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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03. 2023

닥닭여행

끄읏

나고야역에서 오야코동(달걀과 닭고기로 만든 덮밥)을 먹기 위해 역내를 몇 바퀴를 돌았다. 분명 근처는 맞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식당은 9층, 나는 1층을 돌아다녔으니). 삼십 여분 헤매다가 역내 푸드코트에 있는 토종닭 우동을 먹었다. 테이블 두 개 정도, 1인석 몇 개 있는 작은 식당이다. 이런 작은 식당에서 토종닭을 낸다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 그러나 일본은 가능한 일이다. 작은 식당임에도 놀라운 것은 꼬치나 우동이 상상 이상으로 맛이 있었다. 

일본은 가능한, 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는 것일까? 첫째는 우리보다 오랫동안 먹었다는 것, 둘째는 미식을 먼저 했다는 것, 셋째는 인구수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고야 코친이 실용계 닭으로 인정받은 때가 1905년이다. 중간에 사라질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100년을 이어왔다. 1960년대 도쿄 올림픽 전후로 미식 붐이 일었다. 육계보다 맛있는 재료를 찾았다. 사라질 뻔한 순간에 토종닭은 부흥의 길로 들어섰다. 그게 60년 전이다. 100년 전에 육종을, 60년 전에 토종닭을 찾다 보니 토종닭이 일상 속 식재료가 되었을 것이다. 일상 속 식재료가 될 수 있을 만큼 인구가 많았다. 사람이 많으니 다양한 요리에 사용했다. 다양한 요리는 한 마리 보다는 부분육을 선호한다. 다리만 혹은 날개만 필요한 곳, 또는 껍질만 사용하는 식당이 있으니 굳이 한 마리 다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역사의 작은 식당에서 포장만 풀고는 꼬치에 끼워 토종닭을 구울 수가 있다. 우동집에서는 된장으로 육수를 내고는 닭가슴살을 넣을 수가 있었다. 닭으로 하는 모든 메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이거다. 오래 먹었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다. 시장 규모가 충분하기에 부분육 작업장 운영이 가능하다. 이번 출장에 농장이나 가공장 홈페이지를 통해 식당을 찾았다. 생산한 것을 사용한 식당 리스트가 있어 메뉴에 따라 식당을 선택했다. 

농가나 도계장에서 소개하는 곳이라면 다른 곳보다는 신뢰성이 확보된다. 토종닭을 키우고, 도계와 부분육으로 가공하고, 식당에서 조리하는 삼박자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토종닭 부분육 가공장에서 직영하는 반찬 판매장도 가려 했었지만 못 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몇 년 전이었다. 지인이 일본식 꼬칫집 개업할 때 파주의 한협 3호 토종닭을 알려줬다. 토종닭을 농장에서 받아서는 주방에서 일일이 손질해서는 손님에게 냈다. 몇 번 그렇게 하다가 메뉴를 지었다. 손질도 힘들지만 필요한 것은 날개와 다릿살임에도 한 마리를 통으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찾지 않은 부위가 재고로 쌓였다. 닭꼬치를 하는 세프들의 공통된 의견 또한 손질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목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토종닭으로 꼬치를 내는 곳이 있지만, 일본처럼 일상에는 먹지 못한다. 왜 우리는 토종닭 꼬치를 먹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토종닭은 질기다는 인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토종닭을 자주 먹지 않으면 낯선 식감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육계만 접하다 보니 탄성 있는 토종닭이 낯선 것이다. 아이 때부터 토종닭을 먹은 딸아이는 백숙은 무조건 토종닭이다. 치킨은 양념과 닭고기의 궁합이 맞기에 별말 없이 먹는다. 하지만 백숙은 오롯이 소금으로 내는 닭의 맛이 좌지우지하기에 육계로 끓이면 잔소리한다. 닭 키우고, 도계 하는 곳들이 99% 이상이 대기업이다. 안성의 조아라 토종닭 농장에서 도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주 작은 시장이다. 대기업은 육계는 부분육을 내도 토종닭은 여전히 한 마리이다. 토종닭으로 할 수 있는 메뉴가 백숙 아니면 닭도리탕뿐이기에 그렇다. 닭이 먼저냐 아니면 알이 먼저냐?와 같은 아리송한 명제가 있다. 뭐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일을 살면서 간혹 접한다. 메뉴가 다양해지면 부분육을 팔 것인가 아니면 부분육이 있으면 다양한 메뉴가 많아질 것이냐? 내 생각은 부분육이 먼저다. 부분육이 나오는 순간 토종닭 시장이 커지리라 생각, 아니 확신한다. 

20년 전에는 토종닭을 사려면 초록마을로 갔어야 했다. 한살림 등 회원조합에서조차 백세미를 팔던 시절이었다. 20년 지난 지금은 동네 마트만 가도 토종닭이 있다. 애써 찾아야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조금만 신경 쓰면 살 수 있게 변했다. 마트에 팔던 토종닭은 한 마리 통이었다. 그러다가 닭도리탕용으로 절단한 것을 팔기 시작했다. 시장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림이든 농협이든 누군가가 토종닭 부분육을 내준다면 좋겠다. 만들어진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것도 좋겠지만 새로 만들어 가는 시장도 있다. 토종닭 시장은 만들어 가는 시장이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 토종닭은 거의 한협 3호 독점 구조다. 우리맛닭이나 소래닭, 연산오계가 있어도 존재감이 한협 3호에 견줄 수가 없다. 한 가지 꿈이 있다. 일본으로 토종닭을 먹으러 다닐 때부터 가진 꿈이다. 지역별로 닭 베틀을 여는 꿈이다. 저기 남해군의 닭이 맛이 있는지, 아니면 강원도 홍천닭이 맛있는지 하는 경연을 하고 싶다. 여기서 닭은 지금의 한협 3호가 아닌 지역의 풍토를 품고 있는 지역 특유의 닭이다. 일본은 대략 100여 개의 재래닭 포함 브랜드 닭이 있다. 지역에 가면 지역을 대표하는 토종닭을 맛볼 수 있다. 우리도 하동에 가면 하동 토종닭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요새 고향세 상품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국산 참깨로 짠 참기름을 내서 논란이 있었다. 내가 낸 고향세에 대한 답례품이 고향을 대표하는 토종닭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솥뚜껑에 끓이는 닭도리탕의 형태는 같아도 경기도 닭으로, 전라도의 지역 닭으로 하는 꿈을 꾸어 본다. 지자체별로 닭을 육종하는 나라라 되었으면 한다. 종이 다르면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꿈을 꾼다. 꿈은 이루어진다를 믿으며 말이다.


#토종닭 #나고야 #한협3호 #우리맛닭 #소래닭 #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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