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순창, 김제, 논산
짜장면이 맛있던 곳
맛있기도 어렵고 맛없기는 쉬운 음식이 바로 짜장면.
팔도를 다니는 것이 직업.
그중에서 괜찮았던 몇 곳이다.
홍천
50년 세월을 홍천과 함께해온 곳이다. 짜장면 싫어하는 사람 만나기 어렵다. 맛있는 짜장면 만나기도 그만큼 어렵다. 옛날 짜장이라고 붙은 곳에 가면 큼직하게 썬 양파와 감자만 있을 뿐, 뭐가 옛날인지 알 수가 없다. 나온 짜장면에 고춧가루 조금,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는 기본 절차를 밟는다. 잘 비비고 한 젓가락 먹으면 “아 짜장면이다”가 단무지로 향하던 젓가락질 보다 빨리 나온다. 먹기 좋게 썬 재료들을 춘장에 잘 볶아 냈거니와 심하게 쫄깃하지 않은 면발과 잘 어울렸다. 짜장면의 면이 쫄깃하지 않으면 낯설어하는 이들에게는 맛없는 곳이다. 잘 볶은 춘장과 면의 조합을 중시하는 이라면 오랜만에 맛있는 짜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배달로는 참맛을 맛볼 수 없다. 오다가다 차가 막힌다면 짜장면 먹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다. 홍천 나들목에서도 가깝다. 중화각 033-434-2020
순창
순창은 일 년에 서너 차례 갔었다. 밥을 먹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다. 20년 다녔지만, 짜장면과 한정식 두 번 먹었다. 한정식은 협력업체가 다른 것 먹자고 했었다. 찬은 많아도 젓가락 갈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고 먹어보니 이해가 바로 갔다. 먹었던 짜장면은 읍내였던 것과 짜장면 옆에 놓여 있던 입가심용 요구르트병은 기억이 또렷하다. 시외버스 터미널 앞, 작은 식당. 여기는 기억속 장소는 아니었을 듯싶었지만 들어가 간짜장을 주문했다. 잘게 자른 양파가 가득 담긴 짜장과 면이 나왔다. 간짜장에는 고춧가루와 식초는 ‘국롤’. 식초는 단맛, 짠맛, 기름진 맛을 한데 모아 주는 역할을 한다. 짜장에 직접 넣기 싫다면 단무지에 듬뿍 뿌리는 것도 좋다. 사실, 짜장면이라는 게 맛있기도 힘들고 맛없기도 힘든 음식이다. 어디를 가나 예상하는 그런 맛이다. 간짜장이라 해놓고는 만들어 놓은 짜장을 그릇에 따로 담아 주는 곳도 많다. 일반 짜장과 간짜장의 맛 구분이 불가능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 오픈 전이라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은 탁월했다. 짜장면이 맛있었다. 춘장과 설탕, 조미료에 양파와 돼지고기 조금이 내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다. 재료는 적어도 몇 가지 재료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짜장면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었다. 먹으면서 혼잣말로 “맛있네”를 연발했다. 나오면서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고 나왔다. 순창식당 063-653-2593
김제
쌀 계약재배 때문에 김제 내려왔다가 알게 된 집이다. 전국에 수많은 중국집이 있다. 김제 또한 마찬가지다. 짬뽕, 짜장면, 탕수육만 잘 해면되는 데 이게 쉽지 않다. 중국집에 달린 수많은 후기 중에서 “면이 쫄깃해요”하는 댓글이 많다. 요새 중국집 면은 노란색이 많다. 불지 말라고 식용 소다(중조, 중탄산나트륨, 식소다 같은 말이다)를 넣는다. 면이 불지도 않지만, 면을 쫄깃한 성질을 주는 글루텐 형성에 깊게 관여한다. 식소다 넣은 면이 쫄깃한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는 쫄깃함을 주기 위해 오랜 반죽과 숙성을 했다. 시간 대신에 간단히 과학으로 해결한 것이 식용 소다다. 짜장면을 주문하면 일단 반감부터 생긴다. 샛노란 면 대신에 하얀 면이 반기기 때문이다. 볶아 나온 짜장을 넣고 비비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익히 알고 있는 짜장의 맛이 입안 가득 채운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중국집 최대 고민 앞에서 짜장 선택하는 몇 안 되는 집이다. 물론 개인 취향이다. 11시 30분 문을 여는 곳이다. 줄서기 싫어하는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앞당기는 집이다. 대흥각 063-547-5886
논산
계획 없이 갔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문을 닫은 탓에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논산이란 지역이 식당은 많아도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짜장면이 괜찮을 듯싶어 선택해서 찾아간 곳이다. 검색할 때 “사장님 친절해요” “인테리어 깔끔해요” 이런 소리 있으면 무조건 패스다. 단무지 사진까지 세세히 찍은 포스팅 또한 그렇다. 논산에 있는 수많은 중국집 중 포스팅도 없으나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계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포스팅을 봤다. 여기 ‘찐’ 맛은 동화 짜장이라는데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다. 저기 충청도 어디의 삼선 짬뽕 2인분 이상만 가능한 곳과 같다. 할 수 없이 간짜장 주문. 적당한 면과 짜장. 고춧가루와 식초 조금 넣고 비비니 포스팅이 왜 적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일단 짜장면 특유의 단짠과 느글거림이 없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물을 마시지 않았다. 처음이다. 단짠은 필연적으로 물을 당긴다. 짜고 단 음식을 먹을 때 특징이다. MSG와 설탕을 아낌없이 넣고 만든 짜장이 아니기에 맛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짜장을 먹었지만 짜장을 먹지 않은 느낌, 먹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먹고 난 후는 별 감흥이 없다. 지나고 나면 짜장 생각이 슬금슬금 나는 집이다. 미원과 설탕이 듬뿍 들어가야 짜장맛이라 생각하면 가서는 안 되는 집이다. 짜장면에 쓰기 애매한, 슴슴한 짜장면이 궁금하다면 여기다. 동화반점 041-735-8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