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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Nov 29. 2016

출산을 거부한다

출산을 거부한다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 같아도 아이를 안 낳을 거다."는 말을 해버렸다. 어른들은 식사를 하시다 말고 '요즘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며 마저 이야기를 해보라 했고 난 "제가 아이를 아무리 잘 키워도 그 아이가 지금 사회에선 행복할 거란 보장이 없는걸요?." 하고 대답했다. 나름 순화해서 한 말이지만 난 '이상한 생각을 하는 젊은 놈'이 되었고 밥을 먹는 내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출산이 국가 미래를 위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나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그 행복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육아는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씻기고, 재우려면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 단 며칠 생색내듯 하는 게 아니라 몇 년 동안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당연히 자신의 꿈은 잠시 양보해야만 한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출산휴가'는 사실상 사표를 내는 것과 동일하다. 그 희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성이 주로 담당했음은 물론이다.


출산, 육아, 결혼, 자녀 = 경력단절_ⓒ동아일보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양육을 이유로 누군가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강요받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요샌 돈을 주고 육아를 대신해줄 시설이나 사람을 찾는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 후 학교, 학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모는 아이를 맡길 돈을 버느라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부모도 불행하고 자녀도 불행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다. 그렇다고 복지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말로만 하는 출산 장려에 속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


실제 소득이 적을수록 출산율도 감소한다_ⓒ경향신문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육아를 담당하는 게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었다. 박범신의 『비즈니스』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녀의 학원비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어머니'로 그려진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 육아와 교육은 어머니의 무한한 희생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자식이 명문대를 못 가고 대기업에 가지 못 하면 죄인이 된다. 반면에 아버지는 돈을 벌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대체 집에서 애도 제대로 안 보고 뭘 한 거냐'며 큰소리친다.


난 이 불평등하고 불쾌한 레일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도, 스스로 희생을 강요받고 싶지도 않다. 이 사회가 아이를 낳아 기를만한 곳이 될 때까지 난 부모가 되지 않을 거다. 시민으로서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좋다. 직무유기는 이 사회가 먼저 했다. 먹고사는 것도 힘든 나라를 만들어 놓고 말로만 출산을 장려했다. 국가와 사회의 존립을 위해 애를 낳으라고? 개인이 행복하려고 국가를 만든 건데, 국가가 행복하려고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국가는 필요 없다.



* 본문 중 사진 출처


01.「기혼여성 5명중 1명꼴 '경단女'」,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InfoGraphics/View/3/all/20141127/68199058/9#

02. 「“키울 돈 없어 못 낳아”…굳어진 ‘출산 양극화’」,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12119015&code=9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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