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남쪽에 있는 가고시마. 일본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흑돼지, 버크셔종을 키우는 동네다. 한 번은 여행을 갔다가 흑돼지 맛을 아주 살짝 본 적이 있었다. 조금 더 맛을 보고 싶었지만 여럿이 있는 관계로 다음으로 미뤘다. 다음으로 미룬 순간이 못내 아쉬워 2019년 12월, 흑돼지 먹으러 혼자 가고시마에 갔다. 흑돼지를 사용한 다양한 음식을 먹고 다녔다. 돼지고기는 그저 구워 먹거나, 수육, 돈가스가 전부인 우리와는 달랐다. 가고시마로 흑돼지 먹으러 떠나기 전 몇 개월 전에 윗동네인 구마모토에서 맛있는 닭을 먹는 경험을 했다. 참으로 신기한 맛이었고 평소에 생각하던 토종닭에 대한 맛을 제대로 내고 있었다. 가고시마에서 흑돼지를 먹으러 갔다 온 후 그대로 토종닭만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구마모토에서의 경험이 진짜인지, 그들의 토종닭 먹는 문화가 궁금했다. 우리에게 토종닭은 닭백숙이 전부였기에 그들이 식문화를 살펴보러 갔다. 자료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일본에서 손꼽는 닭이 나고야 코친임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자료 조사를 했다. 일본의 토종닭 개량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 일본은 이미 중국의 황색 계통 닭을 들여와 개량했다. 결과물이 나고야 코친이다. 18세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별도로 부연하지 않겠다. 나고야 코친은 1905년에 실용닭으로 인정을 최초로 받았다. 실용닭은 재래종을 개량한 것으로 일반 육계보다는 더디 자라지만 재래종보단 빠르다. 순계 나고야 코친은 150일 이상 키워야 한다. 일반 닭은 60일 이전에 출하한다. 재래종은 6개월 이상 키워야 한다. 그 중간이 바로 나고야 코친이다. 육질과 성장 두 목적성을 띠도록 개량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협 3호를 비롯한 모든 토종닭이 이런 실용닭이다.
테바사기, 닭 날개를 튀긴 것에 소금, 간장 또는 된장으로 양념한 요리다. 토종닭으로 만든 것은 날개가 일반 닭보다 두 배 크다.
처음 닭만 먹으러 떠난 닥닭 여행(닥치고 닭만 먹는 여행)의 목적지는 당연히 나고야였다. 처음 토종닭을 인정받은 곳이니 토종닭 먹는 문화가 생활 속에 들여 앉아 있을 듯싶었다. 예상대로 토종닭은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사고 먹을 수가 있었다. 나고야와 견주는 토종닭이 규슈 남단에도 있었기에 나고야 다음 일정으로 구마모토, 가고시마, 미야자키로 닥닭 여행을 떠났다. 나고야하고는 또 다른 메뉴가 규슈 남단에 있었다. 구마모토, 가고시마, 미야자키 닭의 맛도, 추천하는 메뉴도 나름의 특색이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여행이 막혔다. 원래는 닥닭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로 프랑스를 생각했다. 티켓팅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하늘길이 막혔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3년 사이 나고야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고야 닥닭 여행을 다녀왔다. 프랑스도 생각했지만 우리네와 먹는 방식이 다르기에 다음으로 미뤘다. 간장, 된장, 소금을 비슷하게 사용하는 일본이 먼저였다. 우리네 토종닭의 미래를 일본의 예로 점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닥닭 여행은 3박 4일 세 번, 12일 36끼를 닭으로 시작해 닭으로 끝내려고 다닌 여행의 기록이다. 물론 한두 끼는 다른 것을 먹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고야 여행 유튜브를 먹으면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가야 할 곳, 먹어야 할 것 등이다. 먹어야 할 것은 순서만 다를 뿐이다. 내용 중 닭 날개를 튀긴 테바사기 먹으러 가는 내용이 나온다. 지점만 다를 뿐 가는 브랜드는 같다. 돈가스도 마찬가지다. 테바사기 인기 있는 집이 아니라 맛난 재료로 만든 테바사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떠난 닥닭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