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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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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14. 2018

굴.. 그리고 통영이야기

#굴 #개체굴 #통영  #투석식

전북 남원에서 '늦가을에 맛있는 식재료' 강의를 끝내고 경남 통영으로 갔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한낮의 통영은 운전할 때 약하게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로 따가운 햇빛이 비쳤다. 11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통영, 거제, 고성 3개 시·군에서 나오는 이것을 많이 찾는다. 전국 생산량의 60% 넘게 이곳에서 생산한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제철 초입에 들어선 '굴'이 그 주인공이다.



통영은 굴 양식의 메카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북통영 

IC

가 가까워지면 바다가 보인다. 푸른 바다 곳곳에 하얀 부표들이 떠 있다. 대부분 굴 양식하는 곳이다. 굴 양식은 크게 수하식(垂下式)과 투석식(投石式) 두 가지로 나뉜다. 

수하식은 통영, 거제, 고성 등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깊은 바다의 양식법이다. 우선 얕은 바다에 나무로 틀을 세워 놓는다. 가리비 껍데기를 줄줄이 매달아 놓으면 봄철에 산란한 굴 종패가 달라붙는다. 얕은 바다라 썰물과 밀물이 오가는 사이 강한 종패만 살아남고 약한 것은 자연 도태된다. 

일정 크기가 되면 깊은 바다의 양식장으로 옮겨 1년 넘게 키운다. 키운다기보다는 바다에 맡긴다. 바닷물의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면서 몸집을 키운다. 썰물이 있으면 먹이 활동을 멈추지만 수하식은 멈춤없이 먹이 활동을 해 알이 크다. 



반면에 투석식은 썰물과 밀물 차가 큰 얕은 바다에 큰 돌을 던져 놓는 것으로 끝이다. 앞서 수하식처럼 종패를 키워 다시 옮기지 않고 돌에 달라붙은 굴이 성장한 것을 채취한다. 밀물과 썰물이 있어 먹이 활동을 썰물에는 중단해 수하식보다 알이 작다. 대신 작은 알에 향과 감칠맛이 꽉 차 있다. 남해, 고흥, 장흥의 갯벌에서 많이 난다.

근래에는 수평망 방식으로 양식하는 굴도 나오고 있다. 2~3

cm

 정도 자란 굴을 망에 넣고 키우는 방식이다. 굴이 붙어서 자라지 않고 각자 성장해 모양이 일정하면서 끝이 동그랗다. 알도 크고 맛도 좋아 최근 '개체굴'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산란하지 않아 다른 굴과 달리 사계절 즐길 수 있다. 굴은 여름철에는 산란하기 때문에 맛도 떨어지고 독소를 생성하지만 개체굴은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수하식은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적당히 오른 감칠맛과 입안 가득 차는 살맛이 좋다. 투석식은 소량 생산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양도 적고, 가격이 비싸다. 무엇이 더 낫다기보다는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양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라 자연산과 먹이는 같다. 다만 먹이 먹는 시간만 차이가 날 뿐이다. 짙은 굴 향을 선호하면 투석식을, 짙은 향이 껄끄러우면 수하식을 선택하면 된다. 깔끔하게 껍질째 요리하고 싶으면 개체굴이 좋다. 


오랜만에 온 통영이라 중앙시장을 출발해 서호시장까지 걸었다. 강구항 뒷골목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들고 구석구석 붙어있는 백석의 시를 감상하며 걸었다. 서호시장 가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통영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게 '충무김밥'이지만, 갈수록 맛보다는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날 저녁으로 먹은 충무김밥은 미리 말아놓은 김밥은 둘러붙어 있고, 김에서는 쓴맛이 났다. 같이 나온 반찬의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우선 김밥이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판매 점포가 많아진 꿀빵도 마찬가지다. 



먹을 게 많은 통영을 떠나기 전에 선택한 메뉴는 멍게비빔밥이다. 글리코겐 함량이 높은 여름이 제철이지만 아직 바다는 가을 초입이라서 선택했다. 신선한 멍게를 양념하지 않은 채 넣고, 여러 가지 채소와 가시리(해초의 일종)를 비빔 고명으로 얹었다. 비빔 소스는 '합자국'이라고 부르는 홍합 삶은 물과 어간장으로 만든 것이다. 



살살 비빈 밥 한 숟가락에 합자국으로 맛을 낸 미역을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보였다. 홍합으로 국물을 낸 합자국이 멍게비빔밥을 불렀다. 깔끔한 감칠맛이 좋았다. 멍게비빔밥도 좋았지만 곁들여 나온 미역국도 주인공 같았다. 주연을 맡은 명배우 옆에 명품 조연이 있는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처럼 맛있는 한 끼였다. 



오후 2시, 통영 명물 꿀빵을 사러 오미사 본점을 찾아갔지만 이미 다 팔고 문을 닫았다. 통영에 사는 지인에게 추천받은 다른 곳은 '통영제과'였다. 40년 된 제과점으로 나름 통영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날마다 팥소를 만드는 곳이라 한다. 장모님 드릴 것하고 딸 아이 줄 것 하나씩 사서 나왔다. 맛볼 요량으로 하나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빵 속에 달달한 팥소가 괜찮았다. 설탕 시럽으로 감싼 부드러운 빵과 달달한 팥소, 꿀빵 본연에 충실한 맛이다. 



찬바람이 분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바다에서 나는 것들에 단맛이 깃든다. 굴도 점차로 단맛이 들 것이다. 찬바람이지만 단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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