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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4. 2022

어시장에 간다면 주도권을 잡아라

뭐이 중헌디 알아야 한다

어시장에 간다면? 가성비가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이 먼저 든다..어시장 주변에 포진해 있는 식당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뒤통수 맞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결정하고는 시장가서는 바가지를 쓰거나 어쩌다 “먹었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잘 먹었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주도권!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 그나마 바가지 뒤집어쓸 확률이 줄어든다. 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쥔장 팔고 싶은 것을 사는 순간 바가지 쓸 확률은 거의 100%다. 어시장에서 주도권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무엇을 먹을지가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먹을지 알려면 그 항구의 제철 생선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1월에 삼척항에 다녀왔다. 취재하러 다니다가 저녁에 삼척항에서 소주 한잔하기로 했다. 

알면 주도권을 잡는다. 어시장에서 가격 흥정보다 증요하다. 

삼척항을 정하기 전에 임원항에서 대략적인 가격과 생선 구성을 봤다. 가자미 외 볼락, 성대가 대부분이었다. 우럭이나 광어도 있고 돔도 있었다. 가격은 삼척항보다 다소 비싼 듯싶었다. 회 떠서는 초장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라 조금 더 비쌌다. 비싸고 싸고는 사실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가 않다. 가성비라는 것이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낸 돈만큼 값어치를 따지는 것이 가성비다. 싼 것이, 비싼 것이 값어치를 못 하면 가성비는 떨어진다. 낸 돈만큼이라도 하면 다행인 것이고 그보다 좋은 경우는 찾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 찾기 힘든 것을 찾느라 시간을 빼앗길 뿐이고 결국 지치면 아무거나 산다. 삼척항 어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메뉴는 결정했다. 가자미나 복어 둘 중 하나였다. 우선 복어를 물어봤다. 가격이 어마무시 했다. 다니면서 자연산 광어도 물어봤다. 1월 광어는 방어보다 맛나기 때문이다. 1kg 5만 원, 그 가격이면 다른 것이 낫다. 3~4kg 나가는 것을 골라야 제맛을 느낄 수 있지만, 가격이 너무 셌다. 쥔장은 다른 것을 권했지만, 흘려보냈다. 어시장에서 권하는 치트키, “이거저거 삼만 원” 빨리 처리 해야 하는 것 기준으로만 어벤저스급이다. 내가 정한 메뉴가 아니기에 지나쳤다. 가자미만 보고 다녔다. 강도다리, 문치가자미, 용가자미 등등이 보였다. 가격은 집들이 대동소이, 그렇다면 횟감의 물을 봐야 한다. 그중에서 배에서 꼬리까지의 테두리가 노랗게 물든 참가자미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가격을 물으니 1kg 2만 원, 한겨울 참가자미의 고소함은 소주 안주로 딱 맞았다. 수족관 안을 보니 말쥐치와 쥐치가 함께 있었다. 조금 더 고소한 맛이 좋은 쥐치로 골랐다. 회를 뜨는 사이 옆집 수족관을 보니 책에서만 봤던 찰가자미가 떡하니 있다. 

찰가자미는 이름 그대로 찰졌다.

가격을 물으니 2만 원이라 한다. 한 마리 잡아 달라 하니 옆에서 살살 헤험 치는 도화볼락이 덤이 되었다. 횟값으로 총 지급한 금액은 6만 원. 구성은 참가자미, 찰가자미, 쥐치, 도화볼락 네 가지였다. 일명 DIY 모둠회였다. 초장 집으로 가 소주 한잔과 더불어 먹고 마셨다. 회를 먹다가 중간에 비빔 채소를 더해 초무침까지 했다. 채소만 가득한 회무침이 아닌 회가 주인공 행세 제대로인 회무침이었다. 나중에 술값까지 해서 그날 들어간 비용은 9만 원 조금 넘었다. 횟집에서 먹는 것과 비용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콘치즈가, 데워서 나온 튀김이 없었을 뿐이다. 이거저거 집어 먹을 것 대신 내가 먹고 싶었던 회만 가득했었다. 


어시장에 가기 전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정하고 가면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횟집 사장이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중요하다. 어시장에서 횟감 살 때 뭣이 중헌디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제철을 알면 맛있어진다는 이야기가 그냥 이야기가 아니다.      


#뭣이중헌디

#찰가자미

#쥐치_말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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