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진영 Mar 14. 2023

돼지갈비에 돼지갈비가 안 들어 있다.

feat. 버터맥주

버터맥주 논쟁이 있다. 버터맥주를 표시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이다.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보면 “고래밥에 고래, 곰맥주에 곰이 들어 있냐?”는 반응이다. 식약처의 대응에 대한 조롱 비슷한 논지다. 딸기우유에는 딸기가 들어 있어야 한다. 당연하다. 향이나 색소로 모양과 맛을 비슷하게 내면 딸기’맛’이라고 해야 한다. 바나나우유에는 원래 바나나가 들어 있지 않았다. 식품 위생법 기준에 따라 일정량의 바나나를 넣었다. 그 결과 예전 이름을 지킬 수가 있었다. 원래 버터맥주에는 버터가 들어간다.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만 보더라도 그렇다. 실제 들어가 있기에 버터맥주라고 한 것이다. 만일 들어가 있지 않다면 상품 이름으로는 안 된다. 현재 존재하는 법이 그렇다. 고래밥은? 곰맥주는 가공식품으로 만들기 전에 어디선가 혹은 누군가 고래를 넣은 밥을 먹고 있어야 한다. 곰으로 만든 맥주 또한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보편타당한 레시피가 있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나나 우유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만들어서 먹고 있던 것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차이가 거기서 있다고 생각한다. 고래밥, 곰맥주, 버터맥주를 보면서 돼지갈비 생각이 났다. ‘돼지갈비 안 들어간 돼지갈비’ 말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버터맥주가 아니라 돼지갈비다.

영동군 읍내의 돼지갈비는 저렴하면서 진짜 돼지갈비 내는 곳이 많다.

원래 그런가? 하면서 먹는 게 돼지갈비다. 오래전부터 돼지갈비를 먹었다. 올해 쉰두 살인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에 삼겹살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제육볶음 기억은 간혹 있다. 그보다 더 강하게 남은 것은 돼지갈비에 대한 기억이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끝나면 시내 돼지갈빗집은 사람으로 차고 넘쳤다. 그때 나왔던 것이 진짜 돼지갈비였는지는 모른다. 지금처럼 넓은, 왕갈비라 하면서 불판 꽉 찰 정도의 살은 아니었다. 돌돌 말은 살 속에 뼈가 숨어 있지도 않았다. 오일장 취재를 한 달에 두 번 4년을 다니고 있다. 1박 2일로 보통 4~5끼를 먹는다. 저녁에 소주 한잔 곁들일 때가 있는데 고기는 육우, 돼지갈비, 수소 등이 출장지에 있으면 먹는다. 돼지갈비 없는 동네는 없다. 돼지갈비를 포를 떠서 내는 동네는 드물다. 대부분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을 양념한 곳이다. 앞다리나 뒷다릿살을 양념하니 문제가 생긴다. 어른 중지만 한 뼈가 없다. 해결책은 수입, 살은 중남미에서 뼈는 유럽에서 수입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돼지갈빗집 원산지가 다국적인 이유다. 수육만 하는 곳을 가면 돼지갈빗집만큼 다국적이지는 않다. 맛있게 먹으면 된 거지! 뭐가 문제인가? 할 것이다. 맛을 떠나 받은 가격이 높다. 돼지 앞다릿살과 뒷다릿살은 저렴한 부위다. 양념하는 순간 삼겹살이나 목살과 같거나 아니면 더 비싸진다. 심지어 앞다릿살을 내면서 2만 원대 후반을 받는 곳도 많다. 직접 양념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곳은 드물다. 대부분 냉동 제품을 해동해서 쓴다. 직접 양념했다고 해서 앞다리나 뒷다릿살을 29,000원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과한 연육제의 사용이다. 부드러울 연(�)에 고기 육(肉),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식품 첨가물이다. 넣는 양에 욕심이 더해지면 고기 씹는 맛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곳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지만, 고기를 아이스크림 녹는 맛이라 여기는 곳이 많아졌다. 구운 고기를 들면 흐물거린다. 물엿과 색소로 달고 진한 색의 돼지갈비를 버터맥주에 먹으면서 식약처를 성토하면 웃길 듯싶다. 버터맥주에 버터 없는 건 당연하게 여긴다. 돼지갈비에 돼지갈비 없다는 것은 버터맥주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식약처는 버터맥주만 고발하지 말고 돼지갈비 없는 돼지갈비도 고발해야 한다. 

충북 영동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다. 돼지갈비가 깻잎만 한 광어 한 마리 9,900원보다 저렴한 가격인 9천 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입이거나 다른 부위가 아닌 갈비 포를 뜬 돼지갈비였다. 양념 안 한 것은 조금 더 비쌌다. 갈비 2인분, 된장국에 공깃밥을 주문해도 마포의 돼지갈비 1인분보다 저렴했다. 가격이 싸고 비싸고의 문제보다는 상식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양념 고기라고 해서 1인분에 10만 원을 받은 말든 상관없다. 다만 돼지갈비라고 하면 돼지갈비를 넣어야 맞다. 갈비보다 저렴한 것을 사용하면서 돼지갈비라 하면 그건 기만이고 사기다. 사기 아니라고? 누구나 그런다고? 누구나 그런다고 해서 잘못이 바르게 되지는 않는다. 사기는 사기고 기만은 기만이다. 버터맥주에 화내는 것에 10%만이라도 돼지갈비 없는 돼지갈비에 화 좀 내줬으면 한다. 돼지갈비 1인분 29,000원을 받으면서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 사용하는 건 아니지 않나!

속초 천하갈비(몇년 전 사진이다)


#돼지갈비 #버터맥주 #사기 #기만 #마포돼지갈비 


매거진의 이전글 껍데기를 거둬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