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는 조사가 절대로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신세계에서 신사업으로써 대안(대체)식품 미국 사업을 맡아 추진하고 있는 김용우입니다. 투자 유치 업무에 관한 내용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실사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실사는 투자사에게 전달한 우리의 진술을 검증하는 일입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검증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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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들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는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의 내용을 정리한 뒤 설명할 수 있는 자료로 구성하고, 누구에게 투자를 받아야 할지 고민한 뒤 연락을 취하고, 자료를 전달하고, 사업을 설명(피칭)하였습니다.
그 뒤 투자자 측에서 투자 의향이 확정되면 실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실사란 IR 자료 구성 및 피칭에서 언급했던 많은 사실관계들, 그리고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사항 및 향후 전망을 위해서 추정한 내용, 가설 기반의 전망, 기타 사항에 대해 세밀하게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치덱을 작성할 때 어떤 구성 요소를 담았는지 다시 한번만 살펴보겠습니다.
Vision(Mission) statement / 문제인식(Problems) / 해결방안(Solutions) / 제품 및 기술 소개(Products) / 시장 조사(Market analysis) / 경쟁 분석(Competitive analysis) / 성장 경로 제시(Growth road-map) / Financial forecasting(재무 전망) / 창업 팀 소개
우리 제품 및 서비스의 핵심인 문제인식과 해결을 위한 방안은 가설 기반의 사고가 작용합니다. 시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X 때문이니 우리가 Y를 제공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시장이 조금 더 효율화 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과연 이런 가설이 정말 맞을까? 하는 고민을 담아 수행한 리서치의 수집된 자료, 확인한 Data, 그로부터 도출한 인사이트,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 노트 등을 통해서 가설을 검증하였을 것입니다.
시장 조사를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전체 시장을 분석하여 결과를 내기보다 참조 수치를 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조한 보고서가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드라이버를 통해 어떤 시장을 합해서 보거나 나누어서 보거나, 또는 시계열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 갈 모습을 상정하였을 것입니다.
시장과 경쟁사를 분석함에 있어서 특히 경쟁사에 대해서는 접근 가능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기 마련입니다. 이 영역에서는 소위 이 시장의 "판"을 설정한 뒤 파편화된 정보의 퍼즐을 늘어놓고 그 사이에 어떤 조각이 들어가야 전체 퍼즐이 완성될 수 있을지 추론하여 채워 나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세 가지 예시를 들어 논의했지만 요는 실사 과정에서 확인 및 검증되어야 하는 내용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실무에서, 특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다소 간소화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만약 리드 투자자가 있는 경우에는 리드 투자자의 실사 결과를 함께 수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이러한 경우, 1) 시장에 대한 검증과 2) 제품에 대한 검증, 필요한 경우에는 3) 기술에 대한 검증과 4) 재무/회계 현황에 대한 검증 정도를 수행하게 됩니다.
본 내용이 필요한 분들은 많은 경우 스타트업일 것으로 생각하여 스타트업 투자 유치 여정을 상정하였습니다만 실사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스타트업 버전의 실사 대신 정식 버전의 실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사는 "검증" 하는 과정으로 개념을 소개하였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검증하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실사의 종류를 살펴봅니다.
전통적으로 실사는 CDD(Commercial DD), FDD(Financial DD), LDD(Legal DD)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씩 살펴볼텐데 편의상 실사 대상 회사가 아닌 수행 주체의 입장에서 기술합니다.
CDD는 사업실사라고도 부르며 주로 Top-line, 즉 매출 관련 사항을 다루게 됩니다. 표현하자면 '이 회사가 향후 5년간 매출액 전망치를 이렇게 제시했는데, 달성이 가능해 보이는지' 검증하는 일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본 과정은 1) 회사의 주장에 거짓이 있는지 조사하거나 2) 회사의 매출 전망을 낮춤으로써 거래 가액을 낮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사업실사는 회사가 제시한 매출액 전망치와 그러한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장 현황 및 전망/제품과 기술/경쟁 환경을 살펴보고 각 수익 창출의 경로, 즉 revenue stream을 검토하여 어느 정도로 달성 가능한 가설로 뒷받침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나름의 가설을 새로이 수립하여 실사팀만의 전망치를 제시합니다. 회사에서 제시한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지는 경우 매도측과의 협상을 통해 가치평가 내역에 이를 수정 반영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높아지는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로 인수 이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별도 성장 경로로써 준비합니다. 매출 전망치가 달성은 가능하지만 추가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를 반드시 가치평가 내역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시장과 경쟁, 제품과 기술을 분석하고 향후 벌어질 일들에 대해 가설 기반의 논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컨설팅 팀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FDD는 주로 재무실사로 부릅니다. (가치평가와는 다릅니다.) 재무실사는 재무제표가 회사의 사업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내부거래 또는 특수관계자거래로 인해 매출이 과대/과소계상되지는 않았는지, 개발비가 함부로 자산화되지 않았는지, 리스회계처리에 오류가 없는지, Cash conversion cycle은 건전한지와 같은 방대한 내용을 검토합니다. 