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aration - 전략과 재무, 오퍼레이션의 종합선물세트
안녕하세요, 신세계에서 신사업으로써 대안(대체)식품 미국 사업을 맡아 추진하고 있는 김용우입니다. 투자 유치 업무에 관한 내용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투자 유치의 준비를 계속해서 다룹니다. 피치덱 작성에 있어 전문적이라는 탈을 쓴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잊지 않고 마지막에..
내용은 저의 저작물입니다. 타 처로의 전송은 금지됩니다.
지난 글에서 목차를 아래와 같이 설정해 보았습니다. 관점과 시점, 그리고 생각하는 스토리라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필수적이라고 느끼시는 내용이 아래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반대로 불필요해 보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 생각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Vision(Mission) statement / 문제인식(Problems) / 해결방안(Solutions) / 제품 및 기술 소개(Products) / 시장 조사(Market analysis) / 경쟁 분석(Competitive analysis) / 성장 경로 제시(Growth road-map) / Financial forecasting(재무 전망) / 창업 팀 소개
지난 글에서 먼저 논의한 내용은 시장 조사 부분까지입니다. 경쟁 분석부터 다시 이어갑니다.
6) 경쟁 분석
우리가 목표하는 큰 범주의 시장을 선정한 뒤(TAM), 그 안에서 여러 가설과 조건을 반영하여 우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보았습니다(SAM). 마지막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제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으로 생각하는 경계(SOM)를 식별하면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렇게 시장을 구분하고 나면 playground가 어디인지 알게 되는데, 남은 것은 나 말고 다른 player 누가 동일한 playground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살펴보면 될 일이지만, 빠짐없이 검토하기 위해서 그리고 논의가 한 방향으로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 시장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론들이 존재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 즉 경쟁사에 대해 요구되는 정보 수준에 접근이 가능한지 /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여러 가지 고민해 보고 우리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과정과 결과로 보이는 내용을 선택하는 것 역시 방법입니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분석 방법론으로는 3C(Customer, Competiter, Company), BCG matrix, GE matrix, Five forces model, Value-chain 분석, Value driver 분석, 재무비율분석 정도가 있습니다. (경쟁 분석 방법론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교과서와 기타 정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따로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혹시 필요한 분들이 계신 경우 말씀 주시면 따로 정리해서 공유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방법론으로써 유명한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ies, Threats) 분석을 활용하려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만약 그렇게 진행해 보시면 결론이 굉장히 모호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유는 시장과 경쟁의 분석 작업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무슨 말인고 하니 SWOT 분석의 요소 중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은 시장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써 만약 우리가 TAM > SAM > SOM 작업을 제대로 진행해서 SOM(필요한 경우 SAM) 내 경쟁사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때 SWOT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모든 경쟁사가 동일한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가지고 있어 분석의 실익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시장 분석과 경쟁 분석을 동시에 진행하려면 PEST(Political, Economical, Sociocultural, Technological)과 같은 모델을 통해 거시적 환경을 살펴본 뒤 SWOT 분석을 통해 시장의 요인(기회요인 및 위협요인)과 경쟁의 요인(강점 및 약점)을 살펴보는 흐름으로 진행되어야 논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아주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고객이나 청자의 요구 등 특별한 필요가 있지 않은 경우에는 TAM > SAM > SOM 작업을 통해 시장의 규모, 전망, 주요 카테고리 정도를 파악한 뒤 각 경쟁사의 강점과 약점(Pros and Cons)을 분석하거나 각 사 제품의 feature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정도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아주 가끔이지만) 우리가 Market maker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제품 대신 각 사 전략과 성장 방향성에 대해 추론하여 비교합니다. 그리고 나서 알게 된 시장의 규모와 현황, 경쟁의 수준, 경쟁사 제품의 실적 등을 토대로 우리의 목표(또는 예상) 시장 점유율을 책정하게 됩니다.
아래는 2019년에 모 스타트업을 위해 분석 작업을 진행했던 예시입니다.
