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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Dec 05. 2016

복무중인 청년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라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군 복무 중인 청년들은 '정치적 중립'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국군을 제외한 의경, 의무소방대, 사회복무요원 등에게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의 대상이지 '제한'의 대상이 아니다. 국군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하고 있는 헌법 조항들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헌법 5조 2항 :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헌법 7조 2항 :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표현을 국군은 '준수', 공무원은 '보장'이라고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보장'은 제한의 의미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부당한 명령이나 강압에 의해 특정 정당, 후보, 정치적 신념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다.


그 어디에도 제한적 의미는 없다_ⓒ네이버 국어사전


1. 사회복무요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군 복무 중인 청년들은 하고 싶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정치행위'를 할 시 병역법에 위반된다며 법적 제재를 통해 입을 막으려 하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병무청은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26일 이후 첫 출근날인 월요일 (28일)에 각 복무기관으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관리 철저'라는 공문을 보냈다. 표면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북지방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정치행위 금지 관련 복무관리 강조 안내'라는 공문 제목을 보면 해당 공문이 사회복무요원들의 정치적 표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경인지방병무청에서도_ⓒ병무청
서울지방병무청에서도_ⓒ병무청
전북지방병무청에서도_ⓒ


해당 공문의 핵심 내용은


'사회복무요원이 공무원은 아니나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지므로 그 지위와 직무 성질상 정치적 중립 필요.'


하다는 것이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2016헌마252 병역법 제 33조 제2항 제2호 위헌확인)을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은 '선거기간에 사회복무요원이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한 행위가 위헌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선거 기간도 아니고, 선거 운동을 하는 기간도 아닌 시기에 보내야만 하는 공문은 아니었음에 틀림없다. 사회복무요원이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졌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줘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심판대상은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2항 제2호 중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의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헌법재판소, 「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 위헌확인」

* 헌법재판소 판결은 심판대상 조항이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만 임을 분명히 했다. 


2. 의경

의경은


간첩(무장공비를 포함한다)의 침투거부(浸透拒否), 포착(捕捉), 섬멸(殲滅), 그 밖의 대(對)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설치되고 운영된다. 하지만 '의경'하면 시위를 진압 중이거나 차벽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지금까지 의경이 시위 진압에 수도 없이 투입되었다는 반증이다. 의무경찰대법 그 어디에도 시위 진압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없음에도 말이다. 


시위 진압을 아무리 넓게 해석해서 '치안업무'의 일환이라 본다 할지라도 '보조' 업무가 되어야지 의경이 주가 되어선 안 된다.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앞잡이라고 욕을 먹고, 원하지 않는 시위 진압에 투입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경찰 관계자'로 인용되는 그들의 말처럼 시위가 '정치적'인 행위임이 틀림없다면 그 '정치적' 행위를 진압하는 것 또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탄핵을 지지하는 청년이 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위 진압을 해야 한다면 그것보다 더 정치적일 수 없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공무원보수규정 제5조 중 별표 13 등 위헌확인」 에서 <‘직업군인’으로 임용되어 복무하는 자와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자의 보수를 다르게 규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어서 현역병 사병인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고 판결했다. 의무를 강요할 땐 공무원이지만 권리와 봉급을 요구할 땐 '의무병'이라는 논리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지 못하는 동시에 청년을 싼 값에 부리려고만 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노동과 의무는 공무원에 준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_ⓒ법률신문


헌법은 잘못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만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현역 등 다른 방식의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국가안보실 차장 등 특수경력직으로 구분된 공무원들은 국가공무원법 65조 (정치운동의 금지)에서 제외된다. 고위 공무원은 되고 군 복무중인 공무원은 안 된다는 이 논리야 말로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지적은 전무하다. 


헌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지켜지지 않으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건 결국 사람의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을 '제한'의 의미로 해석한 것도,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도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 및 언론, 기업, 대학 등 사회 전반의 인물들이 말이다. 


검찰, 경찰 등의 정부기관이나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진 건 이틀 일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또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헌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치적 중립 '보장'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혹은 일부러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는 그들의 머릿속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중립국'만을 외치던 명준은 결국 중립국에도 행복이 없음을 깨닫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해답은 중립에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중립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었을 때다. 중립은 결국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자들의 핑계이자 피난처일 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실에 중립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중립은 없다_ⓒ트위터 '안녕하지 못한 솟대'

* 위의 판결의 반대의견 결론부가 마음에 들어 따로 적어둡니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사회복무요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을 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 중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의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하였으므로 사회복무요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만을 판단하였다. 그러나 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는 사회복무요원이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선거운동 이외에도 다른 종류의 정치활동들이 모두 금지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비하여 그 위헌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함께 지적해 두고자 한다. 


출처 : 헌법재판소, 「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 위헌확인」


* 참고자료


01.

「군인권센터 "의경 집회 투입 중단하라"...인권위에 진정」, http://news1.kr/articles/?2828324 ,뉴스원

02.

「[청춘리포트] 출동 땐 "다치지 말자"복창..."경찰들이 고생" 말해줄 땐 울컥」, http://news.joins.com/article/20938761?cloc=joongang%7Csns%7Cfb, 중앙일보

03.

헌법재판소,「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 위헌확인」 ,http://search.ccourt.go.kr/ths/pt/selectThsPt0101List.do


04. 헌법재판소,「공무원보수규정 제5조 중 별표 13 등 위헌확인」, http://search.ccourt.go.kr/ths/pr/ths_pr0101_P1.do?seq=0&cname=&eventNum=32211&eventNo=2011%ED%97%8C%EB%A7%88307&pubFlag=0&cId=010200&selectFont


04. 정보공개시스템, http://www.open.go.kr/pa/iframe/infoWonmun/cateSearch/orginlDetail.do#hnp=0.4058904059663542


05.「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lsSc.do?menuId=0&subMenu=1&query=%EC%9D%98%EB%AC%B4%EA%B2%BD%EC%B0%B0%EB%8C%80%EB%B2%95#undefined


* 사진 출처


01. 본문 중 사진

https://twitter.com/sotdae_17/status/665587284259897344


02. 판례속보,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68466, 법률신문


03. 커버 이미지 사진

「"열어라 열어라" 가지 못한 시민들, 경복궁역은 아직 뜨겁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260058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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