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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31. 2023

홋카이도 두 번째

도장의 나라 일본



홋카이도 2. 좌절의 아사히카와_크리스마스 트리여~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법은 버스로 가는 법이 있겠지만 모른다. 기차만 안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서 갈아타면 된다. 쉽다. 이기 또 쉽게 되면 여행이 심심해진다. 심심해도 괜찮은데 굳이 심심하지 않게 해서 재미를 준다. 필요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가다 보니 기차가 두 번 기차길 한 편에서 대기한다. 하코다테 올 때 보니 한 번 정도 대기하다가 옆 기차가 지나면 그제야 출발했다. 삿포로로 갈 때 보니 두 번이었고 시간이 얼추 30분이 넘었다. 이때부터 불안, 초조. 갈아탈 기차를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은 걱정이고 입맛은 입맛이다. 유니는 기차 타고나서 기절해서는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까 수산시장에서 산 도시락을 꺼냈다. 

삿포로 역에서 산 에키벤하고 달리 내용이 충실하다. 사면서 대충 봤을 때 간장이 보이지 않았다. 있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해 역에 있는 특산물 코너에서 작은 간장을 샀다. 신의 한 수였다. 작게 포장한 간장보다 향이나 맛이 좋다. 산 간장을 뿌리면서 먹으니 두 번째 칸에서 간장과 와사비 작은 포장이 나온다. 없을까 걱정은 기우였지만 간장 맛이 좋아 잊기로 했다. 맛있으면 된 거다. 대충 먹고는 잠들어도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4시간 조금 넘어 삿포로에 도착. 이미 환승은 포기다. 천천히 역사를 빠져나가는데 6시 환승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쪽 열차가 연착되니 떠나는 열차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타고 한숨을 돌렸다. 5, 10, 15, 20분. 그제야 열차가 움직인다. 아씨 괜히 뛰었다!.

삿포로에 다가갈수록 날이 좋았다.

역에 도착해 이온몰과 같이 있는 JR INN 아사히카와에 체크인했다. 밥때가 지났기에 서둘러 나가려고 하는데 ‘없다’. 카메라 가방이 없다. 멍~ 멍~ 멍~ 3초간 멍 때리다가 생각해보니 열차 선반 위에 두고 내렸다. 3년 전 나고야, 공항에서 시내 들어올 때도 선반 위에 카메라 가방을 두고 내린 적이 있다. 두 시간 뒤에 찾았기에 걱정하지 않은 척하면서 기차역으로 뛰어갔다. 만일 열차가 떠났으면 내일 삿포로에서 찾겠다고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졸 뛰었다. 서쪽 출구 사무실에서 십 분 정도 번역기로 이야기를 나누니 여긴 없으니 동편으로 가란다(진작에 이야기하지). 동편으로 갔더니 역무원이 가방 색을 이야기하란다. 갈색이 영어로 뭐지? 이러고 서 있는데 옆에 유니가 “브라운”. 아 갈색이 브라운이었지. 갈색 뚜껑에 청색 몸통을 지닌 가방이기에 “블루”를 이어서 외쳤다(블루 생각은 났다). 역무원이 웃으면서 바닥에 있던 가방을 내준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사히카와가 종점이라 도착하면 청소하는 이들이 정리한다. 종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열차가 더 간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일 삿포로에서 찾을 생각만 했다. 가방을 다시 메니 시장기가 밀려왔다. 가방 속에는 카메라와 렌즈 3개. 합치면 얼마여?


