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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28. 2015

제천... 묵마을

참기름과 김가루만 없었다면...

제천.

안동, 의성, 영덕 등 경상북도의 북쪽 출장을  다녀올 때 대부분 오는 시간이 퇴근시간과 겹친다. 여주 분기점의 병목 지점 여파로  문막부터 지루한 러시아워를 만날 때가 많다. 시간 타이밍을 보고 제천에서 고속도로를 내려 국도로  갈아탄다. 신호등의 가로막힘이 있지만 느릿하게 움직이는 고속도로 보다 국도를 선호한다. 거기에 배고프면 휴게소 외에 선택이 없는 고속도로 보다는 선택의 폭이 많기에 국도가 낫다.

삼척에서 시작해 충주를 거쳐 안성으로 가는 38번 국도를 탄다.

제천 IC에서 나와 5분 정도 가다 보면 삼거리 왼쪽에 자리 잡은 조금한 한옥집 한 채가 있다.

신호등이 파란 불이라면 지나칠 수 있는 크기와 위치다. 

몇 번 지나친 곳이지만 어느 날 신호 대기에 있는 사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묵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날 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고 맛을 봤다. 그날 이후로 가끔 가는 곳이 되었다.


제천에 도축장 갔다 오는 길 오랜만에 들렸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도토리의 전분이 주는 쌉쌀한 맛이 가장 좋을 때다. 시간이 지나면 도토리 전분 특유의 맛이 약해진다. 

도토리 전과 묵밥을 시킨다.

전이 먼저 나온다. 얇게 잘 부쳤다. 다만 올려진  팽이버섯이 눈에 거슬린다. 저  팽이버섯은 안 빠지는 곳이 없다. 

전을 먼저 맛을 본다. 기름 맛이 먼저 혀에 닿는다. 이로 전을 씹으니 기름 맛을 뚫고 씁쓸한 맛이 나온다. 이맛이다.

곧이어 묵밥이 나온다. 김치, 고추 장아찌 다진 것이 같이 나온다. 기호 껏 넣고 먹으면 된다. 김가루도 취향에 넣고 먹게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다. 막국수, 비빔밥 등에 올라오는 저 김가루는 없었으면 하는 게 평소의 생각이라 묵밥을 바라보니 바로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묵을 먹어 본다. 참기름이 방해를 한다. 참기름의 과다 사용도 문제다. 묵의 맛을 방해한다. 묵은 보들보들하다. 입안 가득 넣고 씹는다. 혀 끝에 걸리는 쌉사름함이 좋다. 이맛에 묵밥을 먹는 것이지. 하지만 여전히 참기름이 묵의 맛을 어지럽힌다. 

참기름 자체는 좋다. 하지만 사용함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참기름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한동안 했었다. 


여전히 묵 맛은 좋았다. 11월 가을걷이를 한 도토리가 주는 쌉싸름이 주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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