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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16. 2015

남해의 풍경과  맛 1

풍경....

차로 서울에서 남해까지 가는 길은 멀다.

몇 개의 고속도로를 옮겨 타면서 가야 겨우 남해고속도로 하동 IC를 빠져 나와 남해로 들어 갈 수가 있다.

오랜만에 가는 남해, 이번에는 KTX를 타고 갔다.

남해에는 KTX는 없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인 남해 옆이 여수와 순천이다.

여수까지 가는 KTX를 타고 순천에서 내려 렌트를 했다.

전용선으로 순천까지 3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면 충분했고, 렌트 후 남해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5시간 운전이 한 시간으로 줄었다. 열 번 정도 갔던 남해를 발달된 기술 덕에 편하게 갔다.


남해 풍경

남해 읍내까지는 외길이다. 고민 없이 네비의 안내에 따라 공사 중인 길을 따라 조심히 운전만 하면 된다.

남해 대교 건너기 전 휴게소 옆으로 내려가면 고즈넉한 어촌마을이 나온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가던 길에 충무공 이순신 유적 영상관에 잠시 들렸도 좋다. 길을 조금 더 달려 남해 읍내가 나오면 로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창선 쪽으로 남해를 볼 수 있고, 직진을 하면 남면을 돌아, 다랭이 논을 볼 수가 있다. 좌로 돌던 우로 돌던 상관없다. 해안가의 위치가 진행방향 좌측, 우측의 차이일 뿐 다도해를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남해를 한 바퀴 휘이 돌아 나오니 약 150 km 정도 나왔다.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다음으로 큰 섬답게 긴 거리를 운전했다.


남해읍으로 해서 서면 쪽으로 길을 잡았다. 전복죽 공장 일을 먼저 해결하고 풍광은  그다음. 항상 일이 먼저다.


늘푸른영어조합법인

남해 스포츠 파크를 지나 십여 분 가다 보면 나온다. 남해 출장의 첫 목적지.

늘푸른수산. 예전에는 전복 양식도 했지만 지금은 완도에서 지점을 두고 수매를 한다. 부산수대를 나온 대표가 귀향해서 세운 회사로 좋은 수산물을 취급한다.

전복을 살짝 데치고 내장과 살을 분리한 다음 불린 찹쌀, 멥쌀과 볶는다.

끓는 물에 15분이면 제대로 된 죽을 만들 수가 있다.


다랭이논

남해 출장을 몇 번 와도 간 적이 없었다. 핑계라면 바쁜 일정 때문이라 할 수 있겠지만, 혼자 가는 것이 민망해서다. 일정을 좀 넉넉히 잡은 관계로 전에 가보지 못한 곳도 들려봤다. 일도 좋지만 쉼도 필요하기에.

추수과 끝난 논에는 가을에 파종한 마늘이 푸르름을 준다.

바다로 나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큰 바다를 마주 보는 지역이라 포구가 없다. 거친 파도에 꺾인 삶에 대한 열망이 비탈 언덕의 다랭이 논으로  투영되었다. 처음 마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애환이 짠하다.

고구마를 말린다. 빼때기 죽이라 불리는,  지금이야 별미지만 예전 섬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귀한  식재료였음을...
사람도,  배도 갈 길을 간다.


상주해수욕장

다랭이 마을에 이어 상주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96년 20대 후반 처음 상주해수욕장과 인연을 맺였다. 첫 인연은 악연. 금산 고개를 넘어  내려올 때 숨어 있던 단속카메라에 생애 처음으로 걸렸다.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상주 해수욕장을 가기 전 뜬금없는 풍경에 잠시 차을 세웠다.


미국마을. 뭥미?

독일마을이야 파독 광부, 간호원의 아픈 긴 세월이 있지만 이 마을은 무엇인가 싶었다. 독수리는 뭐고, 비율도 안 맞는 자유여신상은 무엇인지...


상주 해수욕장의 아름드리 송림. 여름 한 철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고즈넉하다.



햇살이 가득하다. 남도는 남도였다. 여전히 따사로왔다.

여행 온 가족이 떠드는 소리가 파도소리에 묻어 온다.

사람이 떠난 해수욕장은 조용히 걷거나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갑수 작가는  이리저리 촬영을 하고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금빛 모래사장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밀려 오는 파도를 본다.

여전히 산 보다는 물을  좋아한다. 물가에 있으면 편해진다.

잠시 들린 미조항. 북항과 남항으로 나눠져 있다.


