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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01. 2023

홋카이도 3.

이런 게판을 봤나?


홋카이도 3.. 이런 게판을 봤나!


연착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플랫폼에 있는 녀석은 눈 치우는 기차다.

아사히카와를 도망치듯 떠났다. 삿포로까지는 한 시간 거리. 눈길을 헤맸던 유니는 잠이 들었다. 기차는 막힘 없이 간다. 첫 번째 도착한 이름 모를 역, 눈이 내린다. 사진 찍기 딱 좋아 보였다. 어제 다행히 찾은 가방, 1424mm 렌즈와 스트로보를 장착하고 다음 역에 서기를 기다렸다. 정차는 사람이 없으면 30초 정도만 하는 듯 짧게 서고는 이내 떠난다. 순간을 잡아야 한다. 

기차가 서고 촬영 시작.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이 아주 많거나 혹은 적을 때 꽤 괜찮은 사진이 나온다. 사람 없는 역에서 승무원이 그 역할을 해준다. 적당히 눈도 흩뿌리고 말이다. 사진찍기 놀이하다 보니 어느새 삿포로로 역이다. 카메라 가방부터 메고 짐을 챙겼다.


구글 맵을 보니 호텔이 두 블록 정도 떨어졌다. 다이마루 백화점을 안을 지나가면 빠를 듯싶었다.  1층, 갖은 명품과 화장품이 즐비한 점빵 사이, 초콜릿과 디저트를 팔고 있다. 그중 한 집만 줄을 선다. 그것도 어마무시하게 말이다. 체크인까지 끝내고 건너뛴 점심 먹으러 백화점 식당가로 갔다. 우동, 카레, 스테이크, 튀김, 부타동, 히츠마부시(장어덮밥)이 있다. 간단히 우동을 먹자 하니 대답을 안 한다. 안 한다는 것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맘대로 해”라고 한다. 도는 사이 장어 덮밥집에서 잠시 멈췄다가 다시 돌았다. “뭐 먹을래?” “장어” 유니가 유일하게 잘 먹는 게 장어다. 내가 잘 안 먹는 것이 장어와 마블링 좋은 소고기다. 기름기 많은 것을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아사히카와 일도 있고 그래서 장어를 먹기로. 유니는 온 거 하나를 주문하고 나는 하프를 주문했다. 생맥과 콜라까지 주문하니 대략 5000엔 조금 넘었다. 식품 MD가 직업인 필자, 백화점 지하 1층으로 시장 조사를 갔다. 


딸기가 모양 좋은 것은 2000엔, 아닌 것은 1000엔 언저리다. 양액재배를 주로 하던 일본이 딸기 재배 방식을 옛 방식인 땅에서 재배하는 것으로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 하코다테에서 산 딸기는 모양만 딸기다웠다. 아마도 양액재배 딸기인 듯싶었다. 귤은 주로 에히메현 것이 많았다. 



일본 오면 꼭 사 먹는 것이 우유다. 그중에서 저지 품종에서 짠 우유가 있으며 필수다. 치토세 공항에서 저지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를 봤었지만, 우유는 없었다. 가공품이 있으니 우유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온몰을 비롯해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찾았지만 없었다. 백화점이라면 혹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백화점에는 있었다. 저지 우유는 일반 홀스타인종보다 생산량이 적다. 대신 우유의 맛이 은은한 고소한 맛이 매력 쩐다. 입에 딱 닿았을 때 고소하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 고온에서 가열한 우유다. 단백질이 고온에서 가공하면 고소한 맛이 난다. 생콩을 볶으면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저지 우유는 이런 고소함이 아니라 은은하게 그리고 긴 여운을 주는 맛이다. 유제품의 동네 홋카이도에서 꼭 찾아 먹어야 하는 우유가 저지다. 


지하 1층에도 줄 서는 디저트 가게가 두 개나 있었다. 매장에서만 줄을 선다면 서볼까 생각했는데 따로 한가한 곳에 줄을 세우고는 5명씩 매장 앞으로 데려간다. 기다린다면 족히 4~50분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오늘은 말고 따로 오픈할 때 아니면 힘들 듯싶어 패스. 


삿포로역에서 시작한 지하도가 지하철 두 정거장 떨어진 스스키노역까지 이어져 있다. 눈이 많은 홋카이도에서 지하 보도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지하 보도에서 살 것이 있는 유니, 유니를 쫓아다녔다. 신기한 게 지하도만 들어오면 방향 감각을 잃는다는 것이다. 길눈만큼은 좋은 나지만 지하만 들어오면 길치가 된다. 서너 바퀴를 돌아봐야 대략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 한국 아이돌 NCT 드림을 좋아하는 유니, 일본 산리오 그룹과 콜라보 했다고 한다. 지하상가에 산리오 매장이 있다. 산리오가 뭐 하는 곳인가 하면 헬로키티를 소유한 곳이다.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산리오 매장 옆이 홋카이도 특산품 판매장이다. 술부터 소스까지 다양한 것을 팔고 있다. 유니는 캐릭터 구경하고 나는 특산품 구경. 구경만 할까 하다가 가끔 집에서 타코야끼를 해 먹기에 꽤 괜찮아 보이는 가쓰오부시를 샀다. 대충 지하상가 구경을 끝내고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예약한, 예약을 후회한 식당으로 갔다. 



