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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Oct 18. 2016

낙태를 처벌하면 생명권이 보장되나요?

생명에 우열이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태아의 생명권이 산모의 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임산부의 선택만으로 낙태를 하는 건 불가능하며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할 경우에만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하다.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논란이 계속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낙태 처벌에 관한 법률(형법 제270조 제1항 위헌소원)에 대해 '문제없다'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위헌 4명, 합헌 4명)


ⓒ국민일보


질환이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한 것이 '생명권 보호'?

합헌 결정을 내린 근거의 핵심은 태아가 인간이 될 '생명체'라는 점이다. 하지만 모자보건법 14조에서는 태아가 질병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 처벌 조항의 합헌 결정 논리로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 2010헌바402).'라는 근거를 들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생명권을 존중하기 위해 낙태죄를 실시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14조 1항 1호)',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14조 1항 2호)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14조 1항)'

낙태를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낙태를 처벌하면 낙태가 줄어들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 해 낙태수술이 17만 건에 달할 정도이지만 지난 5년간 지난 낙태수술로 인한 의료인 행정처분은 16건에 불과했다.( 출처: 한겨레, 「“중절수술 규제할수록 음성적으로”…확산되는 ‘낙태 논쟁’」 )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법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낙태는 '불법' 이 되고 있다. 


낙태 처벌에 관련된 조항들은 '생명권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의 우열을 가려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14조는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률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아이를 낳아 기를 사회, 경제적 지원이 부족한 현실도 반영하지 못한 채 처벌만 강화하겠다는 최근 복지부의 행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명권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 한 채 여성들의 자기결정권만 제한하는 행태일 뿐이다.


ⓒ국민일보


임산부의 요청, 사회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는 이미 존재한다. 물론 프랑스, 미국, 독일은 임신 12주 이내, 스웨덴은 18주 이내로 낙태가 가능한 시기를 제한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모두 존중하겠다는 일종의 타협점을 정한 거다. 물론 자기결정권이 생명권에 우선한다 보기는 어렵지만 태아의 생존권이 무조건적으로 우선하는 우리나라보다는 낫다.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

낙태는 최후의 방법이다. 생명권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는 현실이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국가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 없이 낙태만 처벌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높아질 리가 없다. 아이는 먹고 입을 것이며 교육도 받아야 한다. 놀기도 해야 한다. 경제적 여건 없이 사랑만으로 한 생명을 책임질 순 없다.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려면 부모에겐 아이를 낳고 싶고 아이를 기르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는 그렇지 않다. 낙태의 전면 금지 즉, 생명권의 무한한 보장을 위해선 그 생명이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어도 사회가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 질병, 경제 그 어떤 요인이 있더라도 말이다. 또한 부모도 출산으로 인한 그 어떤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나라는 사회적 시선도, 경제적인 지원도 부족하다. 지원은 없이 처벌만 강화하겠다는 거다.


그렇기에 2012년 헌재가 내린 결정은 수정되어야 한다. 질병을 가진 자, 장애를 가진 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 하는 국가에서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맞다. 개정을 촉구한다.


나아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 2010헌바402




01.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 2010헌바402

http://www.law.go.kr/%ED%97%8C%EC%9E%AC%EA%B2%B0%EC%A0%95%EB%A1%80/(2010%ED%97%8C%EB%B0%94402)


02. 「헌재 “태아도 생명권 주체… 낙태 처벌은 합헌”」, 국민일보, 2012.08.23,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0823191105580&srchid=IIM%2Fnews%2F57471459%2Fe974a7d18d7a6953261c116cb387ae38


03. 「“중절수술 규제할수록 음성적으로”…확산되는 ‘낙태 논쟁’」, 경향신문, 2016.10.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62228005&code=940601


0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불법 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동아일보, 2016.10.17

http://news.donga.com/3/all/20161017/80820530/1


05. 「“자궁은 나의 것”…여성들 ‘검은 옷’ 시위」, 한겨레, 2016.10.16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65888.html


06.「“계속 안 만나주면 고발한다” 남친의 협박수단 된 낙태죄」, 한겨레, 2013.6.3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3839.html


07.「‘낙태 금지’ 해외선 입법 무산·위헌 결정 등 ‘자유화’ 경향 , 경향신문, 2016.10.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62227005&code=9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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