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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9. 2023

홋카이도 여행_1

프롤로그와 하코다테

프롤로그_계획과 출발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를 마인드맵에 정리하면서 일정을 잡았다. 첫날은 기차 타고 하코다테, 둘째 날은 아사히카와로 이동해 렌트하고 다음 날 비에이 보고는 삿포로로 이동해서 오타루까지 보는 일정을 짰다. 원래 계획은 3박 4일. 계획을 짜면서 하루 더 해 4박 5일 일정이 됐다. 비행기도 7시 20분 출발해서 10시 30분 도착으로 했다. 원래는 10시 출발이라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하코다테까지 가면 하루를 온전히 버릴 듯싶어 바꿨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적어도 계획상으로는 말이다. (유심은 하루 2기가 5일권 구매. 놀고 있는 노트10에 끼워서 테더링)


기차 이동이 많은 탓에 홋카이도 레일 패스를 샀다. 치토세 공항에서 하코다테까지 가는 요금이 편도 9000엔. 왕복하면 18000엔으로 패스 가격과 같다.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까지 5시간 가야 하니 아사히카와부터는 공짜인 셈이다. 게다가 삿포로에서 오타루 왕복, 삿포로에서 공항 가는 요금까지 생각한다면 사는 게 맞다. 노보리베츠, 오타루, 삿포로만 다닐 수 있는 것과 오타루, 삿포로, 비에이까지 갈 수 있는 패스는 저렴하니 기차 이동이 있다면 패스는 필수다. 패스를 샀으니 남은 건 렌터카. 24시간에 차량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24시간 5만 원에서 6만 원 사이다. 사이트에서 사고는 국제 면허증을 알아봤다. 새로 발행하는 IC 면허증만 있으면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국내 면허로 운전 가능하다는 면허 시험자 안내만 믿고 국제 면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는 문서의 나라 일본을 무시한 내 행동에 대해 나중에 큰 벌을 받았다. 참사도 그런 참사가 없었다. 암튼, 렌터카까지 빌렸고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4박에 대해 예약했다. 레벨 3의 회원 등급이라 다른 사이트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숙소는 모두 JR INN으로 잡았다. 호텔이 역 바로 옆이다. 삿포로 지점만 조금 떨어져 있다. 아침 조식 포함에서 2인 10만 원 초반. 꽤 괜찮은 가격이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 이젠 출발이다. 


출발 전, 핸드폰부터 시작한 서막의 시작  

공항 도착. 아침 일찍 출발이라 택시를 타려다가 차를 가지고 갔다. 하루 9천 원. 5일이면 최대 4만 5천 원. 설 연휴라 톨게이트 비용으로 편도만 내도 된다는 계산까지 더해지니 차를 가지고 갔다. 사전에 대리주차 신청(2만 원)하고는 차를 맡기고는 발권 창구로 갔다. 여기서 실수 하나, 핸드폰이 없다. 출발하기 전 이거저거 챙기다가 책상 위에 두고 왔다. 그나마 아직 두 시간 전이라 집사람에게 부탁해 택시로 핸드폰을 받아 출발했다. 출발 전 아주 작은 에피소드라 생각하기로 했지만, 내 생각일 뿐으로 여행 중에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드디어 치토세 공항. 사전에 발행한 Visit Japan 앱을 켜고 통과. 앱이 있음에도 종이를 나눠주고는 도장까지 찍는 일본의 오랜 전통을 보면서 혀를 차며 40분 만에 통과. 도장 찍을 때 알아채야 했는데 후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아” 소리가 나왔을 때는 후회하고 있었다. 역사에 가서 JR 패스를 받으면서 하코다테 가는 기차까지 예약하고는 밥을 먹으러 갔다. 기차 여행의 묘미는 ‘에키벤’ 나는 1300엔짜리 소고기와 털게가 든 도시락, 유닌 부타동 도시락을 샀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기에 콜라와 가츠샌드까지 사니 이래저래 들어간 돈이 4000엔 조금 넘었다. 기차 시간 맞추어 이동해 드디어 하코다테행 기차에 탑승. 기대했던 에키벤 먹는 시간과 마주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밥이 단단하다. 밥을 해 놓으면 밥은 점차로 단단해진다. 쌀 전분이 노화가 되기 때문이다. 전분의 노화에는 시간, 온도, 산소 세 가지가 관여한다. 대부분 도시락은 냉장 보관한다. 아침에 배달 와서 냉장고에서 점심까지 있었으니 반찬 아래 밥은 노화로 단단했다. 편의점 삼각김밥을 렌지에 돌리는 이유는 노화한 단단한 전분을 잠시나마 부드럽게 하기 위함이다. 유니의 도시락도 내 도시락과 마찬가지였다. 에키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본에 와서 에키벤을 처음 먹은 것은 아니다. 몇 번 먹었지만 대부분 식당에서 바로 만들어서 파는 것들이었다. 밥이나 반찬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만 역사마다 파는 에키벤은 처음이었다. 식당에서 만들어서 파는 것과 가격 차이는 없지만, 맛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었다. 에키벤 극한 체험은 여기까지. 다음부터는 식당에서 먹고 나서 또는 식당에서 파는 것을 사서 탈 생각이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코다테. 역을 나와서 바로 호텔 체크인. 잠시 시는 동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게 인지상정, 홋카이도에서는 아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기차가 결항하거나 로프웨이가 조기 중단하거나 한다. 흩날리던 눈은 이내 쏟아진다. 구름에 누가 있어 밀대로 구름 속 눈을 밀어내는 듯 쏟아진다. 비행기를 아침 일찍으로, 세 시간을 기차 속에서 보내며 온 이유는 하코다테 야경을 보기 위함이었다. 쏟아지는 눈발이 ‘야경 사요나라’를 외쳤다. 

