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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logic Feb 06. 2018

글꼴 썰(說) #6 : 탈네모꼴 신문체 한겨레결체

정사각형 한글, 탈네모꼴 글꼴


훈민정음의 네모꼴 글꼴 한글

한글은 개발 당시부터 한자(漢字)와 함께 쓰이다 보니 훈민정음에서의 모양부터 정사각형 박스를 가득 채우는 형태로 쓰이게 된다. 

그러니 창제 당시의 원리를 운운하며 받침 없는 글자와 받침 있는 글자의 크기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쉽게 수긍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안상수 선생의 글꼴에서 탈네모꼴 글꼴의 현대적 원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선생의 글꼴에 대하여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안상수체

앞선 탈네모꼴 글꼴들도 많이 있지만, 아래한글에 기본 번들되어 일반 워드프로세서 사용자들에게 제공되었고, 정사각형 반듯한 글자만을 보아온 일반인들의 눈에 초성, 중성, 종성이 같은 무게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글꼴이 바로 안상수 체 인 것이다.


그 이전과 이후로 많은 시각디자이너 분들이 탈네모꼴 글꼴을 만들게 되었지만, 인쇄용 신문의 글꼴은 탈네모꼴의 벽을 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러한 벽을 넘어선 첫 번째이자 현재로는 유일한 글꼴 "한겨레결체"(한결체)에 대하여 살펴보자.



한겨레결체의 초기 모습


한겨레결체 본문 글꼴의 구조

한겨레결체의 획의 마무리 디자인과 기본 형태는 시각디자이너인 글씨미디어의 홍동원 실장의 손을 거쳤고, 전 글자를 직접 그리고 조형과 균형을 함께 것은 태시스템의 김화복 대표 디자이너였다. 김화복 선생은 과거에 "한국일보"의 신문 글꼴을 개발하였고, 국내에서 식자용 글꼴을 경험한 몇 안 되는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겨레결체는 "ㅗ"계열 모음에서만 탈네모꼴 콘셉트를 살리고, "ㅏ,ㅓ"계열의 초성을 윗선 맞춤으로 하고 상하 획의 길이를 약간 짧게 만든, 탈네모꼴의 냄새만을 풍긴 글꼴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아래는 초기에 위의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글꼴의 샘플이다.


아래 샘플은 "무주리조트", "스노보드파크", "티프치며"와 같이 종성이 없는 글자들이 모여 있을 때, 종성이 있는 글자들과 만나는 경우의 편집 형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어 보던 샘플이다. 아래의 글자들을 이리저리 연결하여 다양한 문장을 편집해 보았다.
이 디자인 샘플은 받침이  있는 글자들과 없는 글자들이 의도적으로 모여 있는 보기 샘플이다.


한겨레결체 제목체의 초기 디자인

그러므로 "한겨레결체"는 위에 보여준 "안상수체" 나 태 시스템의 "태-조합체"와 비교하면 탈네모꼴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글꼴이다. 그러나 신문 본문 글꼴이 윗선 맞춤으로 만들어진 것 역시 당시로 보면 파격적인 형태였다.


한겨레결체와 함께 사용된 "한결제목체"는 탈 네모꼴의 기본 정신을 어느 정도 지킨 글꼴이다. 그뿐만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넓이 값을 가지게 되는 실험적 시도 역시 함께 진행되었다. 한결제목체의 초기 디자인은 아래와 같은 콘셉트 디자인이 남아 있지만 정확히 이를 구현하지는 않았다.


"활"과 "빼"와 같이 상하가 길거나 좌우가 넓은 형태의 글자에 원칙적으로 적용된 과도한 "탈 정방형" 시도에 호불호가 크게 갈려, 신문이 처음 글자꼴을 바꿨을 때 엄청난 반향이 있었다. 

물론 칭찬도 있었지만 상처받을 만한 반응도 많았다. 

어찌 되었건 시대를 앞서 가려면 이 정도의 돌팔매는 견뎌나갈 수 있는 맷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당시의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의 실험을 인정해 준 한겨레신문사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한겨레결체"가 만들어지고 한겨레신문사와 태시스템은 공동으로 저작권을 가지고, 일반인들이 신문사의 본문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공개하였다. 그때까지 신문사의 글꼴은 신문사만의 고유 자산이라고 생각하여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렸다. 우리가 "한겨레결체"를 공개한 이후에 다른 대형 신문사들도 모두 자사의 신문체를 일반에게 공개하여, 한겨레신문은 신문의 한글전용 가로 쓰기를 선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문의 글꼴을 공개하는 최초의 신문사가 되었다.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한겨레 신문용 고딕 글꼴 "한겨레 돌체"역시 이러한 규칙을 적용한 글꼴이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마저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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