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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8. 2022

딸기_뭣이 중헌디

제대로 익혀야 한다


품종 독립의 일등은 딸기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채소며, 과일 대부분 종자는 외국 품종이 많다. 쌀도 그렇고 과수는 특히 더 그렇다. 샐러드나 볶아 먹는 용도로 사용하는 피망과 파프리카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가 최근에 국내 품종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했으나 생산자들은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잘 못 썼다가는 한 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얼리어답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닥 많지 않다. 사서 써보고 평가하면 되지만 농사는 그렇지 않다. 생산자들은 품종 바꾸는 것에 보수적이다. 쉽사리 바꾸지 않음에도 딸기는 어쩌다가 품종 독립의 일등이 되었을까? 외부의 자극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일시에 바꿀 수가 있었다. 


2000년 초반, 우리는 장희와 육보 등 일본 품종을 주로 재배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식품조보호동매에 가입하면서 두 품종으로 재배하면 사용료를 받겠다는 게 시작이었다. 딸기 시장의 98% 정도를 두 품종이 점유하고 있었으니 농가와 유통업체가 일본발 불똥에 난리가 났다. 당장에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국내 연구소에서 해결했다. 때마침 개발한 품종이 있으니 매향이 처음이었고 이어서 설향이 나왔다. 그때 일본이 우리나라에 요구한 사용료는 모종 한 주당 5원, 연간 규모는 약 30억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백억의 사용료를 절감했다. ‘No, JAPAN’ 의 시조였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 품종이 거꾸로 시장 점유율 96%라고 한다. 


딸기 품종의 국적이 바뀌는 사이 대형할인점이나 시장에서의 딸기 판매도 변했다. 장희와 육보가 득세를 하고 있을 때는 딸기 제맛이 들려면 1월부터였다. 12월부터 출시하긴 했어도 모양만 딸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딸기는 품종보다는 지역이 우세했다. 판매할 때 지역+가격만 표시했다. 지금은 품종+지역이다. 품종이 바뀌면서 12월에 나오는 딸기도 향과 맛이 제법 났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품종이 다양해졌고, 국적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덜 익은 딸기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일본 출장을 자주 갔었다. 겨울에 간다면 꼭 딸기나 감귤을 맛봤다. 시장에서도 사보고 고급 백화점에서 사보면서 말이다. 우리랑 같은 것을 심나, 다른 것을 심나를 봤다. 품종은 달랐지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었다. 일본은 완전히 익은 것을 내보낸다. 반면에 우리는 끝이 아직 익지 않은 단단한 것을 판다. 집에서 딸기 먹을 때 한 개에서 약 80% 정도만 먹는다. 나머지 파란 부분은 꼭지와 함께 버린다. 둘의 차이가 뭘까? 한쪽은 유통이 최대한의 맛을 제공하려 하고 한쪽은 유통이 최대한 편리해지려는 차이다. 딸기는 쉽게 무른다. 단단하지 않으면 포장지 닿은 부분부터 짓무른다. 옛날에 다라이 딸기라고 커다란 양은 다라이 가득 딸기를 담아서 팔았다. 층층이 쌓여 있다 보니 아래는 짓무르기 십상. 단단한 딸기를 따서는 오가는 중에 익혔다. 다라이 딸기가 점차 사라지고 그다음이 두 겹으로 소포장했다. 이 또한 단단하지 않으면 밑에 깔린 딸기는 곤죽이 된다. 최근에는 한 겹으로만 포장한 것이 대세다. 포장 방법이 바뀌었지만 익힘 정도는 똑같다. 유통업체가 변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그런줄만 안다. 소비자가 우선 변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딸기를 사지 말아야 한다. 대신 아래가 무른 것에 대하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썩은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무른 것이게 식감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유통업체 또한 농가와 합의를 해야 한다. 맛있을 따고, 맛있을 때 팔겠다는 합의 말이다. 


품종이 바뀌었고, 포장이 바뀌었다. 이제 맛있는 딸기로 바뀌어야 한다. 품종도 중요하지만, 딸기 뭣이 중허디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익은 딸기가 맛난 법이다.

#뭣이중헌디

#딸기 #설향 #매향 #죽향 #킹스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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