대왕오징어 야끼소바

유니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선택은 고기이거나 고기다. 이온몰 4층이 식당가다. 초밥, 뷔페, 스테이크, 우동, 카레 등등이 있어도 유니 선택은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키를 선택했다. 각각 1인분씩 주문 했다. 생맥은 필수, 콜라는 선택. 난 필수를 유닌 대학생이어도 술은 잘 안 먹는다. 이유는 초 간단, “맛없어”. 그렇다고 술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친구 사이에서 ‘짱’먹는다. 술만큼은 처가 유전을 물려받았다. 야끼소바는 주방에서 해서 나오고 오코노미야끼는 앞에서 테이블에서 구워 준다. 야끼소바를 먹는 사이 오코노미야끼를 구워야 하는데 굽는 건지? 구워 주는지? 알 수가 없다. 종업원을 부르니 그제야 구워 준다. 구인하는 포스터 사진을 보니 웃으면서 굽고 있는 사진이다. 아마도 라스트 오더라 청소하느라 잊은 듯싶다. 문제는 누가 굽는 것이 아니었다. 야끼소바에 든 오징어가 아무 맛도 없는 대왕오징어 몇 개만 들어 있었다. 씹는 맛만 있을 뿐인 대왕오징어, 몇 해 전 왔을 때의 야끼소바는 살오징어가 들어 있었다. 그사이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재료만 다운그레이드된 듯싶다. 오징어 문제도 아니었다. 같이 든 양배추가 너무 맛이 없었다. 계절상으로 양배추에서 여름 맛이 나면 안 된다. 물의 맛이 가득한 양배추를 여름도 아닌 겨울에 맛보는 경험을 했다. 사실 삿포로 가면서 다디단 양배추 먹을 기대를 했었다. 하코다테에서 점심으로 양배추 롤을 염두에 두었다가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겨울 양배추의 맛은 소금 살짝 뿌려서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이것을 굽거나 볶는다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단맛이 더 응축되기에 생으로 먹는 것보다 맛있어야 정상이다. 그런 정상적인 것을 바랬지만, 나의 바람으로만 끝났다. 이온몰에서 진지향 비슷한 맛이 나는 에히메산 만감류 한 봉 사면서 하루를 끝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도 못 하면서 말이다. 두 가지 주문에 맥주와 콜라. 4000엔이 넘었다. 


비에이는 다음에


아사히카와나 하코다테 모두 JR INN 호텔에 대욕탕이 있다. 일본에서 온천 갔을 때 거의 샴푸나 바디 샤워가 필요 없을 정도로 물이 좋았다. 두 곳은 일본의 다른 온천하고는 물이 달랐다. 온천이 아니라 그냥 목욕탕이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에 잘 이용했다. 아침으로 목욕하고 대충 아침 때우고 렌터카 회사로 갔다. 사실 어제 저녁이었지만 기차도 늦고 해서 아침에 찾으러 간다고 했다. 9시에 찾아서 오후 3시에 반납하면 될 듯싶었다. 눈길을 뚫고 찾아갔다. 역에서 십 분 정도 거리지만 길이 헷갈려 20분 만에 도착. 여권과 IC 면허증을 내밀었다. 어여 차 키 달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조또마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직원을 불러냈다. 직원이 국제면허증 사진이 있는 종이를 내밀면 그거 달라고 한다. 서로 통하지 않은 영어와 일어, 한국어가 난무하는 사이 직원이 한국어 가능한(교포인 듯) 직원을 전화로 바꿔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답은 ‘이해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였다. 면허시험장 홈피에 새로운 IC 면허증은 제네바 협약을 한 미국, 유럽을 비롯해 일본에서 국내 면허증으로 운전 가능하다고 했다(귀국해서 보니 일본이 빠졌다). 일본 입국할 때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하는 종이에 도장 찍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여전히 도장을 통용하는 일본에서 영문 면허증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내 잘못이 컸다. 동네 면허시험장만 가도 바로 나오는 국제면허증을 신청하지 않은 내 잘못이 컸다. 렌터카 비용만 날리고는 바로 역으로 돌아왔다. 내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뒤따라 오는 유니,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 

.

12시 기차지만 30분 연착이었다. 

역으로 와서는 삿포로행 기차를 예약했다. 시간상으로는 12시 기차는 떠날 듯싶어 1시 기차로 했다. 조금 이따 보니 아직 12시 기차가 오지 않았다. 플랫폼으로 갔다. 역시나 12시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패스가 있는지라 자유석으로 갈 생각으로 30분 정도 기다리니 그제야 12시 기차가 들어왔다. 큰 눈으로 인해 열차 지연이다. 이 지연이 오늘만 그럴 줄 알았다. 삿포로 갔을 때 푸른 하늘이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다음날 또 다른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건으로 시작해 사건으로 끝낸 아사히카와였다. 하코다테에서 6시간 걸려 갔지만 역 근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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