7) 성장 경로 제시
먼 길을 걸었고 이제 클라이막스, 기승전결의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성장의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을까요? 먼저, 성장의 경로란 무엇일까요?
거창하게 로드맵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막연하게 각종 막대기와 화살표, 좀 더 나아가면 버블차트나 타임라인 같은 그림들이 어지럽게 머리속에 떠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결과물의 페이지는 그런 것들로 그려지는 것은 맞겠지만, 그림을 그려나가기에 앞서 먼저 무엇을 말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글 서두에서 논의했듯이 로드맵 뿐 아니라 모든 자료에 필요한 노력입니다.)
로드맵, 성장 경로를 제시하겠다는 마음을 품었을 때 말해주어야 할 정보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 앞서 검토한 시장과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기대 지표, 둘째, 해당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필요한 자원(자본, 시간, 인력), 셋째, 상기 두 가지 요소를 시계열적으로 배치한 타임라인.
- 먼저 지표입니다. TAM > SAM > SOM 작업을 진행하면서 살펴본 시장의 규모와 특성, 이후 진행한 경쟁 분석과 우리의 (잠재적) 경쟁 우위 요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전망해 보았습니다. 시장점유율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지표가 있었을 것이고, 통상 매출이지만 사용자 수, Transaction 수, 물동량 등 사업에서 Key success factor로 꼽을 수 있는 여러 지표를 검토하여 선정하면 됩니다.
- 예를 들어 매출액이라면 향후 3년간 TAM, SAM, SOM 규모의 전망치를 확인한 뒤 우리의 목표(예상) 시장점유율을 각 연도에 곱하여 예상 매출이 나오도록 하면 됩니다. 다른 지표여도 마찬가지입니다.
- 다음으로 해야 할 일과 필요한 자원인데, 이 부분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많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 다시 예를 들어 매출액을 지표로 가지는 App 제작 회사라고 가정해 보면, (경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이 회사는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제품을 구축 및 운영하고, 마케팅을 실행하고, 사용자를 흡수하고, 사용자 이탈을 방지하고, CS를 수행하고,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다시 사용자를 흡수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는 필요 자본을 책정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 제품 운영에 필요한 비용, 마케팅 캠페인을 위한 예산, 사용자 인입을 위해 지출되는 추가 비용, 이탈 방지 및 CS를 위해 소요되는 부가 비용, 제품의 지속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비용 등을 계상하고 이러한 비즈니스 사이클에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인지도와 성숙도 제고에 따라 사용자 인입을 위한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지,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며 점진적인 성장과 Unit economics의 흑자 전환 등을 구조화해야 합니다.
- 여기서 필요한 자본을 (-)로, 들어오는 자본을 (+)로 대사했을 때 Unit economics가 흑자 전환되는 시점 전에는 새로운 투자금, 즉 Fresh money가 없다면 전체 자본이 (-)로 전환되는 시점이 발생하는데, 현재부터 그 지점까지의 시간을 run way 라고 부릅니다.
- 아울러 필요 자본이 적절하게 투입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책정합니다. 시간과 인력은 공통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별도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 제작을 위해 책정되는 시간은 추가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짧아질 수 있는 반면 마케팅 캠페인을 준비하거나 관련된 법률 리스크를 제거하는 등의 요소는 인력의 규모와 독립적인 시간 책정이 필요한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 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본과 시간, 인력을 산출했다면 거의 다 왔습니다. 향후 3년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지표를 연 단위, 가급적 분기 단위로 단계별 책정한 뒤 해당 지표가 결과로 도출될 수 있는 Operation을 가미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App 제작 회사라면 프로토타입 출시(에는 얼마의 자본과 얼마의 FTE, 투입해서 어떤 과업을 수행하면 되는지) - 베타버전 출시(에는 얼마의 자본과 얼마의 FTE, 시간을 투입해서 어떤 과업을 수행하면 되는지) - 정식버전 출시 등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보통 한정적인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이 작업을 [전략 수립]이라고 부릅니다.
