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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07. 2023

짬뽕에서 좀 빼자

훔볼트 오징어


1990년 대학 1학년. 서울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리어카에 물건 싣은 장사꾼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 군밤, 오징어, 문어 다리를 팔곤 했었다. 눌러서 얇게 말린 검은빛 돌던 갈색의 문어 다리의 모양과 색은 30년 지나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그것을 문어 다리라 불렀고 그런 줄 알았다. 백화점에 가서는 진미채를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국내산이 아닌 수입 오징어 진미채였다.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랐다. 회사에 다니고, 산지를 다닐 때였다. 2000년 초반으로 기억한다. 황탯국 반찬으로 오징어 젓갈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집으니 족히 30cm 정도 길이의 오징어 살이 젓갈 그릇에서 나왔다. 잘랐어야 하는 끄트머리가 그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때는 알았다. 오징어 젓갈 만드는 재료가 알고 있던 살오징어가 아님을 말이다. 국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와 갑오징어가 있다. 한치 이야기는 일부러 뺐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녀석들은 오징어가 아니라 꼴뚜기다. 눈꺼풀이 있으면 꼴뚜기, 없으면 오징어다. 언제부터인가 살오징어(횟집 수족관에서 보던 오징어)가 든 짬뽕 보기가 쉽지 않다. 

씹는 느낌 외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훔볼트 오징어

오징어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길고 얇은 모양으로 반듯하게 잘린 사각형 모양이다. 그나마 오징어라고 씹으면 드는 생각은 먹을 수 있는 종이.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재료와 볶아 맛을 주던 오징어가 이제는 그저 건더기 양을 늘리기 위한 재료로 하락했다. 팥소 만들 때 양을 늘리기 위해 팥보다 더 들어가는 전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맛은 재료가 아니라 MSG와 변치 않는 향을 지닌 시즈닝으로 내면 그만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오징어는 멕시코부터 아래까지 죽 이어진 해류, 훔볼트 해류에서 잡히는 오징어 이야기다. 훔볼트에서 잡히기에 오징어 이름 또한 훔볼트 오징어다. 대왕오징어로 알려졌지만 대왕오징어는 15m까지 자라기에 겨우 몇 m 크는 훔볼트 오징어와는 급이 다르다. 훔볼트 오징어 또한 국내에서 잡히는 살오징어와는 크기가 비교 불가로 크다. 국내산 오징어 가격이 오르면서 시선은 외국으로 자연스레 쏠렸다. 탐색하던 시선에 잡히면 버려지는 페루의 거대한 오징어가 걸렸다. 이 녀석은 먹지 못했다. 부력을 위해 체내에 염화암모늄을 지니고 있다. 암모늄과 염소는 쓴맛과 신맛을 내기에 잡히는 족족 버렸다. 잘 활용하면 돈이 될 듯싶었기에 사람들이 모였다. 궁하면 통하는 법, 마침내 쓴맛과 신맛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았다. 완전한 제거는 아니고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껍질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담그는 법, 초산염이나 인산염에 담가 중화시키는 법, 탄산나트륨을 활용하거나 염화나트륨 용액에 담가 제거하는 법 등을 활용했다. 쓴맛을 제거했으나 맛은 없다.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없을 무(無)다. 씹으면 먹을 수는 있지만 전혀 맛이 없었다. 이는 맛을 인위적으로 넣으면서 해결했다. 진미채는 설탕과 조미료와 앞글에서 언급한 소르비톨을 넣어 단맛, 감칠맛에 촉촉함을 더했다. 간혹 TV의 협찬을 했는지 30cm 자 모양의 커다란 오징어 튀김으로 변신한다. 젓갈은 숙성의 맛이 있어야 하나? 대충 한 다음 조미료 넣고 비볐다. 몸통은 진미채, 오징어 귀는 젓갈로 사용했다. 문어 다리로 팔던 다리는 한동안은 가문어로 팔았다. 가는 가짜의 의미인 가(假)를 사용했다. 가짜 문어를 우아하게 표현했다. 지금은 대부분 잘 못 알려진 대왕오징어 다리로 팔린다. 오징어 다리를 말렸을 뿐인데 과자 정도의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훔볼트 오징어로 만든 것 중에서 맛이 순한 것이 없다. 달고, 진득거리고, 맵거나 한다. 이는 남아 있는 쓴맛과 신맛을 가리기 위함이다. 

강진에 맛본 오징어 튀김과 야채 튀김

한 번은 강진에 간 적이 있다. 한정식 먹기 위해 강진을 가기도 하지만 나는 만사 제쳐 놓고 분식점 오징어 튀김을 먹었다. 살오징어를 튀겨낸, 바삭 튀김옷을 깨물면 입에 확 퍼지는 오징어의 구수한 향, 이 맛에 오징어 튀김을 먹는다는 것을 다시금 알았다. 전북 장수에서 먹은 짬뽕에는 오징어가 있었다. 솔방울, 긴 자 모양의 훔볼트 오징어가 아니 살오징어가 들어 있었다. 나온 모양새는 평범해 보여도 예상하는 짬뽕의 맛을 냈다. 맵지 않고 얼큰한 짬뽕 말이다. 오징어는 식재료로 좋다. 다만,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구별하면 더 좋다. 진미채야 조미료의 맛으로 먹는다지만 튀김이나 짬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북장수 시장통에 있던 짬뽕. 

오징어의 맛, 뭣이 중헌디 알면 물 건너온 훔볼트는 함부로 쓰질 않을 듯싶다.


#짬뽕 #5대짬뽕_누가? #훔볼트오징어 #위고동 #위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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