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나는 ‘가든’이 먼저 떠오른다. 오래 전 기억, 1996년 신입사원 때였다. 한 번은 돌아가신 사수와 함께 연수동 뉴코아를 간 적이 있다. 핑계는 시장조사지만 사실은 점심 먹으러 간 것이다. 지금은 어딘지도 모르는, 다만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 곳을 돌고 돌아간 골짜기였다. 이름에 무슨 무슨 가든 들어간 식당은 확실했다. 백숙을 주문하면 시간이 다소 걸렸다. 음식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고스톱 치면서 기다렸다. 우리 같은 손님을 위해 방마다 기본으로 미군 담요와 화투가 있었다. 토종닭 하면 처음의 기억, 시간이 걸리면서 꼭 어디로 찾아가야지만 먹을 수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그 이후로 27년이 흘렀지만, 우리가 토종닭 먹는 방식은 고스톱만 빼고는 같다. 애써 찾아야 먹을 수 음식이다. 일본을 세 번 간 이유는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다름은 다양한 활용에서 차이가 난다. 일본 음식 어디서든 토종닭을 찾을 수가 있었다. 구이, 튀김, 우동, 라멘, 전골, 덮밥, 카츠, 샌드위치, 햄버거 등 말이다. 우리는 법으로 닭 회가 금지되어 있지만, 그들은 부위별로 회로 내고 있다.
나고야는 이번까지 포함해서 두 번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다녔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나고야역과 사카이역 주변만 다녔다. 이번에는 조금 용기를 내 나고야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녀왔다. 지난번에는 다양하게 먹어 보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같은 메뉴를 다양하게 먹어 보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테바사기, 날개를 튀겨서 양념한 것으로 나고야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 중에 꼭 들어갈 정도로 즐겨 먹는 음식이다. 3년 전, 처음 먹었을 때는 간장 양념한 것을 처음 먹었다. 테바사기가 그런 음식으로만 알았다. 요번에 가보니 간장, 된장, 소금 등 다양한 맛을 봤다. 간장 맛을 먹었더니 한국에서 맛본 교촌치킨과 맛이 비슷했다. 장어 대신 토종닭이 들어간 히츠마부시 또한 맛있었다. 이번에는 먹지 않았지만 말이다. 장어를 별로 즐기지 않기에 먹어 본 토종닭 히츠마부시가 입에 맞았다. 장어와 또 다른, 탄성 있는 식감이 더 매력이 있다. 장어든 토종닭이든 먹는 방식은 같다. 테바사기에 쓰는 닭은 일반 육계(50일 이내)를 주로 쓴다. 백화점이든 이름난 가맹점이든 말이다. 내가 먹고 다닌 것은 나고야 코친(150일 이상 키운)으로 만든 것을 먹으러 다녔다.
토종닭으로 만든 테바사기는 시내 곳곳에서 맛볼 수가 있다. 식당가가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토종닭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있다. 우리처럼 시 외곽에서나 만나는 것이 아니다. 꼬치, 회, 전골, 우동, 라멘, 샌드위치 등으로 가능하다. 테바사기는 3박을 하면서 세 번을 먹었다. 두 번은 시내에 있는 전문점과 백화점 식당, 한 번은 이번 여행의 큰 목적지인 고마키시에서다. 나고야 코친의 시작점을 알리는 동상이 고마키역 앞에 있다. 시작점이니 전문점이 있을 듯싶었다. 많지는 않았다. 거의 한 곳이라 이야기해도 될 정도였다. 그곳을 찾아갔다. 식당 이름은 카나와(Kanawa). 사실 여기를 찾아갈 때만 하더라도 탄생지에서 맛보는 나고야 코친의 의미만 있었다. 미츠테츠선 고마키하라역에서 십여 분 정도 걸어야 식당이 나온다. 다른 메뉴도 많았지만, 가슴살로 만든 카츠와 토종닭을 넣고 만든 춘권 맛보기 위해 거기까지 갔다. 목적 메뉴를 주문하고는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꼬치를 주문했다. 게다가 프런트 앞에 앉았기에 숯불에 굽고 있는 닭 굽는 모습이 주문을 외치라고 재촉하는 듯싶었다. “어서 주문해!” 테바사기와 종아리 부위 꼬치를 주문했다. 종아리 부위는 ‘일일 한정’이라는 문구와 먹어 본 기억이 없어 추가했다. 결론은 잘 주문했다는, 맛이 최고였다.
가만히 앉아 연로한 사장님의 굽는 모습을 봤다. 날개를 몇 번 뒤집는 것 같더니 이내 나왔다. 가맹점에는 테바사기 먹는 법을 친절히 알려주지만 다 필요 없다. 맛을 보면 날개 뼈를 쪽쪽 빨고 있다. 여기 테바사기는 ‘찐’이었다. 여태 먹고 다닌 것과 다른 식감과 질감이었다. 조금 더 탄력이 있었다. 게다가 뿌려진 소금이 짜지도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최상의 상태로, 닭이 품고 있는 본연의 맛을 끌어내고 있다. 날개 뼈와 살 사이에 있는 노란 기름까지 맛있었다. 감탄의 감탄을 연발하면 먹었다. 잠시 후, 나온 닭 종아리로 구운, 이 꼬치는 나를 그로기 상태로 보냈다. 넓적다리 구이보다 탄성이 세 배는 있었다. 잘 모르는 이는 질기다 할 정도다. 예전에 총리 토종닭을 예능에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출연진이 방송하는 사이 세프가 요리를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이 길어지다 보니 음식이 식었다. 토종닭은 따듯하면 부드럽다. 그렇다고 육계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토종닭은 육계보다 콜라겐이 많다. 식으면 열기에 부드러워진 콜라겐이 다시금 수축해 단단해졌다. 먹는 출연진에게는 식은 토종닭은 곤욕이었다. 토종닭 꼬치는 바로 따듯할 때 먹어야 제맛을 느낀다. 나온 꼬치는 천상의 맛이었다. 이에 저항하며 잘리는 토종닭은 잘리면서 그냥 잘리지 않고는 감추고 있던 맛을 내줬다. 껍질의 쫀득거림과 지방의 고소함, 살은 세포에 품고 있는 감칠맛을 목구멍 넘어갈 때까지 내줬다. MSG(Mono Sodium Glutamic acid)를 넣으면 재료의 겉에서만 맴돈다.
조미료가 침에 씻기면 감칠맛도 사라진다. 재료가 감칠맛(Glutamic acid)을 가지고 있으면 양념과 상관없이 내준다. 이런 재료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낸다. 나고야에서 먹은 테바사기와 꼬치 중에서는 최고였다. 원래 목적 메뉴는 생각만큼 맛나지 않았다. 테바사기와 꼬치를 먹은 것도 있지만 춘권은 생각대로 별로였다. 좋은 고기도 갈아서 요리하면 원래의 매력을 잃는다. 좋은 고기로 만든 통조림 햄을 먹어 보면 안다. 만일 테바사기와 꼬치를 주문하지 않았다면 나고야 코친을 사용하는 식당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다음에 가면 공깃밥 하나 주문하고는 꼬치를 메뉴대로 주문할 생각이다. 물론 “나마비루 구다사이”를 외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