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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Jul 19. 2021

심리상담을 받는 중입니다

2회차


0. 심리검사 결과 공유

선생님 : (심리검사 결과지를) 한 번 읽어봤어요. 이 내용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 전적으로 동의를 했어요. 그랬었구나 싶어서요.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요.


선생님 :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과 닮아있다?


나 :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이런 모습이 있구나.


선생님 : 어떤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나 : 제가 우울했구나, 우울할 수 있었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선생님 :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당시에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나요?


나 : 맞아요.


선생님 : 스트레스가 더 컸겠네요. 폭발적으로 나왔을 수 있어요.


나 : 맞아요.


선생님 : 애도 작업이 안 되어있다는 내용도 있었고요. 저번 시간에도 풀어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고요.


나 : 맞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거 같아요.


선생님 : 손을 떤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나 : 전에는 사람들 앞에 있으면 손을 벌벌 떨었어요. 어색한 사람들 앞에 가면 떨려요. 검사받을 때도 떨렸나 봐요.


선생님 : 긴장하면 떨릴 수 있어요. 저도 그래요. 다리를 떠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긴장하면 손을 움직이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저번에도 팔을 만지고 했던 거 같아요. 본인도 인식하고 있어요?


나 : 전엔 몰랐는데요. 요즘엔 그런 거 같아요.


선생님 : 본인 IQ가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99가 나왔거든요. 평균이 얼마인지 알고 있어요?


나 : 100 언저리 아닐까요?


선생님 : 맞아요. 우울이 심했을 때 이 정도가 나온 거거든요.


나 : 그때는 글도 못 읽을 정도였어요.


선생님 : 잠재력은 그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됨.으로 나와있네요. 감정보다는 사고형인 것도 알고 있었어요?


나 : 선택도 잘 못하고, 내가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 매우 억제적이고, 감정을 인지적으로 통제하려는 성향이 우세하다는 게 중요해요. 슬프면 슬프구나, 힘들구나 이게 먼저야 하는데, 슬픔을 빨리 바꿔야 해. 이렇게 머리가 돌아가는 거예요.


나 : 바꿔보려고 해도 어떻게 잘 안되더라고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막연하게만 느껴지거든요.


1. 내가 내 편이 되어줘야 해요

선생님 : 힘들면 빨리 상황을 바꿔야 할까요?


나 :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무시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그럼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나 :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좋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슬프거나 힘들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받아준 경험이 없거든요. 그러니깐 말해봤자구나, 내가 혼자 해결해야겠구나. 이렇게 굳어진 거 같아요.


선생님 : 그럼 내가 나를 받아주면 안 될까요?


나 :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이 잘 안 돼요.


선생님 : 내가 나를 받아주는 걸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건 아닐까요?


나 : 말로는 내가 내 편이 되어야 한다는 걸 많이 들었는데요. 잠깐은 되는데 비슷한 상황이 되면 패턴이 돌아오는 거 같아요. 내가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선생님 : 그럼 친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으면 뭐라고 할까요?


나 :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 그렇게 말하면 발전이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 :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거 같은데요.


선생님 : 그럼 왜 스스로에게는 그게 합리화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나 : 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바뀔 거 같다, 그대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선생님 : 친구한테는 안 그러는데 왜 본인한테는 다를까요?


나 : 제가 저를 못 믿는 거 같기도 하고요. 능력을 의심하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보다 저를 아래로 놓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꼭 해야만 해', '이걸 못 하면 쓸모없는 사람이 될 거야' 이런 비합리적 신념이 있잖아요. 근데 이걸 친구한테는 적용하지 않잖아요. 스스로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 : 저한테는 그래요. 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실패해선 안 되고.


선생님 : 그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나요?


나 : 아뇨.


선생님 : 합리화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렇게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더 큰 걸 얻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걸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말이에요.


나 : 그걸 머리로는 알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돼요. 저는 적어보는 편이거든요. 정말 그런가? 그리고 다음날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확인해봐요. 근데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 반복돼요.


나 : 좋은 점, 나쁜 점, 놓친 점 이런 건 내 관점으로 생각한 거잖아요. 그러면 내가 원하던 방향이니깐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기 쉽지 않을 거 같거든요. 관점의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2. 관점의 전환

나 : 저번에 상담을 받았을 때 제가 알코올 중독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그리고 계속 생각해봤는데 맞는 거예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책을 하나 사봤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깐 괜찮지 않은가?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그것조차 중독자의 패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큰 변화가 하나 왔어요.


