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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y 13. 2022

지극히 미적인 시장_부안

오일장 없는 부안



#부안오일장 #81번째

#지극히미적인시장

#가는날이제철입니다

#꽃게찜 #꽃게 #간장게장


시장 구경하던 날이 일요일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상설시장이지만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은 쉰다. 상설시장인지라 사전 체크를 하지 못했다. 다만 수산물 시장은 열려 있었다. 몇 가지 수산물을 보고서는 지갑을 열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산란을 앞둔 꽃게가 좋아 보였지만 선뜻 다가서지 않고 구경만 다녔다. 전날 변산 해수욕장에서 맛본 꽃게찜 때문이었다. 숙소를 잡기 전 탐색하다가 편하게 숙소 옆 횟집을 잡았다. 직전 출장지인 산청에서 대리운전 때문에 속 썩은 것이 있어 가능한 한 대리운전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패착도 그런 패착도 없었다. 꽃게로 하는 음식은 게장, 매운탕, 매운찜이 있다. 앞선 음식보다 간단하지만, 싱싱한 꽃게를 그대로 찐 것이 가장 맛있다. 혹자는 간장게장이 밥도둑의 전설급이라고 한다. 꽃게를 그냥 찐 것 앞에서는 그냥 좀도둑일 뿐이다. 게, 새우, 조개 등은 회로 먹는 것이 가장 맛없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이 간장에 절인 채 먹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갑각류는 열을 받아야 제대로 향을 낸다. 향이 없는 음식은 차별점이 별로 없다. 간장게장은 간장의 향과 간으로 먹는 음식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꽃게를 찌면 밥은 기본인 술도둑이다. 특유의 진한 게향이 식욕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그런데, 향 없는 찜을 만났다. 아마도 수족관에 몇 날 며칠 있었던 녀석인 듯싶었다. 찌는 시간을 고려해서 숙소에서 미리 주문했다. 식당에 가서 앉아 있으니 잠시 후 나왔다. 껍질 안 내장은 밝은 빛을 잃고 있었고 비린내가 났다. 향이나 단맛이 사라진 살 또한 식욕을 자극하지 못했다. 다른 것을 주문해서는 먹는 듯 마는 듯하다가 나왔다. 전날의 이런 안 좋은 기억 탓에 꽃게를 쉽게 사지 못했다. 이제 갈까 하는 순간, 한 집에서 얼음을 채워 막 들어온 꽃게가 보였다. 바로 다가가 2㎏ 주문했다. 같이 간 이가 멀뚱멀뚱 보고 있기에 바로 사라고 했다. “육지에서 맛보는 최고의 꽃게가 바로 네 앞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소래포구나 여느 항구에서도 타이밍이 맞으면 이렇게 바로 들어온 꽃게를 살 수 있다. 수족관에 들어가지 않은 꽃게는 다른 것보다 맛이 좋다. 까닭은 간단, 오래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가족들 모두 인생 최고의 꽃게를 맛봤다.” 7~8월 금어기를 앞둔 5월, 꽃게 먹기에 딱 맞다. 꽃게든 대게든 같은 돈이라면 보관 수족관에 들어가기 직전에 사면 가장 맛있다. 다만 운이 따라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46669?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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