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드에디터 에디 Jun 16. 2021

왜 개인 식당에는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적을까요?

닉네임두드리님에질문에 답변을 드립니다.

카페, 식당 창업 시 참고할 메뉴판 디자인 모음 글을 재밌게 봐주신 구독자 두두리님이,
메일을 통해 질문을 주셨습니다. 돌아오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주신 질문을 꼼꼼히 읽어보았고,
대만 요리 브랜드 샤오짠, 광화문 주유별장, 판교 라디오베이, 온라인 베이커리 퍼스트도넛의 기획과 마케팅을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신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답변을 드리려 합니다

또한 제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질문해주신 두두리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인정받으실 거라 믿습니다.


https://brunch.co.kr/@foodeditor/134

[두두리님의 질문]


안녕하세요.

브런치 "카페, 식당 창업 시 참고할 메뉴판 디자인 모음" 글 보고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드립니다.


제가 식당을 이용하면서 불편하고 의아해했던 점이 있습니다.

왜 메뉴판에는 사진이 없고 글자만 있는 것인가? (물론,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은 사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식당은 사진은 없고 텍스트만 있습니다. 심지어 메뉴의 개수도 정~말 많습니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보면서 늘 강조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1. 메뉴판에는 사진이 들어가야 한다.

2. 메뉴의 가짓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왜냐, 사람들은 메뉴의 가짓수가 많을 시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근데 요식업에 종사하지 않는 저도 충분히 알 만한 정보인데, 일반 식당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걸까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메뉴판에 사진이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생각해 봤습니다.


1. sns가 발달한 요즘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시로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예쁘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구매할 때가 정말 많습니다. 이러한 개념과 마찬가지로, 메뉴판에 텍스트로만 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을 과감히 유혹할 수 없다.


2. 너무 많은 정보는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켜 불편한 감정을 만든다.

그래서, 주력 상품(메인 메뉴)에는 사진이 꼭 들어가야 한다.


저는 uxui을 전공한 디자이너 입니다만, 디지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보니 구직이 어렵네요. 그래서 개인 식당들의 메뉴판 디자인 작업은 어떨까 생각해 봤고, 식당에 DM을 넣어봤는데 연락은 오지 않네요. 마침, 외식하는 남자님의 글을 보고 공감이 많이 가서 메일 보냅니다!

저는 디자이너이지만, 기획, 마케팅 등등 여러 가지를 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직무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궁금한 점을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이렇게 문의드립니다.

혹시 이러한 저의 개인적인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혹은 디자인과 관련된 정보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메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메뉴판에 이미지를 넣는 디자인 리뉴얼작업부터 시작했어요 :)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정말로 효과가 좋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메뉴판에 이미지를 넣어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예시로 작년 광화문 주유별장 브랜드에 신규 서비스 기획을 했을 때 저는 복순도가, 나루 생막걸리, 니모메 등 프리미엄 전통주 론칭을 기획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신규 주류에 대한 고객들에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매장에서 주문을 할 때는 메뉴나 음료에 선택에 있어 관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보다 익숙한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규 주류를 론칭한 후 기존에 매장에 방문해서 소주와 맥주, 지평막걸리를 먹던 고객들이 복순도가, 나루 생막걸리, 니모메, 한산 소곡주 등 새로운 술을 쉽게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었습니다.


그때 기존 저희가 운영하던 주유별장 브랜드에서 사용하던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든 메뉴가 글과 설명으로 적혀있더군요. 그래서 기존 메뉴판은 유지하면서 신규 주류 메뉴판을 따로 만들어 고객 테이블에 배치했습니다. 신규 주류 메뉴판에는 글로 설명되어있던 기존 메뉴판과 달리 이미지를 넣어 메뉴판을 디자인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오픈 첫 달 주문이 저조할 것이란 걱정과 달리 몇몇 제품은 추가 발주를 할 정도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론칭했던 주류들이 좋은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고객들이 처음 보는 신규 제품이더라도 맛과 향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메뉴 선택에 있어 심리적인 장벽을 낮춰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 개인 식당에는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적을까요?

개인 식당에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적은 이유는 각각에 업장마다 다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메뉴판에 중요성을 질문 주신 두드리님처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메뉴판을 바꿔 기대하는 결과가 대부분 고객의 심리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가 메뉴판 리디자인 작업이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주는 변화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에게 메뉴판 디자인은 중요도가 다른 것보다 낮은 순위에 있지 않을까요?


또한, 메뉴판에 유지와 보수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업장에서 메뉴판은 자주 바뀌는 소비재입니다. 신메뉴가 나오거나, 조류독감 등에 이슈로 인해 메뉴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수급이 어려워 재료가 바뀌거나, 찢어지거나, 기존 판매량이 저조한 메뉴가 빠지는 등 메뉴판은 크고 작은 이슈로 잦은 정보 및 디자인에 수정이 필요한데요. 이때 글자로만 이루어진 메뉴판은 수정 작업 시에 유지와 보수가 용이하기 때문에 개인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업주분들이 많이 사용하시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키오스크 기계에 보편화와 소셜 미디어에 확장으로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의 중요도가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개인 식당의 경우 홀 인원을 줄이면서 고객이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기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키오스크 기계에 이미 메뉴 이미지가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따로 사진이 들어간 메뉴판을 제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또한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의 확장으로 많은 고객들이 식당에 방문하기 전에 가게에 메뉴사진과 정보를 다른 방문 고객의 리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개인 식당에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이 점점 적어지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질문 주신 두드리님께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미지가 들어간 메뉴판의 중요성을 오프라인에만 한정해서 생각하기보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어플리케이션 메뉴판 레이아웃에 맞는 이미지를 촬영하고 디자인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생각하신다면 이후 두드리님에 더 큰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달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등록된 이미지가 고객들에 구매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코로나 시대 시장이 많이 커진 배달시장에서 배달 매출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이미지를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많은 푸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 (나중에 저희 브랜드 샤오짠도 부탁드려요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 노티드의 브랜드 전략은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