오후 5시가 되니 사위가 어둠에 갇혔다. 해가 일찍 지는 북쪽 나라다웠다. 저녁으로는 140년 된 식당인 고토켄에서 카레와 돈가스를 먹기로 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육식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개항장인 하코다테에 그 당시부터 영업한 유물 같은 식당이 남아 있음을 알았다. 

그 식당이 바로 고토켄이다. 고토켄에서 식사하고는 눈 내리는 거리로 나왔다. 어디를 갈까 생각 없이 걷다가 택시를 타고는 거금 1500엔을 주고는 고료카쿠 전망대로 갔다. 아사히카와에서 렌트할 생각이니 눈길 운전하는 요령도 볼 겸 해서 탔다. 도착하니 택시 운전사 양반이 뭐라고 한다. 못 알아듣는 일본어 속에서 신기하게 딱 한 단어가 꽂혔다. “히마이” 하는 거 같았다. 히마이? 시마이?  오후 6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전망대의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시마이’가 맞았다. 택시 기사의 표정을 보니 “니들 호텔 갈 꺼지? 그냥 타고 가” 하는 듯싶었다. 그냥 일단 내리고 보니 원래 먹기로 한 시오라멘 전문점이었다. 밥 먹은 지 별로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엎어진 김에 쉬어 가기로 했다. 라면 두 그릇 시켜 맛을 봤다. 

하코다테는 시오, 삿포로 미소라멘이다. 맛본 시오라멘은 닭국을 먹는 듯한 편함이 있었다. 사실 후쿠오카의 돈코츠 국물은 나와 맞지 않았다. 하코다테 시오라멘 꽤 괜찮았다. 


라멘을 먹고 나왔다. 택시를 타려다가 전차를 타기로 했다. 조금만 가면 전차 역이다. 구글맵을 켰다. 그대로 따라가서 역에 도착하고 보니 동네 한 바퀴를 돌렸다. 라멘 가게에서 직진하면 되는 길을 말이다. 가는 길에 무인양품 슈퍼에서 귤과 딸기를 샀다. 겨울에 일본 오면 꼭 맛보는 게 귤과 딸기다. 귤 품종은 ‘홍마돈나’. 황금향보다 조금 더 진한 색으로 맛도 황금향과 비슷하다. 전차를 타고 하코다테역에서 내려야 하나 내리지 못하고 한 정거장 더 갔다. 그 덕에 눈 내리는 전차 사진을 찍었다. 

호텔에 와서 좋은 건 딱 하나, 12층이 온천이다. 따듯한 물속에서 자잘한 사건과 함께한 날을 끝냈다.


조식이 좋다는 후기에, 추천에 조식이 되는 옵션을 골랐다. 사실 홋카이도 여행에서 해산물을 빼면 시체다. 불행하게도 유니가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 해산물의 비린내를 견디지 못한다. 내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다. 안 나는 거 같아도 유니는 그 냄새를 맡는다. 아침을 먹고 갈 생각으로 식당으로 갔다. 초밥이 나오고 카이센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초밥은 쥐여 주긴 해도 수준이 할인점 초밥 맛이다. 카이센동에 넣을 해물은 중하 새우보다 작은 꽃새우의 껍질을 벗겨낸 듯 작다. 연어 알은 비린내가 났다. 내가 먹은 날만 그런 거였지는 모른다. 새우의 크기도 작고, 오징어는 숙성을 너무 했는지 씹는 맛이 없었다. 기차 타고 오면서 먹은 도시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숙소를 나와 아카렌가로 갔다. 역에서 걸어서 5~8분 거리다. 붉은 창고에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코로나 여파로 조금 비어 있는 곳도 있지만 제법 사람이 많았다. 

구경하다가 십여 분 정도 걸으면 사진 찍기 명소 하치만자카가 나온다. 눈이 오든 안 오든 인생삿을 찍을 수 있다. 다시 아카렌카로 가기 전 주변에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다 지나치고 유니가 먹고 싶다는 피에로 햄버거 가게로 갔다. 가기 전 모양새는 잔기라 부르는 닭고기로 만든 햄버거라 맘스터치와 비슷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먹고 나서는 독특한 맛에 반했다. 

잔기, 번, 채소, 소스 4박자의 하모니가 상당히 좋다. 콜라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우롱차가 햄버거의 단맛을 잔잔하게 눌러주는 센스 또한 훌륭. 치즈와 칠리소스를 녹여서 컵에 담아주는 감튀 또한 사람들이 찾을 맛이다. 햄버거 가게지만 현지인들은 오므라이스나 나폴리탄 메뉴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코다테에 가야 할 이유에 햄버거가 빠지면 안 된다. 역과 아카렌카 사이에 아침 시장이 있다. 이름만 아침 시장이 아니다. 새벽에 열고 정오가 지나면 거의 닫는다. 아침 일찍 온 단체 관광객들이 사라지면 거의 문을 닫는다. 

아카렌카 창고와 아침 시장 사이에 수산물과 특산물 파는 큰 점포가 있다. 기차 타고 갈 생각이면 여기서 도시락 사는 것을 추천한다. 역에서 파는 에키벤하고 달리 내용물이나 밥이 실하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보고자 했던 야경은 눈발에 막혔다. 다음이란 단어를 두고 왔기에 여름에 가려고 한다. 여행지에서 묻고 와야 하는 것은 ‘다음’이다. 다시 갈 핑계다. 핑계를 남겨 두고 아사히카와로 5시간의 기차 여행을 떠났다.   


#삿포로 #흣카이도 #hotkkaido #hakodate #하코다테 #아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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