선생님 : 그거 하나만 알아가도 엄청난 변화인데요?


나 : 그런 것도 저 혼자서는 절대 못 할 거 같았어요.


선생님 : 평소에는 자기 조절을 잘할 거예요. 어떻게든 해낼 거예요. 근데 취업이 될 거 같다가 안 된다던가, 연인과와 헤어지는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하면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멘붕이 올 거예요. 이런 상황이 인생에 굉장히 많거든요. 상담을 받는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관리를 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근데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봐야 해요. 자꾸 머리로 보려고 하면 상담이 의미가 없어요. 근데 알콜릭이라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나 : 저도 누나랑 대화를 하다가 '우리 집은 화목한 편이잖아'라고 말하는 걸 보고 엄청 충격이었어요. 같은 집에 살았는데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요.


선생님 : 마음의 감도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상황을 인정해버리면 내가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잖아요. 청소년에 아이들이 자의식이 엄청 발달하잖아요. 엄마가 규칙을 먼저 어겼잖아, 선생님은 우리한테 이렇게 시키면서 본인은 안 지켜? 이런 식으로 논리적 사고만 발달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남 탓을 하게 되는 거예요. 오히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요.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으니깐요. 그런데 그럴 힘이 없는 사람은 그걸 인정하면 본인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을 못 해요. 우리는 들여다보는 게 두려워서 다른 이유를 대서 피하는 거예요. 나를 바라보는 게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내가 그러고 있구나. 하고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당신이 "내가 나를 믿지 못하나 봐요"라고 첫 번째로 말했어요. 의미가 있을 거예요.


나 : 제 가장 큰 고민은 관계를 갑자기 끊어버리는 걸 반복하는 거 같아요.  헤어졌을 때에도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하면 제가 마음을 먹고 갑자기 끊어버린 거였거든요. 그리고 이전의 관계도 생각해보니 제가 같은 방식으로 잘못을 했고요. 다른 친구들한테도 일방적으로 연락을 안 해버린다던가 사소한 것에서 얘랑은 다시 안 봐. 이렇게 했더라고요.


선생님 : 왜 단절을 하게 된 걸까요?


나 : 그 이유는 항상 다르거든요. 근데 한 번 불편해지면 다시 돌이키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을 미루는 거 같기도 해요. 이렇게 한다고 바뀔까? 사람은 안 바뀌어. 이런 생각이 드니깐 그냥 안 만나야겠다. 이러고 외로워하는 게 반복되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그러고 후회해요?


나 : 그만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제가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계를 끊는다는 것에는 후회해요.


선생님 : 근데 왜 단절이 편할까요?


나 : 그걸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 그 사람 마음이 보여요?


나 : 아뇨, 안 보이죠.


선생님 : 만날 때는 보여요?


나 : 보이지는 않죠.


선생님 :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 : (침묵)... 그... 그걸 잘 못하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못 받아들이고요. 관계에 대해 계산을 하는 거 같기도 해요.


선생님 : 기브 앤 테이크인가요?


나 : 준 게 있으니 받아야 한다는 류의 계산은 아닌데요. 저 사람이랑 나랑 친구라고 할만한 사이인가? 이걸 계산하는 거 같아요.


선생님 : 친구라는 관계는 어떤 걸까요?


나 : 저는 친구가 항상 없다고 말하고 다녔거든요. 왜냐면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못 만나고,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만났던 거 같아요. 그게 피곤하니깐 그랬던 거 같아요.


선생님 : 필요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나 : 저랑 비슷한 우울감을 가지고 있거나,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사람?


선생님 : 자기 분석을 잘하네요. 혹시 책 읽었어요? 


나 : 네,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


선생님 : 그거에 짜 맞추고 있는 건 아니에요?


나 : 그것도 생각해봤거든요. 제가 상황을 먼저 가정해놓고 짜 맞추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근데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연락을 끊어낸 친구들은 저한테 집착하거나 도움을 계속 청하는 친구들은 끊어내도 후회가 없었어요. 근데 친하게 지내다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린 친구들은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학창 시절이 기억이 잘 안 나요. 이미지 정도로만 떠오르고 그 친구 이름이 뭐였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게 잘 기억이 안 나요. 연속적으로 구성이 잘 안돼요.


선생님 : 우울감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잖아요.


나 : 네


선생님 : 전공이 뭐라고 했죠?


나 : 국문학이요.


선생님 : 진로는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나 :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요. 음악을 1년 정도 공부를 하고, 음악이야말로 직업으로 안 되는 구나를 깨닫고 글이나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 : 적성에 맞아요?