지족리 마을

겨울 남해 출장을 오게 한 곳이다.

명성만 높은 죽방 멸치를 보러 오지 않았다. 죽방의 명성에 묻힌 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보물섬 남해의 숨겨진 보물 '굴' 때문이었다.


창선도와 남해 본섬 사이의 지족해협.  우리나라에서도 물살이 빠르기로는 손가락 안에 꼽힌다.

지족리의 굴은 통영의 굴에 비해 알이 작다. 썰물이 되었을 때는 바닷물 바깥으로 패각이 노출된다. 먹이 활동을 멈추고 물 들어 오기만을 기다린다.



11월 초.. 굴 깨기가 시작되었다. 물이 빠지는 속도에 맞추어 바다로 나간다. 물이 차 오르기 시작하면 작업은 끝난다. 대략 6시간 정도의 고된 작업이다.


지족리의 물이 빠지는 속도는 빠르지만 들이 차는 속도가 늦어 작은 돌에 굴의 유생이 붙어서 고착할 수가 있다. 2시간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유생이 돌이나 조개 껍데기에 붙을 수 가 있다. 굴의 번식과 성장은 바다에 온전히 맡기고 사람들은 그들이 주는 만큼 때를 맞추어 거둬들인다.

지족리에서 굴 음식 전문점은 없다. 대부분이 멸치회와 생선회가 주다. 지족리 하면 죽방을 떠올리고, 남해하면 멸치회 만 찾은 결과다. 여행은 철에 따라 간다. 어디를 가든 철에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의 묘미를 더하는 방법이다. 맛집을 찾아 가는 것도 좋지만 제철 식재료를 찾아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작년에 먹었던 지족리 굴이다. 작지만 꽉 찬 맛을 준다. 씹을 때 강한 굴 향이 입안 가득이다.

이제 맛이 들기 시작했다.


마늘 그리고 시금치

남해는 마늘이 많이 난다.

따듯한 기후라 난지형 마늘이 난다. 제주, 고흥, 남해, 진도, 완도, 영천 등 남쪽 지방에서 초봄에 수확하는 마늘 대부분이 난지형 마늘이다. 반면에 의성, 단양, 태안에서 나는 마늘은 한지형 마늘이다. 난지형 마늘은 스페인종이 대부분이고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육종한 품종도 재배한다.  초봄부터 수확을 하는 난지형은 한지형에 비해 저장성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김장철까지 저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8~9월에 싹이 난 마늘밭에 비닐을 깐다.  겨울 나기 준비다.  

수확을 끝낸 논에 파종을 했다. 

농부들과 땅은 심 없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시금치다. 시금치는 서리를 좀 맞아야 맛이 달아진다. 시금치도 겨울이 제맛이다.

열차를 타고 경기, 충청을 지날 때 알록달록한 산 앞의 풍경은 누르스름하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황량하다.

열차가 달려 남녘이 가까워질수록 들판은 푸르름이  가득해진다.

내린 비로 시금치에 생기가 돈다.

좀 있으면 시장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몰랐던 고사리, 그리고 길


창선면의 북쪽 산면을 밀었다. 나무를 밀어 버린 산자락에 고사리 밭을 일구었다.

고사리는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잘 난다.  나물에 대해 별 관심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찾지 않아서 있는지도 몰랐다. 신문 발표에 따르면 전국 유통물량의 4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고사리밭길. 고사리 밭을 따라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다. 봄철 푸른 고사리가 가득일 때  좋을 듯 하다.

식당에서 맛 본 고사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다. 

 남해에 바래길이 있다. "토속어로,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뜻하는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남해군 여행정보)

올레길 이후 전국에 많은 길들이 생겼다. 빠른 세상에서 쉼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좋은 일이다. 다만 만들어 놓고 관리가 안된다면 그건 누군가의 치적일 뿐이다. 

스치듯 지나쳤던 지난 10 년 간의 남해 출장에서 보지 못했던 풍광을 만났다. 비롯 출장이었지만 일정에 조금의 여유를 주니 출장이 여행이 되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많은 것을 보며 바쁘게 다닐 것인지, 아님 여유를 줄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기왕 온 거 많이 보며, 바삐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쁨', 우리 일상과 항상 같이 하는 것 아닌가. 여행을 떠날 때 잠시 집에 두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창선도의 조용한 포구를 뒤로 하고 남해를 출발해 고흥으로 향한다...


남해에 맛은 2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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