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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11. 2023

껍데기를 거둬라

오겹살은 이제 그만

껍데기를 제거한 앞다릿살

며칠 전 돼지고기 앞다리를 택배로 받았다. 앞다리는 보통은 삶아 먹거나 제육볶음용이다. 얇게 썬 앞다리는 쫄깃한 맛이 있어 목살이나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매력적이다. 가성비를 자주 이야기하는데 돼지고기 모든 부위에서 가성비가 앞다리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 맛있는 것이 저렴하니 가성비가 좋을 수밖에. 구워 먹을 때 비싼 목살 대신 앞다릿살을 산다. 택배로 온 앞다릿살은 껍질을 벗겨낸 것이다. 일부 붙어 있긴 해도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택배로 받기 또 며칠 전, 쇼핑몰에서 앞다릿살을 샀다. 산 고기는 요즈음 추세인 껍질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찾으니 그리했을 것이다. 

 껍질을 제거했다. 구우면서 얼추 익으면 껍질을 가위로 일일이 잘라냈다. 익는 정도가 껍데기와 고기에서 시간 차이가 나기에 제거했다. 껍데기는 잘 익히지 않으면 씹기가 곤란하다. 껍질의 주성분은 콜라겐이다. 열을 받아야 콜라겐 조직이 부드럽게 된다. 씹는 맛에 단백질이 노랗게 익으면서 내는 향이 더해져 맛있다. 하지만 있을 때 있어야지 이것이 고기에 붙어 있으면 말썽이 생긴다. 첫째는 맛이 반감한다. 앞서 앞다리에 붙은 껍데기를 제거한 까닭이다. 돼지고기를 푹 익혀 구운 과자처럼 먹는다면 상관이 없다. 고기가 과자처럼 바삭해질 정도라면 껍질이 잘 익은 상태인지라 그렇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살짝, 붉었던 살이 흰색이 되고 막 흰색 부분에 갈색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고기를 먹는다면 껍질은 덜 익은 상태다. 고기 부분과 껍질 사이의 익는 정도에서 조화가 맞지 않는다. 그 시점에서 비계의 색이 갈색을 변하려고 할 때 그때가 맛있다. 껍데기는 비계에 붙어 있는 채로 질겅질겅 씹히는 정도다. 둘째는 가격이다. 무슨 가격? 그럴 것이다. 가끔 보면 삼겹살보다도 오겹살이 비싼 경우가 많다. 아니면 비슷하거나 그렇다. 국내산 돼지 껍데기를 1kg 산다고 하면 5,000원 전후다. 2만 원대 후반인 삼겹살이나 목살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양념을 더 해 가공한 것을 봐도 다른 부위에 비해는 거저 수준의 가격이다. 돼지고기는 도축하고 나서 부위별로 나눈다. 도축할 때 탕박과 박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박피는 껍데기를 제거하는 거고 탕박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돼지를 도축했을 때 탕박으로 하면 수율이 높아 그만큼 업자한테는 이득이다. 게다가 박피 잡업을 생략할 수 있어 인건비 또한 절감할 수 있다. 탕박한 도체를 가공 공장에서 벗기는 예도 있지만 그대로 가공하기도 한다. 그 경우가 오겹살이다. 껍데기를 제거해서 따로 팔면 kg 5,000원이다. 껍데기를 삼겹살에 붙이면 저렴한 껍데기 중량만큼 이익이 생긴다. 탕박과 박피의 수율 차이를 대략 10% 정도로 본다. 만일 오겹살 시세가 kg에 30,000원이라면 그중에서 10% 정도 비중인 껍데기 가격이 3,000원 정도다. 껍데기가 삼겹살 부위에 있으면 더 맛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kg 5,000원인 껍데기를 삼겹살 부위에 붙어 있다는 이유로 kg에 30,000원을 받는 셈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삼겹살보다는 오겹살이 다소 얼마라도 저렴해야 한다. 같은 산지에서 나는 백미와 현미를 가격 책정하면서 백미가 현미보다 비쌌다. 이유는 간단, 백미는 현미보다 더 쌀을 깎는다. 원가가 더 들어간다. 똑같은 경우가 껍데기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다. 굳이 더 받을 이유가 없다. 


나는 돼지고기 어떤 부위에도 껍데기가 붙은 것을 싫어한다. 껍데기가 먹고 싶다면 따로 주문해서 따로 구워 먹는다. 부위별로 잘 익힐 수가 있어 그게 더 맛있다. 삼겹살을 굽고는 따로 구운 껍데기를 같이 쌈을 싼다. 더 맛있다. 물론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쌈에 싸서 입에서 씹는다면 어떤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싶다. 맛이 있고 없고는 개인적인 선호다. 다만, 가격 부분은 생산과 공급하는 이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겹살이 더 비쌀 이유는 더더욱 없다. 콜라겐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헛소리는 그만하고 말이다.    

#삼겹살 #오겹살 #껍데기 #콜라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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