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 새로운 수용전념치료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Spencer Smith, 스티븐 헤이즈 지음, 민병배, 문현미 옮김, 학지사, 2010 책 리뷰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하기 때문에 내 앞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 사람, 개념 등을 연관 지어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축복이자 재앙이다. 언어는 창조와 소통의 원천이지만 실존하지 않는 공포나 불안을 미리 상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이 지하철, 숨 가쁨, 심장 떨림을 상상하거나 느끼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죽을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고, '공황이 온다'는 상상을 해서 예기불안을 느끼는 것도 언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황 증상이 오기도 한다.
'겁겁'은 '우우' 하고 운다
여기 '겁겁'이라는 동물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이 동물은 '우우'하고 운다. 이제 우리는 누가 '우우'하고 우니?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된다. '겁겁'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우니?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 겁겁의 이름과 울음소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연관성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겁겁은 어떻게 운다?) 빨간 모자를 쓴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도 인간의 언어 능력 때문이다. 심지어 책에서는 인간을 '말 기계'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두려움을 느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책은 '수용'을 강조한다. 또한 회피 전략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했을 때 코끼리를 더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서운 일을 피하는 순간에는 효과적이겠지만 그다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그 공포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대인관계를 피해 방 안에 숨은 사람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십 년 가까이 방 안에서만 살게 되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어서 자기 비난을 멈출 것을 강조한다. 내려놓고 수용하는 삶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수용전념치료 ACT)
고통과 괴로움은 다르다
우리는 고통을 줄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고통의 크기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다. 절댓값에 가깝다. 하지만 고통과 괴로움의 값은 같지 않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건선(자가면역질환)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싫어하기도 하고 주사가 들어가는 시간도 긴 편이라 고통이 있다. 하지만 괴롭지는 않다. 주사가 내 병을 치료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꺼운 마음으로 주사를 맞는다. 고통이 7 정도라고 하면 괴로움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괴로움의 수치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조절해야 할 것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괴로움이라는 사실, 고통과 괴로움은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어서 책은 마음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수용하고 기꺼이 경험할 것'을 권한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괴로움과 같지 않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용이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리 결론을 짓거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자신에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초조해하게 된다면 그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경험하는 것이다. 그게 수용이다. 그 방법으로 '마음 챙김'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마음 챙김 명상을 하면서도 '이완'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회피나 융합 없이 '알아차릴 것'을 강조한다.
고통 없는 가치는 없다
이 과정은 분명 지난하고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책에서는 이 과정을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상처를 받지 않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 수는 없다(p.372)"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 힘들다면 당신은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내 삶에 가장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우리 모두 더 나은 삶을 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참고자료
1. https://www.wikihow.com/Create-a-Chinese-Finger-Tr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