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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Sep 14. 2023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서태지 25주년 라이브 타임: 트래블러

대학 동기 중 하나는 나의 글쓰기가 ‘기승전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뭘 가져다 놔도 결국 자본주의를 까는 걸로 결론이 난다면서. 스스로도 그게 안일한 태도 같아서 의식적으로 자본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누구보다 돈을 중요시하면서 자본을 비판하는 게 모순적이기도 하고. 자꾸 구시렁거리고 불평하는 것도 능력 부족과 경쟁에서 뒤처진 루-저의 습관 정도로 치부하려 했다. 자본을 열심히 까던 녀석이 월급을 받으며 일하기 위해선 내적 논리를 만들어야 했다.     


근데 웬걸. 직장을 다녀도 마음이 불편했다. 되려 하루에 8시간씩 일을 하는 삶이 실존하는 불평등과 빈곤을 외면하고 나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큰일이었다. 별다른 능력도 없고, 선산도 없고, 물려받을 한강뷰 집도 없는데. 먹고 살려면 일하고 월급 받아 입에 거미줄 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되먹은 건지 나의 마음은 그런 일상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한층 깊어지는 우울과 불안, 더해지는 공황에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버티다가는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올 지경이었다.     


노동은 할 수 있지만 근로는 못 하겠다. 일해서 돈은 벌겠지만,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긴 싫다. 적극적으로 나의 생산성을 강조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내키지 않는다. 94년도에 서태지가 <교실이데아>를 통해 노래했듯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다고 해도 마음이 거부한다.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는 방식은 30여 년이 지난 2023년,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치밀해졌다. 거기에는 또 자본이 있다. 자본을 재분배하는 방식, 그러니까 정치에 다시 자본이 결탁하며 자본을 가진 자가 다시 자본을 가져가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Gsef(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2013’ 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인간을 모든 관심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지 자본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은 자본의 수익보다 일자리를 중시하고, 일자리를 통해 창출하는 사회적 연계를 중시한다.’라고 정의한다. 풍요가 증가했지만, 불평등 또한 극심해졌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대경제라는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는 Jean-Paul Marechal의 말을 동시에 인용하고 있다. 최근에야 만난 10년 전의 문장들이 나의 젊은 날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당분간 사회적 경제 분야는 어둠 속을 걸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지 자본이 아니’라는 말이 내게는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개인이 오직 사익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행복과 번영이 완성된다는 논리보다는 말이다. 대충 며칠 전에 ‘서태지 25주년 라이브타임 : 트래블러’를 보고 왔고, 내 팔자 내가 꼬고, 내 인생 자본주의 세상에서 잘 먹고 잘살기는 글러 먹었다는 말이다. 기승전자본주의 글 하나 더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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