게 뷔페 난다.. 

게 뷔페지만 돼지고기를 비롯해 양고기, 소고기도 있는 뷔페다. 해산물 안 먹는 유니와 해산물 좋아하는 내가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뷔페 이용 시간은 100분. 자리에 앉으면 타이머 시작이다. 한 시간이 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빨리 지나간다. 먹어 볼까 싶으면 20분 후딱 지나가 있다. 게 종류가 많다. 한 마리부터 있는 게부터 큰 게는 부위 별로 잘려져 있다. 한 마리든 잘려져 있든 전부 다 차가운 상태다. 불판에서 구워야 하는 데 이게 너무 작다. 고기와 게를 같이 굽기 힘든 구조다. 각굴도 있는데 두어 개 올리면 꽉 찬다. 불판이 작은 것은 둘째치고 일단은 게가 너무 짜다. 우리나라에서 대게를 찔 때 입을 콕 찌르고는 바닷물을 빼낸다. 바닷물을 게에서 빼지 않고 찌면 게살이 짜기 때문이다. 뷔페에 있는 게들은 배에서 얼리거나 육지에서 얼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바닷물을 몸속에 품은 채 얼려졌기 때문인지 게살을 맛보면 짠맛이 가득하다. 현지라서 게 수율은 높아도 맛이 별로 없었다. 게와 게 사이에 마블링 좋은 홋카이도산 소고기 등심도 있다. 유니 구워주니 맛보고는 못 먹겠다고 한다. 느글느글해서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맛을 보니 그럴 만했다. 처음에 다양한 종류의 게를 구웠다. 쓸데없는 짓거리였다. 한 놈만 패야 했다. 털게 한 마리 구우면 본전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지 마라. 후회한다. 일단 털게가 맛이 없다. 한 마리 통으로 굽는 사이 삼십 분 후딱 지나간다. 다양한 게 중에서 부위별로 잘라 나오는 왕게 추천이다. 살집이 좋다. 차가운 상태라 그릴에 구워야 겨우 먹을 수 있는데 껍질 때문에 온도가 더디 올라간다. 방법은 딱 하나. 대충 데워졌을 때 껍질을 까서 구워야 맛을 볼 수 있다. 두어 번 굽다 보면 한 시간 후딱 이다. 천 엔을 내면 주류를 맘대로 먹을 수 있다. 시작과 동시에 맥주를 주문한 다음 음식을 담기 시작해야 한다. 뭐 있나 구경하다가는 시간만 간다. 둘이 먹고 낸 금액은 15,000엔. 우리 돈으로 15만 원 선이다. 카드가 안 되고 오로지 현금만 받는다. 15,000원이면 시장에서 왕게 한 마리 먹을 돈이다. 봐서는 동남아와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개별 자유 여행을 갔다면 여기는 진짜 비추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곳이 여기다. 가지 마라. 여기서 먹을 돈이면 식당에서 여유 있게 먹고 즐길 수 있다. 여기는 전쟁 난 것처럼 시간에 쫓기며 욱여넣어야 한다. 굽다가 시간 다 보낸다. 

게 뷔페 근처 라면 골목.. 차라리 여기 수백 배 낫다.

숙소를 삿포로역에 잡은 것은 실수다. 오도리 공원이나 스스키노 근처에 잡아야 했다. 삿포로역 주변은 저녁에 즐길 거리가 별로 없다. 오도리 공원이 그나마 괜찮은 입지다. 다른 곳으로 이동도 편하고 스스키노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로 가깝다. 물론 삿포로역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이다. 다음에는 삿포로역 앞이 아닌 오도리 공원 쪽에다가 숙소를 잡을 생각이다.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를 다녀오면 보통 2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 게 먹다가 속상한 3일 차가 지났다. 한 것도 없이 환전한  6만 엔이 3일만에 게 값을 끝으로 끝났다. 부랴부랴 ATM에서 출금했다. 지하도 중가에 세븐일레븐 ATM이 한국 카드로 출금할 수 있다. 하나은행 체크카드는 잘 안 되고 우리은행 카드가 가능했다. 수수료가 천 원인가 그랬다. 생각보다 일본 물가가 꽤 올랐다. 우리만큼이나 일본인의 삶 또한 꽤 팍팍할 듯싶었다. 


#hokkaido #sapporo #삿포로 #북해도 #스스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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