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해 오일장
AS다. 무엇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냐면? 5년 동안 취재한 오일장에 대한 서비스다. 오일장 연재를 다시 5년 해볼까 한다. 연재하는 곳은 없다. 그냥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내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갈까 한다. 원고를 보내고 인쇄가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 아~! 이걸 좀 더 쓸 걸, 저거로 요리해 볼 걸 등등 시장의 식재료를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드는 거창하게는 시즌 2, 아니면 AS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싶다. 오일장 다니면서 한때 반짝 유행했던 야시장부터 청년몰까지의 흔적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른들의 돈 장난(예산 타 먹기)에 반짝하다가 문 닫은 청년의 가게와 먼지 쌓인 포차는 지속적인 관심만이 답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내가 가진 힘은 미약하다. 방송에서 떠들어도 골목 상권 죽는 곳은 죽는다. 다만 이런 곳에, 이런 시기에 가면 이런 음식이 있음을, 이런 식재료가 있음을 알려 주고 싶다. 누군가가 10년을 떠든다면 돌아보는 이가 하나, 둘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재래시장이 깔끔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해 보이고 한다. 카드도 안 된다. 그래서 싫어하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5년을 떠나볼 생각이다. 다녀보면 재미있는 곳이 오일장이기에 그렇다. 매주 어디로 떠나는 이들이 있다. 여행에 오일장을 더하면 맛집을 찾는 재미에 맛을 더할 수가 있다. 5년 동안 다닌 경험이 그렇다.
2018년 12월, 첫 오일장을 취재를 떠날 때는 생초보였다. 낫 들고 기역도 모르던 선무당 5년을 보냈기에 이제는 낫을 바로 들면 기역, 거꾸로 들면 니은 정도는 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중에서 여름인 7월, 8월, 9월은 될 수 있으면 다니지 않을 생각이다. 정 필요하면 가겠지만 이 땅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에서 맛이 빠질 때가 딱 그때다. 찬 바람이 불고, 하늘에서 MSG를 뿌리려고 하는 10월부터 다닐 예정이다. 남해안과 동해안으로 주로 다닐 것이다. 내륙은 봄이나 가을에 가끔일 것이다. AS 첫 번째 남해 시장으로 떠나보자.
3년 전, 12월 초 코로나가 한창이었다. 다른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남해로 향했다. 남해 읍내에 도착해 주차하고 카메라를 챙겼다. 시장 앞이나 주변으로 주차장이 넉넉한 곳이 남해다. 주차장을 빠져서 길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다. 길을 건너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에 박힌 듯 서 있었다. 플래카드에 코로나로 인해.. 어쩌고 저쩌고.. 임시 중단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일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나마 읍내 상설시장이라 문을 연 가게가 제법 있었다. 임시 휴장이라는 안내를 받지 못한 듯한 할매들도 나와 있었다. 아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시장에 오기 시작했다. 남쪽 바닷가의 여느 시장처럼 활력은 넘치지 않아도 시장이 돌기 시작했다. 겨우 취재를 끝내고 일까지 보고는 다음을 기약했었다. 그다음을 확인하러 떠났다. 진짜 AS다.
시장 분위기는 비슷했다. 3년 전 코로나 시국으로 임시 휴장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같았다. 그냥 그랬던 것이다. 오일장이라고 차가 다니던 시장통을 막고 파는 이가 조금 더 있다는 거 빼고는 평상시의 시장이나 장날이나 비슷한 모양새다. 남해 시장의 특징은 수산물이다. 기다란 통로가 두 개가 상점을 두고 나란히 있는 모습이다. 그 기다란 통로는 전부 수산물만 판다. 국밥집이 있는 쪽은 횟거리를 주로 판다. 횟거리를 지나면 찬거리를 주로 파는 어물전이다. 어물전을 지나 시장 끄트머리로 가면 오일장만 서는 작은 수산물 난전이 있다. 주변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다. 몇만 원이면 봉지가 묵직할 정도로 생선이 저렴한 것이 매력이다. 난전이나 시장 어물전이나 주로 파는 것은 현지 말로는 물메기, 본디 이름은 꼼치인 녀석이다.
깊은 바다에 있다가 산란하러 얕은 바다로 왔다가 잡힌 것이다. 꼼치만큼 많은 것이 가자미다. 현지에선 도다리라 부르지만 실제 명칭은 문치가자미다. 통영의 맛으로 잘 알려진 도다리쑥국의 도다리는 사실 문치가자미다. 가자미는 겨울에 산란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가자미 중에서 이미 알을 품고 있는 배 한쪽이 볼록하게 나온 것이 꽤 있었다. 흔히 바닷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알밴 생선은 맛없다고 말이다. 여름철 민어만 보더라도 암놈과 수놈의 가격 차이가 크다. 지금 잡히고 있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알배고 있는 암컷은 떨어진 맛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사람이 적었던 시절에 바다는 한없이 내줬다.
