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고_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호 Mar 06. 2020

음악이여, 노동자들을 꿈꾸게 하라

다큐멘터리「꿈의 공장」(2010) 을 보고

노동자일 때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소비자일 때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물건을 구매하길 원한다.


아프지만 두 문장은 서로 상충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경우다.


1.

- 왜 그런 대기업들이 그렇게 (OEM을) 하는지 아시나요?
- 돈을 아낄려고, 하하...
- 하지만 기타가 그런 좋지 못한 노동조건에서 생산이 된다면 그래도 그런 기타를 쓸 것 같으세요?
- 음, 글쎄, 모르죠. 가격에 따라 달라지겠죠. 사람들은 항상 싸게 사고 싶어하니깐...
- 싼 기타를 더 좋아한다고요?
- 네 그래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죠. 하하
영화 「꿈의 공장」 인터뷰 중 일부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제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 그 회사가 어떤 구조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지, 적절한 휴식과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노동자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가 충분히 지급된 상품은 비싸게 느껴진다. 노동자 혹은 다른 무언가를 희생하거나 갈아 넣어 단가를 '후려친' 싼 가격의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정보는 '가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건을 살 때마다 기업정보를 찾아보고, 원산지를 검색하고, 관련 기사를 훑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요즘 미국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누가 제품을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상관 안 해요.
대부분의 고객들이나 소매상들은 오직 가격에만 신경써요.
안타까운 얘기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대화를 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을 이해한다. 도와주고 싶다." 라고 말할 거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은 능력 있는 기술자들을 데리고 회사를 차려서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영화 「꿈의 공장」인터뷰 중 일부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이다. 가능하다면 노동자일 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윤리적 소비랄까. 그러나 노동조건이 보장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많은 관심과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2010년에 개봉되었으니 1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 아웃브랜드 파타고니아(PATAHONIA)만 해도 '자연에서 얻는 것보다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이 적다'면서 '우리의 자켓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고 광고하기도 했다. 제품 과정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나 물에 대한 글을 철학 담당 임원(빈센트 스탠리)이 작성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사업한다는 철학을 따르기 함이었다.


3.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2019년 4월 22일, 해고 분쟁 4464일 만에 노사분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른 문제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콜트/콜텍 문제는 국내 최장기 해고 분쟁이다. 1심에서는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가, 2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에서는 원고 최종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4.

위의 인터뷰 내용들이 담긴 다큐 「꿈의 공장」 은 기한 휴업과 부당해고 문제가 있었던 콜트/콜텍 기타 공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이 나온다.


"콜트가 싫어서 나갔으면 당신들끼리 잘 해보라구. 노조를 하든지 재판을 하든지 이제 당신들 자유니까 여기엔 얼씬도 말란 소리야."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우리는 해고당한 바도 없거니와 우리 스스로 사표를 낸 적도 없어요. 출근을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일에서 자부심을 얻고 삶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다. 회사도 노동자에게 노동 윤리와 애사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해고 후에는 다른 일을 하면 되는데 왜 복직을 원하냐, 결국 돈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비난한다. 지겹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2015년 9월 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콜트악기,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이야기했다. 강성노조 강경노조 타령도 지긋지긋하다. 그는 2016년 8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악기 노조에 공식 사과했다.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5. 

노동(콜트), 혐오(혐한시위) 문제에서 일본 시민은 한국과 항상 연대해왔다. 다큐 속에서도 일본 뮤지션들이 모습이 자주 보인다. 국적을 기준으로 우리와 적을 나누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자본과 다국적 기업 앞에서 똑같은 노동자이고 소비자일 뿐이다.


6. 

그들이 정말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척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회적 이슈들, 평화건, 환경이건 사회적 정의이건, 노동자 이슈건 간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행동과 예술로 통해 표현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내 신념을 예술로 엮어가야 할 의무를 느껴요. 아이티에 있던 자연재해건 한국 노동현장의 부당함이건 간에 만약 내 음악, 내 기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곳에 있을 겁니다.
다큐「꿈의 공장」, 톰 모렐로 인터뷰 중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톰 모렐로는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의 기타리스트다. 그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지지으의 메시지를 보낸다. 공연에 함께 하고,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 축하 공연을 오겠다고 말한다. 그는 "난 한국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밝히려 왔다. 기타는 자유를 표현하는 도구이지 착취의 수단이 아니다. 이번 투쟁은 국제적이다."고 말한다. (5)에서 말했듯 자본은 국경을 초월하고, 노동 분쟁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연대 또한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다국적기업, 부자기업이 이른바 ‘밑바닥 경주’(race to the bottom)를 벌이고 있다. 더 높은 노동자 권리나 환경보호 기준을 요구하는 나라를 떠나, 저임금에 노동자 권리나 작업환경 기준이 열악한 곳으로 옮겨"간다. 이 문제는 특정 국가 혹은 개인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음악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자본의 수레바퀴를 잠시라도 멈추고 노동자의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말이다. 음악은 항상 국경을 초월했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내가 그랬듯. 


7.

RATM은 2000년 6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8.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무언가를 머리로 인지하게 되었다고 해도 그걸 내가 진정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내가 발을 디뎌 그 안으로 들어갈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함부로 지껄여서는 안된다.


「꿈의 공장」(2010) 화면 갈무리


* 출처


1. 유부혁, 우상조 기자, 「파타고니아 제품을 사면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2016.12.11, URL : https://news.joins.com/article/20988131, 최종 검색일 : 2020.03.05


2. 디지털뉴스팀, 「김무성 “콜트 강경노조 발언은 잘못”··· 법원 강제 조정에 따라 결국 사과」, 경향신문, 2016.08.26, URL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608261044001, 최종 검색일 : 2020.03.05


3. 임인택 기자, 「"나를 바꿨듯 음악은 세상을 바꾼다"」, 한겨레21, 2010.02.04, URL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6699.html, 최종 검색일 : 2020.03.06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영혼은 안녕하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