나 : 연구하거나 탐구하는 게 재밌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그게 매칭이 되는 직업군이 있나요?


나 : 비평? 내년까지 답이 안 나오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 : 다양한 경험은 뭘 해봤을까요?


나 : 안 했어요. 하던 거만 반복하고요. 여행도 안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 안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 만나는 거 안 좋아하고요.


선생님 : 글쓰기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중요하지 않나요?


나 : 그래서 한계를 느꼈어요. 나는 왜 나에 대한 글을 못쓰지 생각했거든요.


선생님 : 다른 사람 이야기를 쓸 때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 : 맞아요. 한계를 느꼈어요. 어느 지점에서 안 써지는 거예요.


선생님 :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심리적인 이해가 적으면 살아있는 글을 쓰기 어렵지 않을까요?


나 : 그래서 저도 글쓰기 테크닉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제 상태부터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사실 글쓰기를 포기했던 적도 있거든요. 


선생님 : 안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나 : 공모전에 계속 내도 결과가 좋지 않았고요. 대학교가 통폐합될 때 글을 쓰기도 했는데 결국 학과는 통폐합돼버리고 나니깐 글이라는 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변하는 것도 없고 나만 지치네 이렇게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선생님 : 과정이 있잖아요. 내 소리를 내었다고 100% 반영되기는 힘들고요.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지만 더러움은 남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도 얻은 게 있지 않을까요?


나 : 그때 모르는 사람을 많이 만났죠.


선생님 : 그게 관점의 변화인 거예요. 다 잃은 게 아닐 수 있어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새로운 경험을 못 했겠죠. 실패고 안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을 거예요. 근데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 화가 되어있을 수 있다는 거죠.


나 : 맞아요. 제가 항상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거 같아요. 아까도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랑 서울에 집을 구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그게 가능하냐, 불가능하다는 식으로만 말했거든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것에 꽂히는 거 같고요. 자꾸만 안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가요.


선생님 : 그럴 때는 멈춤. 구체화를 시켜볼 필요가 있어요. 지원정책이 뭐가 있는지 이런 것들요.


나 : 그것도 머리로는 아는데요. 찾아보기도 했고요. 근데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꾸.


3. 내면을 들여다보자

선생님 : 왜일까요? 그걸 들여다봐야 해요.


나 : 제가 돈을 못 벌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한다, 그런 일을 하지 못한다가 베이스인 거 같아요.


선생님 : 그거랑 집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나 : 제가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내고, 집값을 낼 능력이 있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해요.


선생님 : 방법은 있을 수 있는데, 아니었으면 좋겠는 거 아닐까요?


나 : 아아..


선생님 : 나라는 사람이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속된 말로 까이는 게 싫은 건지...


나 : 실패하는 게 두려운 거 같아요. 집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갔다가 돌아오게 될까 봐 두려워요. 실패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요.


선생님 : 성공해서 나가는 건가요?


나 : 저는 집에서 나간다는 게 하나의 목표였거든요. 근데 그게 좌절되어서 과거로 돌아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서요.


선생님 : 그 생각이 합리적인 건가요? 


나 : 잌...


선생님 : 꼬이죠? 본인이 합리적이고 싶다고 했는데 주관적인 거예요. 그거 못 느껴요?


나 : 아이... 느끼죠. 제가 말하면서 이게 뭔 소린가 싶죠.


(웃음)


선생님 : 그걸 알아가자는 거예요. 왜 그런지.


나 : 제가 아빠한테 기대고 싶지 않은 거 같아요. 경제적인 도움도 받고 싶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독립하고 싶은데 다시 돌아가면 도움을 받아야 하니깐요. 근데 그게 싫어요.


선생님 : 그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어린 시절에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공통적으로 부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해요. 항상 나쁜 소리만 들었잖아요. 그래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예요. 머리로는 남들이 인정해야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이럴 수 있어요.


나 : 내가 인정해봐야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는데 무슨 소용이지 이렇게 생각해요.


선생님 : 그게 학습된 무기력이에요. 이제부터 자기 자신을 칭찬해줘야 해요. 그리고 문제 상황이 왔을 때 하나씩 풀어놓고 이야기해보려 해야 해요. 괜히 말을 안 하고 대화를 피하면, 얘랑은 대화가 안 돼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나 :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됐어요. 친구들하고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니깐 저 혼자 감정이 쌓여있다가, "얘네랑은 끝이야"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선생님 : 상대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이랬을 거예요. 그걸 직면해야 해요. 순간순간 작은 것에도요. 그럼 나는 합리적인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나 : 아... 아니죠. 비합리적인 믿음 같은 게 있죠.


