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한다. 쌀을 씻고 불린다. 씻어놓은 돌솥에 밥을 한다. 돌솥이 달궈지도록 가장 강한 불로 가열한다. 물밑의 쌀을 뚫고 기포가 하나 둘 올라온다. 가열이 되었다는 신호다. 잠시 후 하나가 열이 되고 수 백 개가 된다. 불을 중간으로 줄인다. 줄이지 않으면 쌀 내부까지 물이 침투하기 전에 날아가 된 밥이 된다. 이미 가열된 돌솥이 온도를 유지할 정도면 된다. 들끓던 물이 사그라진다. 뜸 들일 시간이다. 뚜껑을 닫고 불을 더 줄인다. 희미했던 밥 냄새가 또렷해진다. 불을 끄는 타이밍에 따라 누룽지의 두께가 결정된다. 밥 향기도 그에 따라 짙어진다.
밥하는 사이 김을 준비한다. 윤희 방학 한 달. 이것저것 해주다 보니 반찬이 마땅치 않다. 궁리 끝에 한 것이 김구이. 냉장고에서 들기름을 꺼내고 완도산 동김을 꺼낸다. 동 김은 잡김이다. 돌김, 재래김 등 각 종 김이 섞여 있다. 산지에서는 잘 취급 안 하고 품질이 낮은 김으로 취급을 하지만 향이나 맛은 좋다. 다만 사람들이 선호는 검은빛 번지르하지 않아서 천대를 받는다. 들기름과 올리브유를 섞고 김에 바른다. 자염을 솔솔 뿌린다. 한 장, 한 장 바르고 뿌릴 때마다 허리가 뻐근해진다. 귀찮은 일이지만 사 먹는 김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포장 김은 종이 씹는 거 같아서 아예 멀리 한다. 이렇게 열 장, 스무 장 구워 며칠 먹으면 반찬 걱정 한 시름 던다. 넒직한 프라이팬에 김을 굽는다. 김 끝을 잡고 반쪽씩 앞뒤로 굽는다. 오븐에 구우면 편한데 골고르 구워지지 않아 귀찮아도 이렇게 한다. 김이 팬에 닿으면 김이 난다. 들기름 향도 난다.
뜸 들이기 위해 불을 껐던 밥솥을 슬쩍 본다. 솥뚜껑 사이로 나던 김이 사라지고 있다. 뚜껑을 열고 밥을 고루고루 뒤집는다. 시간이 지나 뒤집으면 떡밥이 되고 밥맛 떨어진다. 표면과 속 안의 수분 차이도 있기 때문에 뜸 다음으로 중요한 절차다. 밥을 푼다. 밥 향기만 침샘을 자극한다. 밥상을 차리기 전 구운 김에 뜨거운 밥을 먹는다. 밥의 온도가 구운 김의 향을 피운다. 반찬 뭐 까짓것.
김장 김치와 다른 반찬 하나, 도합 세 개의 반찬. 윤희가 타박을 한다. “참 성의 없어 보여요. 아빠”. 능숙한 젓가락질로 김을 들고 밥을 감싸 한 입 먹는다. 타박 이후 별말이 없다. 먹을 만 하다는 긍정의 행동이다. 지도 익히 알고 있다. 갓 지은 밥과 구운 김의 궁합을.
한번 정도 구울 정도의 김만 남았다. 요 며칠 찬 기온에 김 또한 성장을 멈추고 내실을 다졌을 듯. 산지에 전화해야겠다. 김 좀 보내달라고. 그러고 보니 자염도 떨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