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학교 설립을 꿈꾸며

어느 작가 지망생의 소망

by 홍정주

나는 정신장애 3급이다. 9년 전, 2010년에 발병했다. 나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나와 같은 3급 정신장애인이시고, 여동생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9년 전부터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어떤 일을 시키고, 나와 내 주변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경험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수면장애도 생겼다. 새벽까지 자지 못하고 아침에는 가위눌리듯 꿈에 눌려 잘 일어나지 못한다. 처음에는 내가 정신분열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으나 지금은 그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2016년도에는 정신장애인 등록도 했다. 정신병이 발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장애인으로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장애인 등록을 하면 차별을 받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결국 2016년도에 장애인등록을 하게 됐다. 그 후 장애인 대상의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지금 일을 하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을 할 때도 장애인전형으로 들어가거나 장애인으로서 배려를 받을 수도 있다. 장애인 등록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장애인 등록을 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등록 전과 비교해 좋은 점이 많아졌다.


요즘의 나는 복지관과 야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배움에야말로 때가 없다고 생각한다. 복지관 교실을 가득 채운 노인들의 높은 창작열이 그것을 잘 보여 준다. 나는 복지관을 통해서 배운 것을 가지고 내 밥벌이도 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 대학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장애인 대학이 하나도 없다. 내가 정신장애인으로서 복지관과 야학에 다니며 겪어본 경험으로 봐서 장애인은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다독여 주며, 서로의 장애를 이해해 주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공부할 수 있다. 글쓰기 교실만 봐도 그렇다. 장애에 상관없이,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교감한다. 이중 석사도 나오고 박사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장애인 대학에서 졸업생들을 학교의 직원이나 교수로 채용하는 자조시스템이 생겨나면 나는 그곳이야 말로 정말 좋은 곳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2148476555.jpg


장애인 대학이 생기면 무엇이 좋을까? 장애인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학구열이 높은 장애인들이 대학에 입학해 석사 박사를 하고 그 대학의 교수가 되는 시스템이 이루어 질 것이다. 자기가 배운 것을 써서 다른 이에게 전해 주는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일 것이다. 나의 경우 동화를 쓰고 공부하면서 터득한 지식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는 장애인이 되고 난 이후 특수학교 선생님의 꿈을 안고 일반대학 특수교육과로의 대학입시를 치룬 적이 있다. 경쟁률도 매우 세고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장애인학생 도우미제도가 있는 학교도 있었고 없는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장애인 전형이라고 해도 장애인인 내가 일반인 학생들과 함께 입학해서 공부할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장애인은 장애인끼리만 어울리자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이해 받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실례로, 내가 아는 휠체어를 타는 뇌병변 장애인은 장애인 전형으로 oo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는데, 학교를 다니는데 힘든 점들이 많았다. 학교건물 경사로가 너무 높거나 부서져 있어서 휠체어가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시험을 칠 때도 손으로 작성하는 주관식 시험 같은 경우에 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수님도 글씨를 못 알아보았다. 또한 필기 도우미가 있었는데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힘들었고 일반사람들과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close-up-hand-wheel.jpg


물론 장애인 복지정책에서 통합교육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진정한 배려는 이해에서 싹 틀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보다 더 잘 이해 할 수 있다. 또한 몸이 불편 하건 정신적으로 불편하건 내가 아는 많은 장애인들이 지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이 정책을 시행되면 설립과정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장애인 중에서 특히 시각장애인 분 몇몇이 학구열이 무척 높았는데 장애인 대학은 이런 장애인 분들의 학구열의 채워줄 수 있는 좋은 기관이 될 것 같다. 장애인의 경우 일반사람과의 경쟁이 힘들고 장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일반인과 대학에서 경쟁했을 때 공정한 성적을 주기도 매우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일반대학에서 장애인들의 성적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면 정확한 사정과정 없이 대부분 교수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답변한다. 장애인끼리 모여서 공부하는 대학에 장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장애인을 채용해 성적을 주는 과정에 관여하여 진단에서부터 평가까지의 과정에 참여하면 공정한 성적을 주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장애인이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것처럼 필요에 따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입학 기회를 줘도 좋을 것 같다.


소수자의 배려가 높은 사회는 문화선진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라고 믿는다. 통합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이 맘껏 재량을 펼치고 공부할 수 있는 장애인 대학 설립을 꿈꾸어 본다.


multi-ethnic-disabled-people-community-with-pencils.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