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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09. 2023

알배기 생선은 잡지도 먹지도 맙시다

자랑도 하지 말고

1939년 5월 4일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석수어(조기)의 감소 원인은 어구가 발달하여 남획과 치어를 다획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전에는 돛단배로 이용하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동력을 사용하는…. > 80년 전에 이미 남획을 염려하는 내용의 기사다. 바람을 이용하던 배가 디젤 엔진을 장착하면서 어획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에 어획량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한 가지 더, 강달어(황석어) 성어와 조기 치어의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치어 남획 또한 걱정하는 기사였다. 이때는 음력 3월부터 6월까지 흑산도에서 시작한 조기잡이가 연평도에서 끝남을 이야기한다. 연평도가 최고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100년도 아닌 80년이 지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 이야기다. 

봄부터 여름까지 잡던 조기는 이제는 겨울에만 잡는다. 제주도 근해에서 잡아서는 제주나 목포에서 경매한다. 봄이 되면 더는 조기를 잡지 않는다. 잡을 양도 적거니와 굴비 생산자들은 한 해 쓸 양을 다 사서는 냉동고에 넣어 두기에 그리하지 않는다. 80년 전보다 배 엔진은 월등히 좋아졌다. 선장과 갑판장의 경험에 의존하는 작업이 어탐기로 바닷속을 낱낱이 보고는 그물을 내린다. 그런데도 그때 보다 잡히는 양이 적다. 성어가 되기 전에 잡기에 큰 녀석도 드물다. 굴비 큰 것이 비싼 이유다. 그때 걱정했던 남획으로 인한 어족 감소를 현대에서 제대로 겪고 있다. 그렇게 사라진 것이 명태였고 대구였다. 대구는 그나마 근래에 돌아왔다. 금어기를 지키고, 방류사업을 하면서 말이다. 수십 년의 시간을 투자 하고 나서야 대구가 바다로 돌아왔다. 어릴 적 기억에 주꾸미를 말려 먹은 기억이 있다. 11월이 되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연안부두에서 배낚시를 떠났다. 먼바다는 아니고 지금의 인천대교 주변으로 해서 팔미도, 작약도 정도만 나갔다. 주 어종은 어른 팔뚝만 한 망둥이다. 손님 고기로 꽃게나 붕장어가 간혹 잡히기도 하고 주꾸미 또한 심심치 않게 잡혔다. 잡은 것은 겨울바람에 말렸다. 지금처럼 샤부샤부나 볶음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꾸미가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다. 그나마 인천에 살았기에, 그나마 낚시 경험을 했기에 어릴 적 기억에 주꾸미가 자리 잡고 있다. 90년대 후반 뉴코아 백화점에 입사하고도 한동안은 주꾸미를 잊고 살았다. 2000년대 중반,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주꾸미 이야기 나왔다. 심심치 않게 나오던 것이 매번 봄이 오면 주꾸미를 먹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 마저 들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를 속담처럼 읊조리면서 말이다. 2000년대 중반, 가을에 오천항으로 갑오징어 낚시를 떠났다. 갑오징어를 잡으면 쿨러에 넣고 주꾸미가 올라오면 바다에 풀어줬다. 갑오징어가 목적이었지 주꾸미는 잡어 취급이었다. 그렇게 몇 해 흐르니 가을이 오면 오천항에 수백 척의 배가 주꾸미 낚시를 하고 다녔다. 잡으면 버렸던 주꾸미를 잡기 위함이었다. 바다에 가짜 미끼를 드리우면 금방 올라타던 주꾸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문 장비가 생기고 사람은 더 늘수록 주꾸미가 바다에서 졌다. 가을에 잡고, 겨울이면 먼바다까지 쫓아가서 잡았다. 봄이 오면 신방 찾는 주꾸미를 꼬시기 위해 소라 껍데기를 바다에 놓아 잡았다. 어부가, 낚시꾼이 20년을 잡았다. 주꾸미의 금어기는 5월 11일부터 8월 초까지다. 산란을 어느 정도 한 다음에 금어기다. 주꾸미는 1년을 산다. 산란하고는 생을 마감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녀석들만 있는 시기에 금어기가 설정되어있다. 봄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잡는 사람들을 고려한 금어기다. 찾지 않는다면 잡는 사람도 적어질 것이다. 봄 주꾸미는 맛없다. 1년을 사는 주꾸미에게 봄은 노년기의 몸체다. 알은 무미의 단백질 덩어리다. 굽는 것도 아닌 삶은 것에서 고소함을 느낀다면 초밥왕 쇼타의 현신이다. 

주꾸미가 사라지고 있다. 금어기를 지금 보다 당겨야 하고 낚시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낚시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어족을 보호할 수 있다. 아니면 징검다리로 낚시와 어획을 허가하거나 말이다.

여전히 봄이 오면 주꾸미를 찾는다. 그렇게 맛없는 것을 찾다가 명태 꼴 난다. 봄 주꾸미 몸통의 알은 맛없다. 살도 맛없다. 가을 주꾸미를 먹어 보고 나서 봄 주꾸미를 찾기 바란다. 누가 맛있다고 하니 나도 맛있겠지! 하는 막연함을 버려야 한다. 맛을 떠나 산란기 생선과 치어는 잡지도, 먹지도, 자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을지로 노가리도 잊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알밴 주꾸미나 노가리는 먹지 말아야 한다. 


#주꾸미 #치어 #노가리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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