 내려 아이의 입에 넣어준다.

아이의 벌린 입이 닫힐 때 숟가락을 빼던 엄마의 입술도 같이 닫힌다.


나는 빈 숟가락을 들고 터덜터덜 키즈존을 나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녀의 느린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반원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을 즈음,

아이를 돌아보니 입안 가득 음식을 씹지도 않고 물고만 있다.


4인 테이블 위로 놓인 주인 없는 두 식판을 마주하고

혼자 구부정하게 앉아 본인 식판 위로 숟가락을 느긋하게 놀리는 남자,

입 안에 남은 음식을 우물거리다가 아내가 맞은편에 털썩 앉자 비로소 자세를 쑤욱 펴고는

빈 눈으로 주변을 훵 둘러보더니 아무 데나 응시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맥없이 아이 이름을

건조하게 한 번 불렀다.


여자는 잠시 앉았다가 이내 어깨가 올라가도록 손바닥으로 식탁을 짚어 일어나더니

숟가락을 들어 어질러진 앞접시들에 남아있는 음식물을 한 데 모으고 착착 포갠다.

남편은 휴지 한 장을 집어 식탁을 대충 훔치면서

아빠다리를 풀어 더듬더듬 발가락으로 슬리퍼를 찾는다.


식판을 들고 반납하러 가는 여자의 뒤통수가 한쪽으로 기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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