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심플한 고흥의 풍경. 덤으로 맛까지
남해를 나와 고흥을 간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순천으로 빠진다.
순천 시내를 관통해서 벌교로 지나 고흥으로 들어간다.
예전 버전이다.
몇 년 안 가는 사이
순천-목포 간 고속도로가 생겼다.
40여분 정도 걸리던 순천-고흥 간이 20분으로 단축이 되었다.
벌교에서 고흥 들어가는 도로가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을 하던
2000년 대 초반 고흥을 갔다.
광주에서 고속도로를 내려 호남 고속도로를 타고 승주 IC에서 국도를 타고
내려갔었다. 아름다운 상사호를 끼고 가는 길은 벚꽃이 필 무렵 최고의
풍광을 주기도 했었다.
고흥의 낙조를 보기 위해 남해를 나와 부지런히 고흥을 갔지만
반기는 것은 비구름이었다.
어둑해진 읍내에 들어가 오래 된 모텔에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오면서 꼭 먹어야지 했던 황가오리회다.
식품 MD로 전국을 다녔지만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이다.
두근두근
홍어랑 비슷할까?
아님 간재미랑 비슷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숙소에서 멀지 않은 '도라지 식당'으로 갔다.
자리에 안고
황가오리회를 주문한다.
배와 지느러미 주변이 노란색을 띄고 있는 가오리의 한 종류다.
크기는 1미터가 넣는 대형 어종이다.
나온 황가오리 회는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킨 거라 한다.
비주얼이 일단 시선을 강력하게 끈다.
봐왔던 어떤 회와 다르다.
낯선 음식은 주인장에게 먹는 방식을 물어 봐야 한다.
"우선은 깻잎을 깔고 회, 밥, 장, 고추를 얹고 먹어 보쇼잉"
시원하게 방법을 알려 주신다.
소주 한잔 따르고
전해 들은 방식 그대로 안주를 만든다.
한잔 쭈욱 마시고
먹어 본다.
쫄깃한 식감이 몇 해 전 먹었던 차돌박이 육회를 뺨칠 정도로 쫄깃하다.
다른 어떤 쌈보다 조합이 좋다.
밥이 들어가니 식사도 되고 안주도 되는 기막힌 조합이다.
애는 치즈와 버터를 장인의 솜씨로 섞은 듯
고소하면서 진하다.
아귀의 간, 홍어 간과 다른 맛을 선사한다.
가오리 회를 다 먹을 즈음 비로 인해 취재는 물거너 간 초저녁
안주 하나를 더 시켰다.
'준치회'
같이 하라 김과 양념장이 나왔는데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황가오리의 맛이 워낙 강했던지라
별 맛을 느끼지 못하고 남긴 채
각 1병을 끝으로 식당을 나왔다.
고흥 읍내에
있는 도라지 식당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
들고 나는 이들이 그때마다 서로 인사를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곳 답다.
녹동항에는 활어를 구입할 수 있는 회센타가 있다.
제철을 맞은 수산물을 살 수도 있거니와 회를 떠서 근처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만 내면
먹을 수가 있다.
실한 갑오징어가 유혹을 한다. 남은 일정이 유혹을 뿌리친다.
이 외에도 말린 반건조 생선을 살 수 있는 좌판이 있다. 반 건조 생선은 사 놓으면
밑반찬, 국거리로 좋다. 반찬계의 라면과 같은 존재다.
고흥에 왔으니 해장국은 당연히
장어탕이다.
시래기와 통 장어를 듬뿍 넣은 장어탕. 이만한 해장국 만나기 드물기 때문에
고흥에서 해장으로는 필수다.
시래기와 통장어에 된장으로 맛을 냈다.
국물은 부드럽게 속을 풀어주고
실한 통장어의 살이 고소함을 준다.
제대로 끓여 낸 장어탕이라면
과음 다음 날의 쓰린 속을 편안하게 안 해줄 리가 없다.
도화헌 미술관을 가기 위해 77번 국도를 타고 한센인의 한이 서리 오마간척지를 막 지나니
아주 조금만 포구가 눈에 띈다.
잠시 내려 포구를 거닌다.
눈과 렌즈가 가는 곳이 풍경이다.
맑은 날이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풍경.
비, 구름, 섬, 바다가 주는 묘한 색감에 내렸다.
폐교된 학교를
미술관으로 만든 곳.
녹동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한다.
고흥반도에서 땅끝에 위치해 있다.
살던 고향으로 내려 온 예술가가 만든 곳으로
각종 체험과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체험은 사전에 문의를 통해서 할 수가 있다.
http://www.dowhahun.com/che-main.htm
잠시 박성식 화가와 담소를 나누고
다음 목적지인 나로도를 향합니다.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