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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02. 2020

가을 끄트머리에 예산을 가다

지극히 미적인 시장_출장


1. 


장터에 팥이 나왔다.


강낭콩이야 여름에도 얼굴 볼 수 있는 거라 계절감이 별로지만


콩이나 팥은 다르다. 가을 끝을 알린다.


들깨도 마찬가지고.


구수한 맛이 매력인 그루팥을 샀다. 흔히 보는 적팥도 팥의 일부분이지 전부는 아니다. 


뒷줄은 강낭콩(울타리콩)


앞줄은 팥이다. 


2.


오랜만에


탱자를 만났다.


사진을 찍고


"한 바퀴 돈 다음에 살께요"


뒤돌아 섰다.


한 바퀴는 아니고 다섯 바퀴 정도 장터를 돌고


다시 가서 


샀다.


할매 표정이 저놈 진짜로 왔네다.


한 바구니 오천 원.


바구니를 봉다리에 담고는 두 손 가득 덤을 말없이 준다.


장터의 맛이다.


굳이 말을 안 해도 흥과 정이 오가는 장터의 맛 말이다. 

3. 


지나다


떡 사는 할매 모습을 봤다.


유심히 보니


쑥찰떡에 팥고물을 묻힌 모양새다.


가격을 들으니 세 개 천 원.


천 원을 내밀자 할매가 나를 쳐다보더니만


한 개 더 줬다. 


표정은 어처구니없는 놈 봤을 때 표정이었다.


#지극히미적인시장


짧은 글 몇 개를 쓰면서 


첫머리를 잡는다. 


시장을 몇 바퀴 돌면서 봤던 이미지를 기초로 삼아서 말이다.


그렇게 몇 단어를 쓰면 글이 풀린다.


#leica_q2 #sony_a7r3 #minolta_58mm 

#예산 #예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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