대상 회사와 관련하여 물리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1) 빠짐없이, 2) 적절하게, 3) 예측가능하게 장부로 표현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회계사로 구성된 전문가 팀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재무실사를 가치평가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슷하게 재무제표를 다루고, 비슷하게 회계사가 수행한다는 유사한 점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로 그 본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본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전문가분들이 계셔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반 독자를 위해 매우 거칠게 뭉뚱그려 표현하면 실사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일들이 정확하게 장부로 제시되었는지를 살피는 일이고 가치평가는 현재로부터 미래 시점까지 재무제표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를 전망하는 일이라고 개념만 잡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DD는 법률실사로 부릅니다. 제가 특히나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만 함께 실사단을 꾸려 자문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상 회사의 업종에 따라, 상황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따라 검토해야 하는 법률 상 주제가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거래 자체와 이후 운영 구조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과 규제 관련 리스크를 식별한 후 이를 해결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해 두는 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LDD 역시 이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진술을 법률적 전문성에 비추어 여러 각도로 검증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ESG 측면의 경영기조가 상당히 주목받게 됨에 따라 인수 과정 및 이후에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지배구조 측면에서 매수측에 미치게 될 것으로 생각되는 영향이나 리스크를 많이 확인하게 되었으며, 전통적으로 노무 관련 이슈는 LDD에서 언제나 매우 큰 주제가 됩니다.
각 DD 영역에서 회사의 진술을 검증하는 일을 정리하기 위해 예시를 하나 들어 보면, 어떤 제조업체의 각 공장이 소각로를 필요로 하는데 회사에서는 보유 중인 미래부지(비어 있는 부지)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면 매출액이 20% 상향될 수 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CDD팀은 본 진술을 검증하기 위하여 1) 시장의 수요-공급 현황과 회사의 경쟁 우위를 고려하였을 때 증산하면 해당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지, 2) 회사의 고객 명단과 영업 역량을 고려하였을 때 증산 물량을 판매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영업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3) 추가가 필요한 투자 금액(CAPEX)는 충분하고 적절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게 되고, FDD팀은 부지의 매입 과정에서 회계 처리는 잘 되어 있는지 및 소유 현황은 회사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장부가액 대비 평가액은 어느 정도 차이나고 있는지 등을, LDD팀은 1) 해당 부지에 공장을 설립할 때 소각로에 대한 인허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및 지역주민의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지라거나 2) 관련한 환경 규제 현황을 고려할 때 회사가 감안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은 없는지, 3) 회사의 공장에 노조가 존재할텐데 조합원이 증가함에 따라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영역은 이러합니다만, 최근 사업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실사의 영역 자체도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왔고 (대부분 위의 세 과정에서 함께 수행하지만) 매수측이 특정 영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 해당 영역에 조금 더 날을 세운 실사를 추진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소개합니다.
TDD - Tecnology DD > 각 산업에 적용되는 기술이 매우 고도화되고 어떤 경우에는 융합산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회사를 평가하거나 투자 의사결정을 진행하기 어려워 관련 기술의 전문가를 통해 회사의 기술에 대한 진술을 검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TDD - Tax DD > 다른 TDD가 하나 있는데 세무실사입니다. 통상 법률실사에서 함께 다루어 주십니다만 소개를 위해 별도로 추가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지금까지 납부하거나 미납한 세금을 분석하여 우려사항이 있는지, 향후 세액이 적절하게 전망되었는지, 미래 시점에 세무 리스크로 인식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등에 대해 검증합니다.
ODD - Operational DD > CDD와 FDD 사이의 모든것을 검증합니다. 즉, CDD팀이 Top-line(매출) 달성 가능성을 검증하고 FDD팀이 회사의 재무제표가 적정한지를 판단하고 신뢰하게 되는 Bottom-line(손익)의 사이에는 수많은 line이 들어가는데 각 line에 대한 진술과 이에 대한 검증을 수행합니다. 즉 제조원가율이 55% 수준이라고 진술했다면 해당 수준의 제조원가율이 적정하고 지속가능한지, 인건비를 20% 절감할 수 있다는 진술이 있었다면 그 상태에서도 회사의 생산량이나 제품/서비스 제공이 원활하게 가능할지와 같은 검증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역량이 좋은 팀은 검증에 그치지 않고 개선을 위한 Driver를 함께 도출하게 되며, 산업에 따라서는 각 비용 항목의 절감이 사업 구조를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리합니다. 실사는 회사의 진술을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CDD는 회사가 전망하는 매출 수준이 달성 가능한지 검증합니다. FDD는 회사의 사업이 재무제표로 잘 반영되어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LDD는 회사의 진술과 전망에 법률적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지를 검증하고, 필요한 경우 Tech/Tax/Operation 등의 주제를 심도있게 추가로 검증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SPA를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