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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다와 함께 하는 블루로드

영덕... 삼동마을

by 김진영

높은 산이 서쪽에서의 진입을 막고 있는 영덕은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려 여행 가려는 마음조차 먹기 힘들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포항에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아니면 자동차를 이용해 안동에서 국도를 이용해 들어가는 지난 한 길도 있다. 필자도 전국을 두루 다녔지만 영덕은 큰 마음을 먹고 출발을 했던 기억이 있다.

5년 전 울진 유기농 박람회 참관 차 다녀간 이후로 오랜만에 영덕을 찾았다.


영덕에 길이 생겼다. 오롯이 사람을 위한 길 블루로드다. B(beach, 푸른바다), L(legend, light) 등 BLUE에는 여러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만 푸른 동해를 곁에 두고 걷는 길, 블루로드다. 4개의 코스, 빛과 바람의 길(17.5km,6 시간), 푸른 대게의 길(15km, 5시간), 묵은사의 길(17.5km,6 시간), 쪽빛 파도의 길(14.1km, 4.5 시간)로 이우어져 있다. 걷는 목적의 여행이 아니었던지라 몇 군데 사진 찍는 지점만 다녀왔다.


삼사 해상산책로.

푸른 대게의 길 중간 지점인 강구항 근처 삼사 해양 산책로.

쪽빛 바다 위에 낚시나, 산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놨다. 차를 두고 잠시 바다 위를 걸어 보니 엉킨 실타래 마냥 얽히고설켜 있던 복잡한 일상이 잠시 사라진다.

dk_2.jpg 잠시 차들 두고 한적하게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 바닥의 투명 창을 통해 맑은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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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 번잡한 항구 대신 강구시장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대게가 아닌 슬슬 맛이 나기 시작하는 물가자미회를 주문했다.

물가자미의 제철은 대게의 제철이 끝나는 봄. 몸체가 크지 않은 물가자미를 뼈째 썰어 야채와 물미역을 함께 초장과 비벼 먹는다. 초장을 나온 회에 같이 비벼 먹거나, 따로 회와 야채를 덜어 내고 비벼 먹을 수 있다. 제철 맞은 도루묵탕도 주문을 한다. 일행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를 주문할 수 있어 좋다. 혼자 여행도 좋지만 먹거리에 있어서는 제약이 많아 좀 아쉽다. 국밥 등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어디든지 먹을 수 있지만 지역 음식은 대개 2인 분을 주문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2인 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것만 바뀌어도 여행문화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대게 비빔밥은 각종 야채와 서실이라는 해초와 함께 나온다. 쪄서 살을 발라낸 대게 살과 내장이 함께 나온다. 고추장에 비비지 않고 간장에 비벼먹는다. 간장의 감칠맛과 대게의 살의 단맛의 조화가 마술을 부리듯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만 같이 내는 참기름을 조금 덜 넣거나 식탁 위의 소금처럼 각자 입맛에 맞게 넣을 수 있도록 한다면 맛을 더 살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dk_9.jpg 말리고 있는 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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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석실)마을로 갔다. 석동마을에는 세 개의 바다가 있다. 언덕 위의 바다, 마을 속의 바다, 그리고 바다가 있다. 해안 절벽에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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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와 나란히 가는 해안도로에 한 편에 잠시 차를 두고 마을로 내려가기 전 언덕에서 바다를 본다. 집, 바다, 하늘이 한 눈에 조망이 된다. 석동 마을의 첫 번째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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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집과 집 사이로 어른 한 사람 겨우 지나갈 길이 나 있다. 카메라를 챙겨 슬슬 걸어 내려 가니 집과 집 사이에 바다와 하늘이 보인다. 두 번째 석동 마을의 바다다. 쪽빛에서 푸른빛의 그러데이션의 빛깔이 눈에서 마음으로 새겨진다. 오호~! 탄성이 터진다. 지나가던 마을 어른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여쭈니 "서울서 왔능겨?" 사투리로 반겨 주시고 갈던 길을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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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걸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길이지만, 골목을, 집을 돌아 나오면 풍광이 달라져 멈추게 한다. 연실 바쁘게 셔터를 누른다. 언덕을 내려 가는 길이라 앞집의 지붕이 눈높이 아래다. 각각의 지붕 색깔 위로 파란 하늘이, 쪽빛 바다가 보인다. 마을 안에 민박집이 있다. 여행을 왔다 눌러앉았다고 한다. 차가 들어오지 못해 민박집 공사하는데 애를 먹었다 하신다. 모든 공사 자재를 등짐으로 날랐다고 한다. 여유가 있다면 며칠 눌러 않고 싶었다. 다시 골목 탐험을 한다. 탐험이다. 돌고 돌 때 들어오는 풍광을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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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돌아 나오니, 테트라로 파도를 막은 해수풀이 보인다. 여름 철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옆에는 푸른 대게 길의 스탠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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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두어 척 있는 포구로 가니 쪽빛 바다가 반긴다. 석동 마을의 세 번째 바다다. 작은 마을 석동에는 세 가지 바다를 품고 있다. 언덕에서 , 마을에서 , 지척에서 보는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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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_45.jpg 고래불 해수욕장

길은 있지만 음식은 대게 일색이다. 혼자든 둘이 던 걷던 길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없어 안타깝다. 대게 주먹밥도 좋을 것이고, 김밥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인데 자리를 잡고 않아서 먹어야 할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잘 만든 길에 사람이 모인다. 길 걷기를 끝낸 저녁 무렵에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번듯한 식당에서 여유 있는 식사에 대한 인프라는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만 걷는 길 중간에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며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요깃거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바람이 불 때 다시 올 생각이다. 금년에 중학생이 되는 딸과 함께 길을 걸어 볼 생각이다. 쪽빛 바람이 부는 블루로드,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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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던 길에서 만난 오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