선생님 : 그건 왜 그랬을까요?


나 : 반복돼서 패턴이 된 거 같아요.


선생님 : 나에게 스민 거예요. 나도 모르게. 그럼 이제 내가 원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서 방향을 틀어야 해요. 


선생님 : 맞아요. 그게 힘드니깐 상담을 하는 거예요. 문 앞에 서있지만 문을 열기가 힘드니깐요. 그걸 같이 하는 게 상담이에요.


(긴 침묵)


선생님 : 어떤 생각을 했나요?


나 : 시험을 보거나 발표를 볼 때가 되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머리가 하얘지거든요. 방금이 그런 상황이었어요.


선생님 : 저도 그래요. 저도 시험 보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 머리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떨리니깐 아는 문제 틀릴 거 같고 그러니깐요. 정상 반응 아닐까요? 


나 : 그렇네요


선생님 : 이런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어때요?


나 : 편하죠


선생님 : 이런 게 없던 거예요. 사람들은 문제의 주체가 본인이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자기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지만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근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본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겠죠. 하지만 뭐든지 흑백은 없거든요. 과정이라는 게 있는 거니깐요.  


나 : 네


4. 사실 가족과 잘 지내고 싶었던 걸까요?

선생님 :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나 :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요. 정리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근데 떠오르는 게 제가 여렸을 때 상장을 받으면 용돈을 줬어요. 그리고 어버이날에 아버지께 핸드폰을 선물해드리고, 빌렸던 등록금을 현금으로 뽑아서 일부 드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어깨를 두드려주시는 거예요. 근데 그게 기분이 좋지 않고 이상하더라고요. 물질적인 거로 나왔을 때 인정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자꾸 돈을 아끼려고 하고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인 거 같아요. 자꾸 돈을 못 버는 상황에 저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그게 평가의 기준이 되어버린 거네요. 그럴 수 있죠.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학생 때는 성적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네가 네 밥벌이해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삶에서 중요한 게 뭐예요?


나 : 지지받을 수 있는 관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 이건 돈하고는 좀 다른 거네요? 그다음 순위는요?


나 : 그다음은 돈이죠. 돈이 있기는 있어야 하니깐. 사람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돈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거나 영향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 그럼 도움이 아니라 영향력을 주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거잖아요.


나 : 그... 것도 그렇네요. 저도 자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 : 다면 씨가 그걸 인정할 수 있는 게 힘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했잖아요.


나 : 제가 누가 칭찬하는 걸 잘 못 받아서요. 반사적으로 에? 이렇게 돼요.


선생님 : 그래서 오늘 상담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나 : 너무 많아서요. 음, 과정에서 뭔가 얻는 게 있다는 거? 퍼뜩 생각나는 것들도 있고요.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요. 결과가 안 나오면 안 한 거만 못하다 이렇기도 하고요.


선생님 : 그런 그런 생각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나요?


나 :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냥 그랬구나 정도만요.


선생님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나 : 제가 가족한테 느끼는 불편함이 너무 커서요. 집에만 가면 우울해지거든요. 그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숨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리면 엄청 예민해지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귀마개를 끼고 그 위에 큰 귀마개를 껴야 간신히 자고 했거든요.


선생님 : 집이 엄청 불편한 곳이네요.


나 : 네. 


선생님 : 누나하고도 그래요?


나 : 누나하고는 심하진 않은데요. 저랑 다른 지점이 있다는 걸 느끼니깐 불편하긴 하죠.


선생님 : 그 이야기도 해봐야겠네요.


나 :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혼자 생각해봐도 못 들여다보겠어요.


선생님 : 시간이 걸릴 거예요. 가족과 잘 지내고 싶다는 욕구가 보여요.


나 : 기대를 안 했던 건 아니니깐요. 계속 시도를 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져서요. 전에는 아빠를 붙잡고 몇 시간씩 이야기하기도 했거든요. 술 먹고 말하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고, 맨 정신에는 말을 안 하시니깐요.


선생님 : 근데 아빠도 외로우실 거예요. 술이 아니면 서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근데 지금 당신한테 아빠를 이해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본인도 힘든 상황이니깐요. 가족한테 잘 지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수도 없이 노력을 했는데 이들이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깐 소진되는 거예요. 지치고 원망스럽고. 상담 잘 받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조금씩 풀어나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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