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애도

by 광호

우리는 죽음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자들의 일상에는 덜컥,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 들이닥친다. 할로윈 분장을 한 학생의 얼굴, 할렐루야를 외치는 목소리, 심지어는 피자 한 조각 앞에서도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없는 이곳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떠들어도 괜찮을까. 일상을 살아가도 괜찮을까. 배고픔을 느껴도 될까. 멈춰버린 그의 시간과 달리 내 삶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묘한 불편감을 자아낸다.


5월 애도 모임에서는 유가족들과 함께 공선정 작가의 <작별>을 함께 보았다. 영화는 이태원 참사를 다루지만, 그 시간을 가로지르거나 현장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참사로 친구를 떠나보낸 뒤 상담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영주의 삶을 담아낼 뿐이다. 카메라 앵글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초점은 계속해서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영주의 삶을 끊임없이 좇는다. 때로는 먼저 떠나간 이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도 하고, 그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의 존재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삶이 집요하게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상담을 받고, 중학교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청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청년의 일상. 하지만 그 시간 사이에는 분명히 애도가 자리하고 있다. 학생이 준 할로윈 쿠키를 잘 가지고 있다가 그의 방에 내려놓는 일. 그와 함께한 마지막 순간을 꿈에서 마주하는 일.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상담을 받는 일. 지난주보다 덜 울었으니 이번 주는 괜찮았다며 자신을 스스로 토닥이는 일. 그러한 일상의 많은 순간을 통해 떠나간 이를 다시 기억하고 또다시 망각하기를 반복하며 그를 보내는 연습을 한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기억과 망각을 반복하는 일. 그러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일. 걷는 것, 숨 쉬는 것, 먹는 것, 웃는 것, 떠드는 것.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덜컥, 그가 떠오르더라도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는 것. 영주가 친구의 웃음을 떠올리듯 일상에서 그를 기억하는 것. 그 모든 순간이 애도다. 억지로 잊으려 할 필요도, 억지로 기억하려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잠깐 잊으면 잊어버린 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 또한 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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