명태, 대구, 민어, 조기할 것 없이 말이다. 어구가 발전하고, 냉동 시설이 좋아졌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 또한 90년대 이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인구는 또 어떤가? 먹을 입이 삼천만 명에서 오천만 명으로 늘었다. 바다는 한없이 내주지 않음을 90년대 들어서 비싸진 생선 가격으로 체득했다. 필자의 70년대 갈치는 겨울이 오면 매번 나오던 녀석이었다. 먹갈치니 제주 갈치니 그런 것은 없었다. 갈치보다 더 흔한 것이 고등어였다. 그 당시 날마다 신문이나 방송 장바구니 물가에 민어가 빠지지 않았다. 담배 한 갑 가격과 민어 4kg 가격이 비슷했다.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시대였다. 한없이 잡아먹다가 사달이 났다. 사라진 것이다. 혹자는 명태의 사라짐이 해류와 바다의 수온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흔했던 고등어나 갈치, 민어, 대구, 오징어가 사라진 이유로 같아야 한다. 94년 이후 대구의 방생 사업을 시작했다. 금어기로 어족 자원을 보호했다. 그 결과물을 현재 저렴한 대구 가격으로 공유하고 있다. 필자의 사회 초장기 시절 국내산 대구는 ‘싯가’였다. 가격을 알아보니 100만 원이었다. 지금 물가로는 약 200만 원의 가치였다. 현재 대구 시세는 몇만 원 수준이다. 현재 시세로 200만 원 한 이유는 대구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으니 가격이 하늘까지 올랐다. 환경적 영향도 있겠지만 남획 또한 영향을 크게 끼쳤을 것이다.
난전을 보니 문어가 집마다 있다. 지나가는데 “이거 다 5만 원” 소리에 혹해서 발길을 멈췄다. 아줌씨 한 분이 바로 흥정에 응한다. “앗 아깝다!” 절로 탄식이 흘렀다. 옆 아주메 문어도 좋아 보인다. 크기도 적당하다. 두 마리 5만 원. 며칠 전 동해 북평장에서 본 문어보다 작지만 전체 무게는 더 나가는데 안 살 수 없는 반값이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문어는 두 종류다. 동해의 커다란 대문어와 남해와 제주에서 잡히는 작은 참문어(돌문어)다. 오일장에 맞추어 간다면 아침 일찍 나서야 물 좋은 녀석으로 살 수가 있다. 가격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 좋은 녀석을 고르기에는 일찍 만큼 좋은 것은 없다. 12월 기준으로 9시에 갔을 때 얼추 반 정도는 팔린 상태였다. 일찍 나서는 사람이 좋은 물건 잡는다.
겨울 남해 시장에서 문어 말고 또 무엇을 살까? 바닷장어를 사면 된다. 겨울나기 위해 지방을 가득 채운 장어는 민물 장어를 깔끔하게 무시할 정도로 맛있다. 민물 장어가 비싼 이유는 딱 하나다. 장어 치어가 비싸기 때문이다. 비싸 치어를 사다가 6개월 정도 사육한 것이 우리가 먹고 있는 민물 장어다. 맛있어서 비싸기보다는 치어가 비싸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바닷장어는 민물 장어와 달리 지방이 풍부하면서도 기름지지 않다. 이게 말이 안 되는 말인데 말이 되기도 한다. 먹어 봐야 한다. 맛을 보면 풍부한 지방의 맛을 느끼면서도 깔끔하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녀석과 수조 속에서 자란 녀석과의 차이가 깔끔한 맛의 차이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보통 크기에 따라 kg 2~3만 원 수준이다. 살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 코끼리 조개다. 데쳐서 소금장과 함께하면 전과 17범의 술 도둑이다. 장날인지라 손질을 안 해준다고 해서 포기했다. 코끼리 조개의 핵심인 수관 손질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손질한 냉동도 있었지만 깔끔하게 포기. 시장에는 굴 파는 이도 꽤 있었다. 남해 굴은 내가 맛본 굴 중에서 최상위 권이다. 서남해안의 굴은 진득한 맛과 향이 있다. 통영의 굴은 심심하지만 깔끔하다. 둘 사이의 장점만 모아 놓은 것이 남해 굴이라 생각한다. 글로서는 설명이 안 된다. 지족리가 되었든 남해에서 투석식으로 생산한 굴은 진한 향에 깔끔한 맛이 장점이다.
겨울 남해에서 맛있는 것이 굴이다. 바다에서 맛으로 빛나는 것이 굴이라면 육지는 시금치다. 시금치에서 단맛이 뚝뚝 떨어질 때가 지금부터다. 지금은 ‘아 달다’ 하는 수준. 추위가 지금보다 더 쨍해지면 “오 달다!”까지 간다. 어렸을 때는 시금치를 싫어했다. 소풍날 김밥에서 빼달라고 했다가 등짝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지금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겨울이 오면 몇 번 잡채를 만든다. 딱 시금치가 맛있는 시기만 만들어 먹는다.
정리하자면 남해 오일장에서 수산물 난전은 꼭 봐야 한다는 것. 그것도 일찍!. 겨울 남해 시장에서 사야 하는 것에는 투석식 굴, 바닷장어, 코끼리 조개, 시금치가 있다. 필자는 난전에서 문어를 샀고, 장터에는 반건한 성대를 샀다. 성대라는 것이 잡어로 많이 취급하는데 사실 이 녀석 참으로 맛난 생선이다. 시금치와 굴은 내가 팔고 있기에 따로 사지는 않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코끼리 조개. 이웃한 거제 성포에 가면 전문점이 있다. 한 접시 보통 십만 원 한다. 그날 시세로 2만 원이었으니 거의 거저였다.
12월의 남해 시장은 규모가 이웃한 고성과 비교하면 작다. 작음에도 알찬 곳이 남해시장이다.
오일장 : 2, 7장
규모. : 10분이면 대충… 장 본다면 20분이면 얼추.
꼭 buy : 투석식 굴, 바닷장어. 문어
추천 : 주변에 볼거리가 많은 곳이 남해. 겨울에 먹거리, 볼거리 여행으로 딱 좋음.
펜션을 예약했다면 꼭 들려서 수산물을 사 가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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