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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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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l 24. 2016

오징어 젓갈 만들기

맛있는 걸 사기는 어려워도 만들기는 쉽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40% 할인하는 생물 오징어 세 마리를 구입했다. 마리 당 천 원이 안 되는 값이었다. 한 여름은 생물 오징어가 시장에 나오는 시기다. 때를 잘 맞추어 마트에 가면 생물 오징어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오징어뿐만 아니라 그날 팩 작업을 한 생선들을 마감 전에 30~40%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랩으로 포장한 것은 공기가 투과되어 저장성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판매할 수가 없다. 다음 날 먹을 것을 전날 마감 전에 가 구입하는 것도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팁이다.



고등어와 갈치도 구입해 소금을 뿌려 냉장고에 넣고 오징어를 해체한다. 다리를 잡고 내장을 쭉 뽑아 내장은 버리고 다리와 몸통을 깨끗이 씻는다. 다리와 몸통의 물기를 뺀 다음 중량의 10% 소금을 골고루 뿌린다. 밀폐용기에 담고 2주~4주 정도 숙성시킨다.

오징어 젓갈을 만드는 과정이다. 생각 외로 간단하다. 생물 오징어가 아니어도 된다. 냉동 오징어도 괜찮다. 손질하기 귀찮으면 생선가게에서 해달라고 하면 깨끗하게 손질해준다. 거기에 소금만 뿌리고 기다리면 된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오징어 몸체에 있던 효소들이 단백질을 분해한다. 단백질은 무맛이지만 아미노산으로 분리되면 맛이 생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중독되어 있는 맛 바로 "감칠맛"이 생긴다. 글루탄산이 많이 생성이 되고 글리신 등 단맛에 많은 향기 성분이 생겨 전체적으로 풍미가 좋아진다. 숙성 과정은 다양한 맛을 내는 과정이다.

숙성을 끝낸 오징어 젓갈을 쌀뜨물에 넣고 20분 정도 소금기를 뺀다.
그릇에 오징어 젓갈에서 나온 침출액(오징어 액젓이다. 감칠맛 성분이 많다)을 넣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설탕, 참기름, 청양고추, 대파를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물기를 뺀 오징어를 먹기 좋게 잘라 버무리면 된다.

시판되는 오징어 젓은 숙성이 속성이다. 2주~4주를 두고 숙성시키지 않는다 며칠 내에 소금 절임을 끝낸다. 오징어는 수입 대왕 오징어를 가늘게 채 썬다. 원료도 원료지만 숙성과정이 짧아지니 맛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MSG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설탕(옥수수 시럽)이 들어가서 단맛과 광택을 낸다. 전체적인 맛이 떨어지니 빛깔로 입맛을 유혹한다. 식용색소로 시뻘건 붉은빛을 내 유혹한다.

제대로 숙성한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맛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숙성과정에서 생기는 향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씹는 식감도 다르다.
겉은 부드럽지만 오징어 몸체 중간은 씹는 맛이 있다. 씹을수록 코를 자극하는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이번 것은 2주 정도 숙성을 시켰다. 몇 달을 해보고 몇 주도해봤다. 길게 할수록 풍미는 좋아지지만 기다림이 지루하다. 절이고 무치는 과정은 한 시간 조금 넘는다. 하지만 만들어 놓으면 몇 끼가 행복하다. 단순히 포장 뜯어서 먹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다른 맛을 알아야 다른 맛을 알 수 있다. 누가 해주는 맛있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하는 것도 알아야 남의 맛을 알 수 있다. 
내가 먹는 것 안 예뻐도, 맛없어도 된다. 하다 보면 는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 어느 정도까지는 적당히 잘할 수 있다. 안 해보고 못한다 하는 경우가 많다.

오징어가 제철이다. 몇 마리 사서 젓갈 한 번 담아 보시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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