8) 재무 전망
- 재무 전망은 투자자에게 매우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함께 제공합니다.
- 다만 성장 경로 제시까지 자료 준비가 잘 되었다면 이미 내용은 도출되어 있을 것이고, 각 Revenue stream과 Cost factor를 조금 더 구체화하여 예상해봅니다.
- 이는 단지 전망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계획과 무언가 다른 결과가 도출되고 있을 때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가설의 수정과 재검증이 필요한지 빠르게 판단하는 것에 매우 필요한 사전 작업입니다.
- 모든 투자자들은 재무 전망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장미빛 미래도 좋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그보다 큰 고통이 따르니 신중하고 현실적인 전망 작성은 필수적입니다.
- 미국에서는 상장사의 경우 매 실적 발표마다 경영진이 가이던스라고 부르는 전망치를 제시하는데, 전망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면 투자자로부터 소송이 일어나기도 하는 점 알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이사회에 의해 제거당할 가능성은 높겠죠)
9) 팀 소개
- 통상 마지막 내용입니다. 창업 팀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서 제품이 고도화되고, 브랜드가 성장하고, 영업권이 확보되고, 자연스럽게 물적 유무형 자산이 커지게 됩니다만 그 전에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지금은 회사의 압도적으로 중요한 자산은 인적자본입니다.
- 초기 투자사는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지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만 그 보다도 누구에게 투자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이는 초기 사업은 사실 적어도 시행착오, 많은 경우 실패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인데 그러한 실패를 함께 겪어 나갈 창업 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정도로 타이트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는지 따위가 그러한 불확실성을 뚫고 지나서 말로만 듣던 J-curve까지 사업을 이끌어 줄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 잠깐 이야기가 나온 대로 창업 팀에 대해서는 단순히 BIO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은 어떤 사람들이고 핵심 인력들은 얼마나 헌신적인 상태인지, 관련 경험은 어느 정도이고 관련 지식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 사업이 우리 손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 시장 누구의 손을 타는 것 보다 최적화된 이유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피치덱 내용의 서두에 자문으로 비용 지불하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사실 급하면 해야죠?
여기까지 읽어 주셨다면 이해하신 바와 같이, 피치덱은 사업의 본질적인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극도로 유기적 구조화된 형태로 표출됩니다. 가장 먼저는 창업자/팀으로서 이러한 내용 전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싫다는 거부감이 들어야 마땅하고, 만약 불가피하게 활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스토리라인은 내부에서 잡고 각 지표나 핵심 기술, 제품, 팀원 등은 blind 상태로 작업되도록 한 후 finalize 하시기를 권합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이러한 자문을 하시는 분들은 MECE하게 보면 1) 잘하시는 분과 2) 못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잘하시는 분들은 제법 비쌉니다. 못하시는 분들은 높은 확률로 가지고 있는 템플릿에 우리 내용을 끼워 맞추려고 할 텐데 퀄리티가 매우 낮고, 열심히 일하는 심사역이라면 어디서 본 내용 같다고 느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골디락스를 찾기란 매우 희귀한 경우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피치덱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부에서 작업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를 역시 강하게 권합니다. 한 번 해놓고 나면 감이 금방 오실겁니다. 그럼 후배 창업 팀들 많이 도와주시고..
정리합니다. 피치덱이란 (주로 투자자에게) 우리 팀과 사업의 소개를 위해 필수적인 내용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자료입니다. 피치덱에는 우리가 이 사업을 왜 추진하는지, 무엇을 해결하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래서 얼마의 수익을 어떻게 내고자 하는지, 누가 이 일을 하는지를 다루게 되는 것이고 이 내용 모두가 다루어져야 하겠습니다만 우리 상황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우리가 강한 측면을 강조하여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스킬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사 단계에서 일어날 일과 준비해야 할 자료를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