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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에디터 에디 May 26. 2020

양조장 사업 나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完

스타트업 창업 도전을 마치며.

사업 준비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연락을 드리는 일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양조장 사업을 멈추기로 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 회의를 하기 힘들어 맥주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 그 날 6시간을 같이 이야기했다.

#1
9,000만 원의 사업자금을
확보하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이유

사업자금 9천만 원을 확보하고 호기롭게 양조장 창업을 위해 향했던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좋은 양조장을 만들고 내 글을 보고 계신 구독자분들 그리고 사업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맛있는 술을 빚어드리겠단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쓴다.


2020년 5월 나는 보기 좋게 사업에 실패했다. 부끄러운 실패의 이야기를 공개적인 브런치 글로 남기는 이유는
실패에도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경험이 누군가에게 성공의 바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였는데,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이다.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대구 코로나바이러스가 잡히고 있었고 국내 신규 확진자 0명이란 뉴스 기사가 나오며 코로나 바이러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군산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우리의 계획 역시 이때까지만 해도 꽤나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 부천 물류센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점차 늘기 시작했고, 완화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다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코로나의 장기화는 숫자로도 명확하게 나타났는데, 작년 군산시에 방문한 관광객의 수가 515만 명으로 집계된 것에 비해 올해 5월까지 관광객 방문 수는 비극에 가까울 정도로 처참했다.


양조장을 시작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관광산업에 희망을 걸고 작은 스타트업을 3년 이상 버티며 운영할 확신이 들지 않았다. 혹시나 지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영향을 적게 받은 사업을 준비하길 바란다.


두 번째 이유는 수익구조이다. 지난번 글에 소개한 것처럼 투자금과 지원사업 금액으로 인테리어, 시공 설비 업자들에게 페이백을 받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어 올해 인테리어와 설비 비용으로 자금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우리는 받은 투자금으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월 3천 병~4천 병을 계획했지만, 자금 활용이 어려워져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설비 비용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비용에 맞춘 수제 설비로 계산했더니 2명이서 최대 500병~1000병 사이로 생산이 가능한데 인건비를 포함한 세금과 운영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었다. 부족한 수익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채우고자 했으나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GG..

지난 7주간 함께했던 팀원들과 6시간 동안 사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래도 한 번 해볼까? 란 생각으로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다면 우리에게 찾아 올 여러 기회와 가능성을 정리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이유를 찾고자 노력했다. 어쩌면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부끄러운 마음에 더 발버둥 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복잡할 땐 요리를 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맛집을 가기도 했다. 그래도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ub-1Jw58Qc8&t=34s

이 영상이 이렇게 뜬다고?

#2
양조장 사업 중
배우게 된 것들
(린스타트업 방식에 중요성)

양조장 사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업들도 린하게 기획해봤다.(온라인 베이커리 샵 (시제품까지 나옴), 동양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등) 아직 두 브랜드 모두 기획서까진 살아있으니 궁금하다면 덧글을 달아달라. 브런치 글을 통해 두 브랜드의 기획안을 공개하겠다. :)

양조장 사업을 준비하며 린하게 기획하고 운영했던 것이 유튜브 채널인데, 무자본 창업하는 방법, 책 리뷰, 양조장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업로드했다. 근데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라면과 술 한잔하는 리뷰 영상이 꾸준하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주로 지인들만 구독해주던 채널이 모르는 사람들이 구독을 하고 덧글을 달기 시작했다. = 고객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올리고 너무 신기했다 ㅋㅋㅋㅋㅋㅋ)

사업을 준비하면 100에 시장에서 50을 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10만의 시장에서 1%를 먹을 생각을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나도 이번 라면 영상 업로드 후 큰 시장에서 1%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유튜브 푸드 키워드로 설정한 가벼운 영상이 그동안 공들여 만든 영상들보다 반응이 좋았다는 현실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양조장 사업은 중단했지만, 유튜브 채널은 다른 이름으로라도 계속 운영하고자 한다.
재밌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 있으면 덧글로 달아주시길..!


통장에 들어온 1차 투자금액, 잠시나마 행복했어.
구름 위에서 2년 동안 살았던 때도 있었는데 뭐든 못할까?

#3
그래서 앞으로
뭐할 예정이냐고?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다. 지금은 뭐든 될 수 있으니,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까? 아니면 F&B 브랜드나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기업에서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 고민이다. 사실 퇴사를 하고

7주 동안 사업을 준비하며 제대로 쉬지 못해 1주일 정도 짧게 바다 보러 속초로 여행을 다녀올까 한다.
생각 정리하는 데는 바다만 한 게 없지 않은가? :) 아참! 좋은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메일을 통해 주셨으면 한다.


마지막 사진은 내가 군생활했던 곳에 사진인데 예전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서 찾았다. 강원도 철원 GOP에 있었을 때 간부님이 찍었던 사진을 공유받은 건데 나는 군 시절 동안 잠시나마 구름 위에 살았었다. 어릴 때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그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했었는데 실제로 구름 위에 올라보니 또 다른 멋진 세상이 있었다.


물론 나는 양조장 사업 성공이란 뜬구름 위에 있다가 다시 구름 아래로 떨어졌지만

2020년 새로운 구름 위를 꿈꾸고자 한다.  

내 브런치를 읽는 여러분 모두와 언젠간 구름 위 멋진 풍경에서 만나길 기대하며
일곱난쟁이 양조장 창업 일기는 여기서 마친다.


P.S
양조장 사업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을 주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단 인사를 전합니다.
일곱난쟁이 양조장이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팀원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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