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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25.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_김해

멸치국수의 성지

#지극히미적인시장_김해

#제철맞은장날입니다

#오는날이장나입니다.

멸치 대가리는 따야 한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날린 곳이 김해다. 김해와 부산 사이에 대동할매국수가 있다. 오래전부터 멸치국수를 말아왔다. 국물 낼 때 다른 건 필요 없이 멸치만 그대로 넣었다. 대가리도 따지 않고 내장도 그대로 두고서는 멸치 육수를 냈다. 가게 근처의 골목에 들어서면 멸치 육수 냄새가 날 정도였다. 가게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으면 주전자에 뜨듯한 멸치 육수를 내줬다. 땡초 다진 것을 넣고 홀짝 마시는 사이 국수가 나왔다. 육수를 붓지 않은 국수다.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국수에 부었을 때 비로소 멸치국수가 완성된다. 꼬릿한 냄새가 나던 멸치 육수가 국수 양념장과 만나면 꼬릿한 냄새는 사라지고 감칠맛만 남았다. 한 그릇 뚝딱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는 서울로 향했다. 서울 도착할 즈음, 꼬릿한 육수 생각이 난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했다. 집에서 육수를 내려고 해도 그 맛이 안 났다. 들어가는 멸치 양이 식당보다 적은 탓이다. 국숫집에서 멸치 육수를 맛보고 난 이후에는 멸치 대가리를 따지 않는다. 얼마 전 본 일본 우동집 동영상에서도 온전한 멸치 그대로 육수를 냈다. 과학이 우리 삶을 바꾸면 따라가야 하지만 우리 인식은 아직도 냉장고가 없던 1960년대다. 멸치 대가리는 그대로 두어도 된다.


멸치국수의 고장 김해 오일장, 매번 오일장을 갈 때는 전날에 출발해도 새벽에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그리 못하고 오전에 출발했다. 김해까지 소요 시간은 5시간, 배고픔을 참고 운전했다. 멸치국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대동할매국수를 찾지 않고 시내에 있는 다른 국숫집을 찾았다. 대동할매국수는 새로 건물 올리고 난 후 갔었다. 맛은 예전 맛이었지만 풍경은 낯설었다. 멸치 대가리 그대로 육수를 낸다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멸치 육수는 내주지 않았지만, 국수를 내와서는 그 자리에서 육수를 부어줬다. 멸치 육수를 부을 때 특유의 향이 났다. 

국수에 담긴 육수를 맛봤을 때는 향은 사라지고 맛만 남았다. 멸치 맛 조미료는 결코 낼 수 없는 맛이다. 여기는 특이하게 단호박이 고명으로 들어 있었다. 멸치 육수의 쌉싸름함과 땡초의 매운맛을 단호박의 달달함이 단단하게 받쳐준다. 육수를 마시다가 단호박으로 달곰한 입가심, 색다른 맛이었다. 5시간을 참았다가 먹은 멸치국수는 여전히 좋았다. 정성별미국수 삼계본점 (055)331-190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1297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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